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어 빈칸 푸는 당신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오르비!
안녕하세요. 심리학 공부하고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맞춰 국어/영어 가르치는 퍼런입니다.
칼럼 쓰러 카페 왔더니 사장님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공부하러 오냐고 하시네요.. ㅎㅎ
원서 쓰고 결과 받아보면서 여유로운 연말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아닌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특히 내년에 고3되는 친구들이 더 그럴 것 같아서 크리스마스에 영어 푸는 친구들을 위해 짧게 적어보려고요.
사실 아래 문제는 고난도 문제는 아니라서, 상위권 학생들보다는 빈칸 문제를 많이 틀리는 학생들이 읽어보면 좋을 거에요 :)
아래 내용 읽기 전에 아래 문제 읽어보시고 간단히 짚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설명 읽고 나서 지문 보면 확증 편향만 하게 되니깐요.
[문제] : 2022 고2 9월 33번
[독해 전략]
(1) 빈칸을 통해서 문제에서 물어보려고 하는 게 뭐지?
문제를 보면 우선 빈칸이 지문의 첫문장에 뚫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죠.
As well as making sense of events through narratives, historians in the ancient world established the tradition of history as a(n) [빈칸]
: 서사를 통해 사건들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대의 역사학자들은 [빈칸]으로서의 역사의 전통을 세웠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죠? 당연한겁니다. 글 전체를 요약하고 흐름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는 문장에
빈칸을 뚫어버렸으니까 말이죠.
그렇다면 저희가 주목할 부분은 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내가 읽을 때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느낌과 무관하게 이후 문장들을 읽어가면서 어떤 내용들이 나오는지 구분해서 체크해두는 것입니다.
(2)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올 때 빈칸 문장을 놓치지 않기
A : 여러 역사적 저술들을 예시로 제공하면서 해당 역사적 저술들이 황제, 장군의 캐릭터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면서 우리가 따라야 할 또는 피해야 할 예시들을 제공한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B : A와는 다른 예시를 통해 사람들이 고무되어서(inspired) 그러한 예시들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데 역사적 저술의 목적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선 이 정도로 A와 B라는 구체적 예시들을 통해 제시한 설명이 빈칸이 포함된 글 전체를 요약하는 문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는 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선지로 한번 넘어가볼까요?
[문제풀이 전략]
(1) 전혀 관련없는 선지 우선 소거하기
우선 전혀 관련 없는 선지들부터 제거해볼게요.
5번 제거 : 글에 혁신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음
4번 제거 : 갈등 및 충돌 자체를 다루는 내용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음
3번 제거 : 전쟁이 소재로 제시되어 있기는 하나 폭력과 억압적인 측면과 관련하여 제시되어 있지 않음.
(2) 키워드가 조금은 겹치는 듯한 내용이 나오면
사실 빈칸을 잘 못푸는 학생들이 이 부분을 잘 못합니다.
위에서 사실 내용을 잘 잡고 내려왔다면 정답 선지를 어려움 없이 바로 골라낼 수 있는데요, 빈칸에 들어갈 단어들이 적당히 지문에 있는 것 같다면 1,2번 선지를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2번 선지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위에서 A 내용만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얼핏 보면 황제와 장군들의 사례가 나오는 것 같거든요. 또 rise and fall도 적당히 뭔가 lessons에 해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까 A와 B로 구분한 내용들을 다시 읽어보면 B에는 황제들이 아닌 다른 예시를 통해 사람들이 고무되어서 따라야 할 예시들을 제공한다고 나와있죠?
그러니까 1번 선지의 moral lessons and reflections와 2번 선지의 rise and fall of가 비슷해서 헷갈린다고 생각해도 글 전체를 포괄하여 담아내야 하는 문장의 빈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글의 전체 내용을 record of the rise and fall of empires 로 국한할 이유가 없습니다.
글의 내용은 제국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역사의 좀 더 추상적인 기능에 대해 다루고 있거든요.
단순히 말하면 A, B중에서 B는 2번 선지는 확실히 담아내지 못하는 거죠. 이렇게 소거하면 정답은 자연스레 1번이 됩니다.
처음부터 글의 내용들을 구조적으로 구분하고 들어간 학생들은 오히려 1번 선지를 바로 고르고 넘어갔을 거에요. 그런데 만약에 그렇지 하고 못하고 선지 판단에서 고민이 된다면
(1) 빈칸을 통해 문제에서 물어보려는 걸 놓치지는 않았는지
(2) (1)을 잘했더라도 독해를 쭉 해나가다가 흐름을 놓쳐버리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국어 비문학 칼럼에도 적었지만 저는 독해력 차이가 이러한 이해 방식을 적용하고 잘 점검하는지 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서, 저는 글을 어떻게 읽었는지 학생한테 질문하고 생각없이 문자정보로만 처리하게 되는 부분들을 짚은 다음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주는 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는 편입니다.
비문학 칼럼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 https://orbi.kr/00070728305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통해서 질문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추가적인 문의 있으면 쪽지 주셔도 좋고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내신 1.3 22152(생지) -> 지거국 수의대 합격 목표는 의치대 정시로 가고싶음 ㄱㄴ?
-
어떤가요? 건국대는 어렵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경희대는 어떨지 잘...
-
갓반고 다니면서 너무 뼈저리게 느낌... 공부 잘하는 전교권 새1기들이 외모 운동...
-
낙지로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학과가 6칸 건대 건축이 3칸인데 여러분이라면 어디가시나요
-
대해린님의 트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내트리를꾸며줘...
-
음력... 음...음력 뭔가 좀 음..침한느낌? 나만그래?
-
기만할만한거 업나 12
나도 자랑하고 싶어..
-
내년이면 우한폐렴이 5년전이야 ㅁㅊㅁㅊ; 코로나 이후로 시간 빨라졌는데 올해가 피크였음 갠적의견^^
-
수학 체화.. 0
인강 스블 듣고있는데 문제풀이를 들을 때 마다 뭔가 이해가 된다는 느낌은 있는데...
-
수학 성적 올리는 법 13
제가 고1 모고 기준 3이고 중등 수학을 많이 까먹어서 50일 수학 거의...
-
ㅈㄱㄴ...
-
ㄹㅇ
-
트리 올렸더니 수가 한개도 안늘어남…....
-
678 9 2
이거 뭔지 알면 그것이 위기입니다.
-
*미리 말씀드립니다. 답변 받으실 메일을 제외한 그 어떠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
한양대 전화추합 1
아직 시작 안한건가요? 3차 발표도 23일 오전 10시 예정이었지만 22일 오후...
-
경희 자전가면 2학년 때 전자공갈거임 수원인건 상관x 님들이면 ㅇㄷ감
-
삼반수 0
1학기 학점 잘 따고 2학기 휴학 후 삼반수 실패해서 돌아오면 리스크가큰가요?
-
롤체 두오해요 0
-
최소한 더는불행하기는싫음...
-
탸캬
-
기만자 아닌 사람한테 뻔히 알면서 ㄱㅁ이라 하고 잘난 사람이라고 하는 이 오르비 문화 척결돼야해요
-
귀여운 풀떼기 2
단풍 들었어요
-
부산대는 나노에너지공대라고해서 배터리 이차전지쪽입니다. 과는 충남대가 더 좋은데...
-
취했는데 8
질받해요
-
수잘싶광울 4
수학 잘하고 싶어서 광광 우럭서
-
1224 9
= 2¹⁰+2×10²
-
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학은 워낙 중요하니까 제외하구요
-
깜짝선물 보내기 6
-
으흐흐
-
중앙대 다빈치캠 2
다빈치캠이랑 서울캠이랑 입결 차이 큰가요? 다빈치캠이 인서울 대학라인(ex....
-
다들 화이팅입니다~
-
어떤가요?
-
크리스마스에도 오르비 들어오는 불쌍한 사람임 괜찮은지봐주세요
-
파리바게트 다녀올까요 깊티 있는데
-
물표 불표 1
물변환표준점수와 불변환표준점수로 판단하는 대략적인 기준이 어느정도에요??
-
질문은 심심해서 올리긴하는데 의견은 현직에 있으신 분들 의견 듣는중 이게 맞아~
-
뭐있음?
-
내 저녁 ㅠㅠ
-
수만휘에 정시성적으로 어디갈수 있냐고 물어보면 안됨 7
자기가 갈수 있는 대학에서 한 라인은 내려서 말함 일부러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기준이...
-
내신 & 수능 모두 준비하려구 하는데 오지훈 강의가 너무 많더라구요 물화는...
-
잘생기고 머리 좋고 사회성 좋고 뭐 그런 사람들이요 ㅇㅇ... 하나만 뛰어나면...
-
https://colormytree.me/2024/01GM2VCGWWJA2V92WE2...
-
설전정 중약 3
.
-
보통 어디부터 컨섩팅 거의 안 끼죠?
-
첫 정답자 1200덕 드리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수능 영어에 대해 진득하게 이야기 많이 나누셨나요?
더욱 갈망할 뿐입니다 ㅎㅎ
그 포만한에서 댓글들 읽었었는데 저도 추상적으로 작성한 글을 독해함에 있어서 중심 독해 방향을 잡고 각 선지별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려내도록 하는 것 같아요.
국어 비문학도 칼럼 하나 적었는데 영어와 평가영역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마 고득점자들 입장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당
동의합니다! 국어와 영어 사이에 많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상적인 글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선지 사이에 올바른 사고를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 선지인지 가려내는 능력이 문해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저도 학생들을 맥락 다루기와 지문 이해의 초점에서 지도했었네요 ㅎㅎ
작성하신 칼럼들을 보니 역시 칼럼이라는 것은 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수준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작성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들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