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쨋거나 [1321865] · MS 2024 · 쪽지

2024-12-13 03: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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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자격지심에서 벗어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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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역으로 지방대에 붙었습니다.


아마 교명을 처음 들으시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솔직히 그 나이때는 학벌이 중요하다고 생각 안 했습니다.


그냥 어느 대학을 들어가든 나 스스로만 잘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록 알바, 군대, 대학이 전부지만) 사회생활을 해 보니 은근 학벌이 차지하는 영향이 크더라고요.


특히 내가 가진 꿈 자체가 학벌 때문에 무시당하는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알바 사장. 결과적으로는 참 감사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다시 수능보기로 결심한 지분의 80% 이상은 저 사람이 가지고 있습니다.


'xx고등학교면 그래도 공부 잘 하는 애들 가는 학교 아니야? 근데 넌 어쩌다가 oo대로 갔어?'


알바 처음 시작할 때 들은 말입니다. 


그 외에도 학벌을 거론하며 은근히 제 자존감을 낮추는 발언을 하더군요.


"역시 사람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야 해. 지방대학 나와서 서울에 자리 못 잡잖아"


"고시? 너네 대학에서도 붙는 사람 있어?"


"반수도 생각한다고? 3년 내내 열심히 해서 거기 간 거 아니었어?"


"oo대학교 좋다는 것도 다 옛날 얘기지~"


저런 화법이 참 거시기 한 게, 차라리 대놓고 쌍욕을 하지 돌려서 까는 화법은 내가 화내면 괜히 예민한 사람 된 것 같고, 그냥 넘어가자니 참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혹시 아무 문제 없는 말인데 정말로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였다고 생각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불필요한 분란이 걱정되어 대학명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사장 학벌이 그리 잘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 학벌은 그것에조차도 못 미쳤기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대학 동기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이 꿈을 꿔도 되는게 맞는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상술했듯, 제 목표는 행시입니다. 저희 대학에서 붙은 유래가 없습니다.


그래서 동기들하고 진로 얘기를 할 때, 괜히 7급으로 꿈을 낮춰서 말했고, 그조차도 너무 높은 거 아니냐는 말을 듣고는 했습니다.


적어도 내가 가진 열정이 학벌 때문에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더 늦기 전에 수능을 다시 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1년 내내 공부를 하면서 적어도 사장보다는 좋은 대학 나와서 저 말들 그대로 돌려주는 게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목표를 이룬 지금, 사장에게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괜히 좋은 대학교 간 친구들이 학교 생활 얘기하면 위축되고는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20대 초반을 얽어매던 자격지심, 이제서야 벗어나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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