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수녀원 다녀온 이야기
안녕하세요!
얼마전 제 닉네임답게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 커뮤니티 특성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기록을 남길 겸 적어봅니다.
제목 그대로 얼마 전에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제가 다니던 본당(성당)에 계시던 수녀님을 만나려요..!!
그 수녀님은 저의 고등학교 3년 생활과 입시지옥을 함께 지켜봐주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정기적 인사이동으로 인해 수능 직전에는 다시 수녀원 본원으로 가셨지만...
어쩌면 부모님보다도 속 터놓고 이야기했던 분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학기말고사 채점도 수녀님방에서 했을까요ㅋㅋㅋ
수능이 끝나 수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릴 것을 상상하며 버틴 것 같습니다.
우선, 수녀원은 일반 성당과 다르게 사전 허가 없이는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며칠 전 수녀원에 전화해서 허락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수도원 문 앞...! 높은 소나무 숲과 절도있게 잘라진 회양목이 늘어진 길이 보였습니다.
길을 쭉-따라 올라가다 보면 아담한 크기의 하얀 성당과 수녀원 건물들이 보입니다. 잔듸밭도 있어요!
낮은 크기의 건물들이 띄엄 띄엄 있는 것이 작은 캠퍼스를 보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우선 저는 손님맞이방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녀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수녀님께 참 죄송스럽지만... 거의 학종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한것 같네요ㅋㅋ큐ㅠ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포근-한 느낌의 방과 수녀님의 미소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저녁 6시가 되자, 수녀원 중앙 성당으로 이동하여 저녁기도를 드렸습니다.
수능이 끝난 요즘, 매일 미사를 드리는 저로서는 그냥 성당이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네, 물론 같은 성당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고요함이 저를 덮쳤습니다.
그리고 6시 정각이 되자 울리는 종소리는 저를 세상과 단절시켰습니다.
저녁 기도를 드리기 위해 약 60명의 수녀님들은 소리없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거룩한 고요함을 깨는 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주고 받는 노래로 되어있는 저녁기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맑다 못해 청량감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뇌를 사이다에 담근 기분이랄까요?
맑은 목소리들은 성당의 높은 천장을 따라 천사들이 하늘로 가져갔습니다.
아직도 네우마 악보로 되어 있는 찬미가는 지난 세월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아주 오래 전부터 저를 기다려 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전히 대축일과 주일에는 라틴어로 찬미가를 바친다고 합니다.
라틴어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녁 기도가 끝난 후 저는 수녀님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여러 건물을 건너 건너 가는데 건축물 구조가 참 신기해지더라고요... 산에 있는 건물들에 특성상 그런 것 같습니다. 헤이대의 건물들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수녀원의 저녁 식사.
뭔가 거창한 음식은 없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집밥의 느낌이 물씬 풍겨져 왔습니다.
채소류의 대부분은 수녀원에서 직접 키운 것들이었고요...!
또한 꽃게탕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식사 후 수녀원을 떠날 저를 위해 수녀님께서는 주머니에 있었던 작은 열쇠고리까지 저에게 주셨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까지 바래다주시는 수녀님의 따뜻한 손길은 여전히 제 손을 따뜻하게 합니다.
높은 건물들의 불빛에 비쳐 보이는 수녀님 얼굴의 검버섯은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다가왔지만 두 사람의 마음만은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The end-
(수정)
투표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네요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정상모 planswer 시발점 워크북 양승진 유형코드 어삼쉬사 이렇게 전부...
-
고대 상경 빼면 다 칸수 오르는데 고대 상경만 칸수 떨어지는거 실화냐 교차지원의 힘인가
-
의대가서 usmle 공부 해서 언넝 미국으로 도망가셈 아 25학번 의대생은...
-
약대 0
평백 어느정도면 가나요? 사탐으로 본다치면 사탐은 만백 100100떠야할까요?
-
24도 어찌보면 25랑 별차이없는데 풀휴학했는데 누가 이기냐 지냐를 떠나서 앞으로...
-
근데 3
ㄹㅇ 미드가 ㄹㅇ 외모 후광효과 있음? 애니에서는 안그렇든데
-
그 밑 문과는 가성비 ㅈ망이라서 문과가 망했다 망했다 하는거지 점점 갈수록 스카이...
-
인정하지?
-
진학사 0
진학사 12월2일 패치 개같이 칸수 떨어져버렸다
-
건수 vs 고약 2
걸어둔다면 어디가 좋아요?
-
진짜임뇨
-
https://link.yeolpumta.com/P3R5cGU9Z3JvdXBJbnZp...
-
잘못됐다 이런 건 아님 예전에 쌤한테 학생인 거 인증하면 학습법 영상 링크를 받을...
-
딩초들 귀엽자나 카페알바할때 초등학생부모님들 오는거 보면 다 착하신거같던데 진상없고...
-
;;
-
커플 세 쌍에 치여서 타이밍을 못 잡겠어요..
-
흠
-
ㅈㄱㄴ 언제됨요 저 이번주 면접 갈말 정해야하는데 ㅠㅠ 일단 현재는 동일 대학 더...
-
백분위 78 영어 2등급이면 어디가나요? ㅜㅜㅜ진짜 수능 조져서 반수각인데 하
-
국어 문제집 1
고등 국어 체급키우기 좋은 문제집 추천좀요
-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
ㅈㄱㄴ 친구가 말하던데
-
토익 part5 문법에서 개념 공부하고 문제 품->다 틀림 수능 짬으로 대충 이거일...
-
생각보다 한두달도 못채우고 튀는 애들도 정말 많고... 아무것도 없는 스무살애들...
-
열심히 하는 애들이랑만 친해지다보니 어쩔 수 없나...
-
쿠팡이라도 뛸까 0
흠
-
수학, 영어 망쳤어요 ㅜㅜ 예측 서비스 돌리고 있지만 이 불안함은 무엇인지.
-
김장겸 "시국선언 교수들, 진보좌파 정권 때는 항상 꿀 드시더니" 6
[데일리안 = 박상우 기자] 이 교수님들은 문재인 정권 당시 탈원전, 소주성,...
-
그이와의 댓글 게시글 함께했던 추억을 생각하는중 사랑에 빠진듯 . 진짜임뇨
-
맞팔 구해요 2
고고
-
황금올리브, 치즈볼, 생맥까지 무한ㄷㄷ 부천에 있다네요
-
미적 2컷 0
진짜 모르겠다
-
공부할겸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재밌는듯. 알바 끝나면 뿌듯한 느낌도 없지않아 있음...
-
생투분들 2
염기조성 코돈이 일년 더한다고 늘까요??
-
꾸준히 해야 덜 힘듦... 한달 쉬었다 하려니 ㄹㅇ 힘드러
-
돈모아애해
-
풋살화 추천좀요 3
헿
-
오르비 안봐! 8
열등감만 생김뇨
-
INFJ찾아요 26
, 1위는 엔팁 인프제로 알고있음
-
헤어졌나보노 ㅋㅋㅋㅋ
-
라인이 어디까지 잡힐지 감이 잘 안잡히네요 ㅠㅠ 서성한 공대는 가능할까요?
-
..
-
3모 목표 21112 인데 국어가 문제임 생명 유전병은 버림 어떱니까 그리고 ㅈ반고...
-
공대가라 1
3개월간의 기나긴 취준생활도 이제 끗 근데 솔직히 내가 3년 일해서 벌 돈 의사는...
-
근데 국어91이랑92랑 선택과목 점수같은데 표점도 같을 수도 있나요?? 8
이런걸 잘 모름
-
어제와 오늘 모두 오르비에 3번밖에 방문하지 않았군요.. 반성합니다
-
631 이런식으로
-
표점 1점차 날 수도 있나??어쩌면 그리됨?
와 님 엑소시스트 가능?
글 읽기만해도 마음이 편해져요. 믿음의 순기능인듯
와....저도 수녀님같이 마음을 터놓고 제 얘기를 말씀드릴 수 있는 분이 계시면 좋겠어요ㅠㅠ
조금 느리더라도 신뢰를 주는 관계를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이게 참 어렵지만요ㅠ
대학가서도 늘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기를. 아멘.
아멘! STANFORD UNIV님도 평화를 빕니다.
라틴어성가쥬아
키리에 엘레이손 :):)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매님.^0^
마음이 따뜻해지셨다니 제가 더 감사하지요.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
와 어떤 계기로 수녀님이랑 친해지셨어요? 신기하면서도 부럽네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