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접 [591036] · MS 2015 · 쪽지

2016-03-15 23:08:49
조회수 2,849

[의대수기] (2편) - 일시적 극복, 생사를 넘나든 위기

게시글 주소: https://faitcalc.orbi.kr/0008143670

[의대수기] (1편) - 불안한 시작 그리고 슬럼프
(이전 1편 참고 링크)

[의대수기] (3편) - 겨울방학 1학기, "1일 1점씩"
(다음 3편 참고 링크)
=====================================================================================

뭐 고1 고2 부분이다보니 개정된(?) 부분도 있고 미숙한 부분도 있었기에 
유익함이 적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전 글 마지막 부분서부터 시작하자면...

고1 2학기 초반(8~9월)부터
자습시간을 때울 거리로 책을 선택한 이후부턴
여러가지 텍스트 소재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 그 당시에는 흥미위주로 읽기는 했지만
고의적으로 텍스트 주제 배분을 어느정도는 하였지요.

비문학 텍스트로는 인문,사회,과학 파트 등을 읽었는데 (예술이나 기술은...)
인문으로는 역사관련 책이나 (인물 평전 등) 철학쪽 책 중 가벼운 편이었던 것
사회로는 경제파트 텍스트들을 주로 읽었기도 했고
그 외 시사적인 텍스트들이나(너무 성향이 진한 것은 피하고...)
과학으로는 종의 기원같은 생물파트 위주로...

비문학계열 책을 읽었던 방법으로는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정보를 그때그때 점검하고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생각하면서
글의 구성도 생각하는 정도? 
(이 부분은 나중 고3에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세밀화되었던 듯...)

...뭐 여기서 마음만 먹었다면 생기부 작성을 엄청나게 했었겠지만
생기부에 올리는 책 양이 학교에서 한정되있었더군요.
(고3 선생님이 귀찮음으로 인해 자율권을 줘서 수능후에 생기부 작성했을 때가... 오히려 생기부 독서파트 관리에는 좋았던 듯)

비문학이야 이전에도 읽어오기는 했었으니 독해력 향상에 큰 도움은 주었겠지만
방법론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데
문학 텍스트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났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당시(고1~고2) 문학을 읽어가면서 써먹었던 방법이라면

(1) 현대시 

고1 모의고사당시 언어영역에서 가장 많은 고비를 마신 곳이기도 했지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신시험위주로 시를 공부하다보니
소위 "아는 시"만 푸는 연습에만 익숙해진 상태였는데
언어영역 (현 국어영역)의 특성상
"모르는 시"가 나오더라도 알맞게 읽어나가고 문제를 푸는 덕목이 요구되지요.

처음에는 모든 시를 공부해서라도 알아야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게 불가능한 일임은 6월, 11월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었습니다.

이 때 해결책이라면... 서점에서 교과서 수록 시나 주요 빈출 시, 유력 시 등을 모아놓은 책을 하나 구매해서 펼쳤지요.
"모든 시를 공부하는게 불가능하다면, 주요 시라도 익혀두자."라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시작했는데
하나하나 읽어나가다보니 어느정도 패턴화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가령 참여시같은 경우는 이러이러한 주제를 담는 경우가 많고, 이런 해석으로 연결될 여지들이 많다. 라든지...

패턴화를 한 다음에는 작가 중 특이한 스타일을 가진 경우를 기억해두고
(뭐 대표적으로 이육사 시인하면 "조국광복의 염원" "타협을 모르는 사나이" 블라블라...)
시를 머릿속에 이미지화해서 읽는 노력이나
(가령 산을 올라간다는 시라면 산이란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든지...)
주제를 파악해서 읽도록 하는 노력, 시적허용에 익숙해지는 노력 등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세밀한 독해법은 재수때 갈고 닦았으니 그때...)


(2) 고전시가

이 부분은 원래 학교수업을 열심히 듣고 어휘도 익히고, 내용도 알아두는 식으로 갔는데
수능 개정안이 이때쯤 뜨기 시작했었지요.
이과진학이므로 국어A형을 치르게 되었는데, 국어A형 개정안으로 '고전시가 현대어로 제시'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재수생 분들은 잘 알겠죠...?)

...현대시보다 더 쉬워진 셈이니 이 부분은 제도의 득을 본 편이 있지 않나...
뭐 그래도 그 이전까지 학습했던 팁이 있으니 그것이나 적자면
고전시가는 나오는 수나 어휘들이 한정되어있으므로
사전에 학습을 해두는게 좋을 것 같긴 합니다.


(3) 현대소설

현대소설의 특성상 주요 수록작품을 알아두면 도움이 되기는 하지요.
교과서 수록작품이나 EBS수록작품이 7차교육과정이래로 수능작품 출제범위에 속했으니까요.
뭐 평가원에서 과거 수능출제메뉴얼에서 그렇게 내겠다고 공언을 하고 계속 실천을 했으니
참고를 하면 도움이 될 터 
일단 난쏘공이나 잉여인간 같은 작품등은 줄거리 파악정도는 해두었던 것 같고...

역시 비문학에서처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의도에 대해 생각해보고
단순히 줄거리 차원이 아닌 한 건너 너머에서도 생각해보는 한편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장면별로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어떤 인물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보이는지 파악하기 등을 연습했던 것 같습니다.
(이것도 좀 나중에 세밀한 공부법을 다듬긴 했지만... 애당초 고1~2시절 공부법입니다.)


(4) 고전소설

고전소설의 특성상
원류가 되는 소설이 있다면
거기서 파생되어서 나오는 아류소설 (소위 '고전 양판소')들이 넘쳐나지요.

뭐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그당시 민가나 시장 등에서 흥행하던 소설이 있으면
그 소설을 바탕대로 아류소설을 써서 팔아먹어야 먹고살기 쉬워질테니...

그러다보니 고전소설같은 경우는 패턴화를 해서 분류하기에 매우 유리해집니다.

뭐 예시를 들자면 선계예서 뻘짓 좀 해서 적강한다음에
부모님이 누군가의 모함을 받아서 집안이 박살나면서
위험에 처했다가 조력자를 만나서 위기에서 벗어나고
실력을 키우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어느 역적이나 이민족이 감히 천자의 자리를 넘볼 경우
"야 이 반란군 XX들아!" 하면서 역적들을 소탕해 천자를 구하는 구도...

현대소설의 독법과 풀이법을 베이스로 한 상태에서
다독이나 사전을 통해서 어휘력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군담소설 등은 패턴화를 해가면서 일종의 공식화를 통해
읽어나갔지요. (뭐 소위 '고전 양판소'인 경우도 있다보니...)


그리고 문제풀이 부분에서는 (슬럼프라 하더라도 국어공부는 계속 했으니) 
장르를 뛰어넘은 공통 국어공부법 (고1~2 당시)이라면

[보기]를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으로 보고
(애당초 문학을 수능에 출제하고도 복수정답 시비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근거이니...)
그렇다고 무조건 보기를 너무 맹신하지 않고 (보기를 통한 낚시법이야 좀 있으니)
작품을 바라보기

문학을 비문학처럼 근거를 찾아가며 푸는 연습을 하기
(예를 들어서 선지 5개가 있다면, 왜 그렇게 되는 것인지를 지문에서 찾고 이해하기)

그리고 때로는 몰입도 해보기 (춘향전을 읽으면 몰입 넘나 잘되는 것)

...뭐 이 당시에는 별다른 공부법까진 생각안했을 테니 이정도밖에는 없었네요.

수학이야... ...그냥 수학학원을 다니면서
개념유형 책으로 수업했기에 설명 생략


그리고 다음 해 중간고사 결과로는

수학 3등급

이전 학기가 5등급이었다는 점, 수학을 잘하는 애들이 상대적으로 이과로 많이 갔다는 점으로 보았을 때는 선방했다고 평했을 수도 있던 결과였죠.
...물론 문학내신은 망쳤지만, 내신 국어문학시험 스타일이 저와 맞지 않았던 걸로

그리고 6월 모의고사 결과로는

국어A형 100점 1등급
수학B형 85점 3등급
영어B형 84점 3등급
화학1 50점 1등급
생명과학1 42점 2등급

아마 모의고사로 전교 6등? 그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나?)

여담으로 저기서 생명과학1은 등수로 1/1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당시 학교 커리큘럼상 1학기는 화학1, 지구과학1 진도를 나갈 예정이었지요.
그런데 굳이 화생을 보겠다고 마음먹은(...) 저는

굳이 모의고사를 보겠다고 생명과학1을 독학+EBS인강으로 공부해서
저렇게 똥고집을 피웠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물론 A형 전환으로 인한 버프도 있었지만
그래도 100점을 맞았다고 하니 기분은 좋았죠.

(뭐 사실 전해 11월때, 수능문제를 듣기까지 풀세트로 당일날 풀어보았을 때 1등급 점수가 나오는 걸 보고 "아 이제 슬슬 성과가 나타나는건가?"라고는 했지만, 며칠 뒤 교육청 시험을 망했으므로...)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는데
이 때 슬럼프의 징조를 만드는 요소가 하나 터집니다.

문명(게임)

처음에는 지친 마음을 달랠 목적으로 시작했었다가...
문명에 몰입하는 정도가 점점 커지면서 주말시간을 죄다 문명에 투자하게 되었고
평일시간마저도 문명에 침범당하기 시작하면서... 오직 문명만 몰입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었죠.
결국 집중력 분산이 일어나면서 효율성이나 개인공부시간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고...

문명중독(?)에 빠지면서 공부시간이나 효율성은 조금씩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슬럼프 극복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버텨가고 있었죠.
최소한 내신상으로는 현상유지를 하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 어느 11월날 찬바람을 잔득 쐰 토요일서부터 시작된 감기가
크게 번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크게 악화되어버렸죠.
마치 브라질에 있는 어느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처럼...

처음에는 단순감기몸살인줄 알고 동네병원에서 감기약이나 처방받은 채로
그냥 두었지만, 가면 갈수록 고열현상이 심해지고 몸살현상도 심해지더군요.
결국 몇주뒤 병세가 심해진 상태서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결과

뇌수막염(세균성)

이라는 충격적인 병명을 받았죠. (바이러스성은 아니었던게 그나마 다행이었으려나...)
병세가 어느정도 진행된 상황이라 급히 입원을 했었고
중간에 생사의 고비를 넘을 뻔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증세였는지는 굳이 설명은 안하겠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입원을 했던 상황이라 당연히 학교는 1달이상 빠진 상태이고
기존 슬럼프도 다 해결이 안된 상태였는데
그 중요한 시기에
입원 영향으로 공부를 거의 2달이상 가까이 손에서 놓게 되었으니...
결국 보통 슬럼프를 넘어서 성적이나 공부기반이 개박살이 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셈이었죠.

아마 그 2차 슬럼프(입원 직전) 중간에 치른 시험이 11월 모의고사(고2)로 기억하는데
점수는 대략적으로는 기억못하지만

국어A형 91점 (나중에 찾아보니 3등급이라나... 4등급인줄 알았는데)
수학B형 5?점 (4등급?)
영어B형 5?점 (4등급? 5등급?)

이후 병으로 인한 공백기와 타격을 겪으면서
여기서 더 극심한 타격이 있었으리라 추론가능하겠지요.


여하튼... 다행히도... 현대의학의 힘을 다시 한번 빌려서
겨우 큰 위기는 벗어나는데 성공하고......



어느정도 병을 이기고 나서
퇴원 후 자택요양(?) 과정을 밟은 뒤
1월 초중순 쯤에야 겨우 책상에 다시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그 덕분에 무슨 '예비고3 수능기념 정신력다짐장'를 빠질 수 있었던건 좋ㅇ...)

그 때를 굳이 떠올려보자면... 아마 적어도 제 인생 중에선
지금까지 중 가장 열심히, 절박하게 살았던 때가 시작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독백체]

2013년 그 해 처음 수학책을 펼쳐고 나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살아서 오랜만에 잡아보는 샤프와 펜.
오랜만에 앉아보는 의자.
오랜만에 보이는 책상.
오랜만에 펼쳐보는 책.

하지만 그전과는 다르게 
풀리지 않는 많은 문제들.
손에 어색하게 잡히는 샤프와 펜.

무사히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과
어쩌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성적이라는 슬픔과 함께

나는 눈물을 흘렸다.
들킬까 두려워 조용히 울었다.

책상에 앉아서 절망과 슬픔에 빠져있던 나.

그러던 순간 문득 오기가 들었다.
좌절하던 내 모습에, 그리고 포기하는 주변 모습에. 
고작 이 따위에 쉽게 무너지고는 싶지는 않았다.

"이따위에 굴복하긴 싫어... 포기? 그딴건 없어. 내가 기적을 만들테다."
지금보면 오글거릴 수도 있는 생각이다. 중2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당시에도 주변에선 괜히 몸 안좋은데 무리한다고 
괜한 오기부릴 필요없다고 조언들을 했다.
어차피 이미 멀어진 상황인데, 몸만 상하지 않냐고

하지만 그 때는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결심했다.

책을 다시 펼치고 문제들을 풀어보았다.
상황판단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국어는 그나마 쌓아놓은 독서량으로 인해 80점~90점대
(이거마저 박살났더라면... 상상도 하기 싫다.)
수학은 한자리수대 점수나 10점대
영어는 말할 필요도 없던 상황이었고
탐구마저도 오랜 망각으로 인해 베이스가 무너진 상태였다.

그당시 내가 그대로 굴복한다면 
원래 꾸던 꿈에 다가가기는 커녕
4년제 대학마저도 걱정해야할 상황이었다.

나는 잠시 상황판단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비록 혼자서 하는 계획수립이라 미숙한 계획이기도 했고
완전히 박살이 난 상태라 성공하더라도 한계가 있던 상황이었지만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나는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지금보면 불완전함 투성일지라도...
절박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 너무 길어지니, 다음 내용은 3편으로... - 
(분량조절이 힘들어질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예비고3 겨울방학부터 서술 시작)

p.s

조회수가 처참해서 [수기]->[의대수기]로 제목수정. (2016.03.15 오후 11:24 수정)
'수험생활을 돌아보며'란 문구를 제목에서 제외. (2016.03.15 오후 11:34 수정)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