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진 시
창 밖에 축제가 아른거려
도서관 밖은 남의 나라.
반수생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수능 특강을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학점을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반수는 성공하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도서관 밖은 남의 나라
창밖에 축제가 아른거리는데,
등불처럼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수능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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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함에 얼굴 가리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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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가 아니예요'
말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목구멍에 찔려버린
자신 때문에
외쳐보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에
어쩔줄 몰라한다
다만 조회수 라는
23이
그를 위로 할 뿐이다.
내가 시와 같이 누웠다.
허허 집착은 안해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