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었다.
할아버지는 항상 친절했다.
딸들에게, 사위들에게, 손주들에게,
그리고 직장동료들에게,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하지만 할머니에겐 조금 덜 친절했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남들한테 잘해줘서 뭐하냐고, 가족들한테 더 잘해줘야 한다고 할아버지에게 항상 얘기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변함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집에서 할머니에게 항상 직장동료들 얘기를 했다고 한다.
누구누구가 일을 그렇게 잘한다. 누구누구가 일을 잘해서 참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할아버지의 직장동료들은 이야기했다.
할아버지가 직장에서는, 항상 할머니 얘기만 했다고.
언제나 아내 자랑만 했다고 한다.
중환자실에서는 가족 한명만 면담이 가능하고, 계속 있을수도 없다.
거기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계속 곁에 있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어디 가지 말고 계속 여기 있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환자실에는 할머니 말고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했다. 딸도 사위도 손주도.
할아버지가 중환자실을 나왔다.
걸어서 들어갔지만 누워서 나왔다.
들어가기 전 할아버지는 몸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꼈음에도 혼자서 약만 사먹고 말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들어간건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난 뒤 였다.
할머니는 자신이 더 신경써주지 못해서 이렇게 됐다고 자책했다.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었다.
할머니에겐 조금 더 친절했다.
할아버지에겐 친절하지 않았다.
더이상 친절할수도 없다.
이젠 우리가 받은 친절의 흔적만이 남았다.
나는 할아버지처럼 친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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