hanlnamoo [995249]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12-27 22: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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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1.7이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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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도권 평준화 일반고에 재학 중이고, 먼저 인증드갑니다.


 내신을 보시면 1학년 땐 처참했습니다. 예체능도 나름대로 조졌지만 수학이 무려 5등급, 영어가 3등급, 통합과학 3등급 등 주요교과도 썰려나갔었어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일반고긴 해도 다 어느 정도 공부에 의욕이 있는 친구들이 모이는 데였고, 그 역효과로 아무도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전교 1등이 1.4 정도였고 저는 담임쌤 말로는 5~6등 정도였다네요. 당연히 지균은 받지 못했습니다.(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아.. 아마 지균이었으면 떨어졌을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대학은 잘 보내느냐? 그것도 글쎄라서 작년엔 전교에서 서울대 1명 보냈다고 하네요.


 저는 저 성적 가지고도 1학년 때부터 서울대 가겠다고 까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많았지만, 또 은근히 '성적이 모자라다'는 압력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일반고에서 설대 갔다는 애들 보면 거의 1.0~1.2 정도에 수렴하는데ㅎㅎ


 3학년 때 여러 사이트에 성적 넣어보고, 입결 뜯어보고, 분석해볼수록 드는 생각은 '진짜 답이 보이지 않는다'였습니다. 심지어 지망이 동양사학관데 2학년 내신 세계사에서 중간/기말 합쳐서 1개, 그리고 수행에서 2점을 틀리니까 3등급이 뜨더라고요ㅎㅎ

 자소서를 쓰면서도 '이게 의미가 있는 짓인가, 그냥 이 시간에 정시공부를 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5분이 멀다하고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게도 학평/모평 성적은 항상, 정말 잘 나왔습니다. 국어 백분위가 고정으로 99-100이 나왔고, 수학은 대체로 1등급컷에서 한 문제 더 맞힌 정도로 나왔습니다.


아니 그러면 넌 어차피 정시로도 갈 수 있는 놈 아니냐? 이거 그냥 기만 아니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진짜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ㅠㅠ 저도 모평에 자신이 있었고, 9모에선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았습니다.(대략 백평 98정도, 9모 점수는 제가 쓴 글 가면 나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까보니 설대 사범대가 간당간당하더라고요!

 그 때 아 이게 수능의 벽이구나, 현역들만 있는 학평에서 좀 잘본다고 나댈게 아니구나 하는걸 느꼈습죠. 저는 수시납치 안 당한답시고 스카이 세 학교만 수시를 쓴 상태였고, 수능은 운빨망겜이기 때문에 정말 최악이면 무조건 재수로 가는 루트였습니다. 수능 전날까지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앞길은 모든 게 다 불확실했습니다. 심지어 수능 전 국어, 영어 실모를 보면 그마저도 점수가 안나와서 항상 80대-90대 초반이 나오더군요.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다음, 수시원서를 쓸 때, 10평마저 망쳐버렸을때는 자신감이 거의 바닥을 찍었었어요ㅎㅎ

 그러나 저는 정말정말 운 좋게도 저를 무조건적으로 믿고 지지해주신 우리 엄마, 그리고 실전에서 고정 1등급 안정적으로 나오는 국어, 두 가지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에 대입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분명히 자신의 실력을 백분 발휘하면 원하는 대학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이 정말 많습니다! 제 근처에서도 여럿 봤고요.

  그런데 상당수의 학생들은 저 같은 버팀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이래 봤자 가망이 있는 건가?', '어차피 망쳤는데 복구가 안될 것 같다' 하는 생각에 잡혀 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립니다.

 제 1학년 성적만 하더라도 서울대를 노린다면 정말 터무니없는 점수였고, 아예 퇴학하고 1학년으로 재입학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지필고사와 수능은 딱 공부하는 만큼 정직하게 나오는 시험인 것 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없이 조건과 환경을 많이 타는, 극한 운빨게임이기도 합니다. 특히 내신은 출제자의 성향, 지필의 퀄리티, 표본의 수와 특수성, 수행평가 채점기준 등 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결코 두어 번의 응시로 자신을 규정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시험입니다.


 저는 학생분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자기의 잠재력을 묻어버리지 않도록 격려해 드리기 위해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예비 고3, 그리고 나아가 고2 친구들이 이 글을 꼭 봐주셨으면 합니다.


 2022대입은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1.적성이 폐지되고, 2.인서울 주요대는 논술이 감축됐고, 3.정시에도 내신을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은 곧 '내신으로부터 도망칠 출구가 갈수록 없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수시도 학종이 줄어들고 교과는 강화됐기 때문에 내신의 중요성은 말하면 입아플 수준까지 되었습니다. 나는 정시만 팔래! 이런 말은 더이상 성립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3 내신은 3개년 중에서 가장 반영비율이 높은 파트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가장 등급 따기 쉬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다들 '나는 이미 조졌고, 내신 챙겨봤자 소용없다'라는 마인드로 아래서 깔아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남들이라고 해서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1학년 땐 공부해 봤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들도 다 그만큼 하니까 당연합니다. 물론 내신황들, 전교권에서 노는 극상위권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집중공략을 한다면 2등급까지는 빈집털이가 가능합니다.

 또 선택과목이 많아지고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환경상, 한 과목당 수강자 수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 내신황들에게서 한두 과목 1등급을 뺏어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질 것입니다.(특히 탐구!)


 비교과에 있어서도 2022 대입은 오히려 수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1.시상 기제가 제한되었고, 2.동아리, 창체, 봉사 기재칸 바이트수가 줄어들거나 없어졌고, 3.코로나 시국이기 때문입니다.


1, 2는 그렇다 쳐도 3은 뭔 쌉소린가 싶으실 텐데요.


 옛날 같으면 발품 팔아서 움직여야 했던 활동들, 동아리나 창체활동, 세특 등이 코로나라는 명분 하에 가만히 앉아서 서류 제출로만 수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같은 분량을 채우는 데 필요한 노력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퀄리티요? 대외활동을 거의 못하게 된 특성상 활동의 질은 오히려 평준화되었습니다.

 단적으로 제 3학년 1학기 봉사활동은 0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크게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상황인 걸 다 아니까요. 제 생기부 3학년 세특과 창체는 거의 주제탐구보고서, 소논문, 독서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부 다 따뜻한 집안에서 꽈자 집어먹으면서 딩굴딩굴 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만큼 절약되는 노력을 온전히 교과 공부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고도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3학년 내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제가 내신 공부하며 지켰던 원칙 몇 가지를 끄적여보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1. 기피과목, 소수과목 수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는 경제를 골랐는데 36명 중 2등하니까 2등급이더라고요. 그런데 교과라면 모를까 학종에서 이게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생은 경제학과 지망인데 왜 경제가 개설되었는데도 수강을 안 했나요?'라고 면박당하기 쉽죠. 입학사정관들이 이런 사정에 다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체크해서 반영합니다.

2. 수면시간 6시간을 필사적으로 확보한다.

>수면의 효능:머리가 맑아짐, 두뇌회전이 빨라짐, 타인에게 너그러워짐, 피부가 좋아짐. 삶의질 떡상 ㄱㅇㄷ! 제발 시험 전날에 밤새지 마시고 2시 전에 주무세요!!!

3.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반드시 사수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든다

>진짜 거창한 게 아니어도 됩니다. 매일 단어 10개 외우기 정도라도, 외부 일정과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방해받지 않고 무조건 수행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4. 남들의 상황을 의식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상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휘둘려서는 절대 안 되겠죠... 남들이 이 교재 좋다니까 나도 그냥, 다 이 과목 들으니까 나도 이유 없이, 합격했다는 소식 들으면 괜히 마음 싱숭생숭.. 자기만의 철학을 확립해야 합니다!

5. 시험범위가 수특이다? 마르고 닳도록 회독하자.

>국영수탐 과목불문 수특은 진리입니다.(특히 영어, 탐구) 수시러이더라도 수업은 무조건 수특이기 때문에 이걸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특히 본문 개념만 볼 게 아니라 문제에 있는 선지까지 왜 오답이고 왜 정답인지, 내가 모르는 키워드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6. 수행평가 일정이 정리된 캘린더를 만든다.

>스케쥴러나 공부계획은 안 세우더라도 이건 꼭 해야 합니다. 저도 계획 세우고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플래너 구해놓고 3월 한 달 쓰고 말았습니다만 수행평가 일정은 꼭 정리했습니다. 수행평가 없는 내신은 앙꼬없는 찐빵..

7. 슬럼프를 견딜 수 있도록,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작은 도피처를 만들자.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운동, 악기, 퍼즐, 요리 등등 뭐든 좋습니다. 다만 유튭은 내 최애 유튜버 한명만 구독해놓고 하루에 한번만 들어가서 힐링하기! 저같은 경우엔 뒤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웠어요. 새싹이 그렇게 이쁜지 처음 알았습니다.

8. 가족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자.

>학교, 학원에서 그렇게 치여놓고 집에 와서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면 그건 정말 답이 없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가끔은 부모님이 정말 미울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작정 말이 안 통해! 하지 마시고 조금은 부모님의 심정도 이해해 드려야 합니다. 결국 내가 정말 힘들 때 마지막으로 기댈 데는 가족입니다. 

9. 학교 친구들을 꺾어야 할 적으로 인식하면 곤란하다.

>아무리 대입이 중요하다지만 경쟁이 너무 과열되면 안 됩니다. 물론 진짜 띠꺼운 놈들은 없기가 힘듭니다만, 어딜 가나 그런 사람들은 다 있어요. 너그럽기가 어려운 시기가 고3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관용은 베풀어 줍시다. 그리고 친구들과 너무 공부 관련된 얘기만 하지 마시고 게임 얘기, 축구 얘기, 연애인 얘기도 많이 하시면 좋겠죠??



헉헉 힘들다.. 여러분들도 긴 글 읽으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엔 백평 99.3 수능후기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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