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울타리
아이들은 울타리 안에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달린다.
누구는 햇살 아래 걷고,
누구는 그늘진 돌밭을 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울이
그들의 발걸음을 재고 있다.
어디에선가 바람이 불어와
누군가의 문을 열어주고,
누군가의 문을 닫아버린다.
길은 많아 보이나
누구의 선택이었는지 알 수 없다.
선생은 멀리서 무심히 말한다.
"길은 여기 있다."
그러나 그 길 위에
덧없는 발자국만이 남는다.
이마에 땀을 흘린 자도,
가만히 서 있던 자도
똑같이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진다.
울타리는 투명하다.
그 안에서 누구의 노래가 더 높이 울렸는지
누구의 노력이 더 빛났는지는
저 먼 곳에서만 들린다.
아이들은 묻지 않는다.
"이 바람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이 길은 나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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