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설대생이다 [467588] · 쪽지

2014-02-01 23: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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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가기로 결심한 후에야 비로소 탈퇴를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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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12월에 재수를 시작했지만 어영부영 시간을 흘린 재수생입니다. 저같은 막장인생이 또 있을까요. 물론 범죄자 급은 아니지만 막장이라면 막장이겠죠.ㅎ 헌데 갈 때까지 가는 걸 막은 건, 제가 혼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뭐든 같이해야 막장도 막장답게 느껴지잖아요.ㅋ 전 밥먹을 친구 한명 없는 외톨이였습니다.

오르비를 찾은 건 9 말이었습니다.처음엔 도움이 됬는데 점점 제 하소연을 늘어놓는 곳으로 변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더라고요. 전 페이스북을 참 좋아했습니다. 페이스북이 하소연 공간1이고 여기가 2 였습니다. 그렇게 2달을 허송세월하고 나니 문득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내가 뭐하고 있나. 이건 아니다.

제 사촌언니밖에 모르는 사실. 전 문과에서 이과로 바꿨습니다. 부모님이 알게 되시면 맞아 죽을 일입니다. 쉬운 것도 열심히 못한 애가 무슨 이과 공부를 하겠느냐고. 마침 설날이 되었고 세벳돈을 생각보다 많이 받아, 덕분에 부모님의 불허로 책값도 마련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면했습니다.
 
목표는 의대. 서울대 의대입니다. 미친듯이 할겁니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아니면 안간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습니다. 인서울 의대도 괜찮아요. 단 서울 밖으로는 부모님이 절대 안된다고 하셨고, 그 먼길을 다니는 것도 싫고 해서 저도 생각 안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할겁니다.

그동안 남들 사는 모습을 너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일찍 돈버는 친구, 대학에 합격해서 여유롭게 사는 친구, 수능 필요없이 예체능으로 대학 간 친구, 대학을 포기하고도 인생을 즐겁게 사는 친구....
그 친구들이 부럽더라고요. 나도 좀 편해지고 싶다, 란 마인드였어요. 힘겨운 뒷모습은 안보고, 페이스북에 올리는 먹방 사진이나 노는 사진들을 보며 전 착각에 빠져 지냈습니다. 쟤들은 나보다 편하구나.

그런 친구들이 부러워서, 별로 친하지도 않고 심지어 아무런 관련도 없는 친구들까지 부러워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참 한심했죠. 그들은 제가 누군지도 모르고 좋아요를 누르건 말건 신경도 안쓰는데 말이죠.

전 있지도 않은 사실을, 그것도 자극적으로 계속해서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나도 너네 못지않아. 나도 이렇게 살아. 나 겉으로 보이는 거랑 달라, 나 좀 봐줘. 이런걸 계속 바라고 요구하면서요.

어느 날 보니 제 자신이 되게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4번째로 탈퇴했습니다. 예전에도 탈퇴시도는 수도없이 했는데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페이스북에 들어가지 않을겁니다.

오르비 탈퇴를 망설인 건 1년 재가입 불가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가입안해도 게시물은 볼 수 있지만 올리는 건 못하니까.... 그게 답답할 거 같아서 탈퇴를 안했습니다. 의대 가기로 결심한 후에야 비로소 탈퇴를 하기로 했습니다.

스공팀이 좀 아쉽긴 하네요. 그래도 얼굴도 이름도 상황도 모르는 사람들하고 경쟁하자니 의욕이 별로 안나고, 그거 확인하느라 신경쓰는게 더 피곤할 거 같아서요 ㅋ

당당해진 다음에 오르비든 페북이든 할 생각입니다.

위에서 보듯이 제 성적표는 막장 인생의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살긴 싫더라고요. 이제 훌훌 잊으렵니다. 수능도 벌써 2달이 훌쩍 지났잖아요 ㅎ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기 보단, 정신의학과 의사가 되서 의사가운을 입고 삶의 벼랑 끝에 놓인 사람들을 구해주는 제 모습을 떠올립니다.

불가능하다 비현실적이다 미쳤다 이런걸 떠나서 정말 이거라도 안하면 전 1년후에도 10년 후에도 이 모습 이대로 살아갈 것만 같네요.

좀 더 당당해진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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