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학 선생님의 두부썰
수학실모라는 것의 정체성 및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어제 쓴 글을 보충해보려 합니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이명학 선생님의 썰 하나 보고 가시겠습니다.
외국에서 받은 충격 #1-두부편 (youtube.com)
이 영상에서는 칼닦는 두부를 맛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코믹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이 두부는 그냥 칼만 닦으라고 갖다놓은 것인데,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던 어느날,
사람들이 너도나도 문득 칼닦는 두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하나 둘씩 호기심에 이걸 먹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손님들 사이에 이 두부가 맛있어야 찐맛집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몇몇 레스토랑도 이러한 손님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
칼닦는 두부에 간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메인 요리로 내세웁니다.
그 결과, 손님들도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이 칼닦는 두부가 얼마나 맛있는 지에 주목하게 되는데요.
칼을 닦은 후 이 두부를 맛있게 먹어야 메인요리도 잘 소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레스토랑 맛집=칼닦는 두부 맛집
으로 통하게 됩니다.
이상, 현재 수학 실모 메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예시로 들어보았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수학 실모를 선택할 때
개별 문항의 퀄리티가 좋은가? 배울점이 많은가?
등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요소들이,
위의 예에서 '칼닦는 두부의 맛'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실전모의고사는 100분이라는 시간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시간을 정확히 재고,
100분동안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체크하면서
부족했던 사항들을 복기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쉬운 문제 같은데 풀이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일단 넘어갈 지 조금 더 붙잡을 지 자신만의 기준 세우기.
다른 문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마인드컨트롤 하는 연습 등등...
풀이방향은 보이는데 계산실수가 계속 나올때:
자신의 풀이에서 계산실수를 잡아내는 연습, 그 과정에서 긴장하지 않고 의연함을 유지하는 연습 등등...
풀긴 했는데 정답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때: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검토하는 방법 고민,
만약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다른 문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어떻게 마인드컨트롤을 해야할 지 고민 등등...
이 외에도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합니다.
특히 수학실력에 비해 점수가 나오지 않는 케이스라면 더더욱 다양한 훈련 소재가 있겠죠.
이러한 연습을 하려면,
실전모의고사는 수능과 유사한 난이도와 단원 배치, 문항의 서술을 하고 있어야할 것입니다.
이 30개의 문항은 그저 여러분들이 실전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재료일 뿐이에요.
개별 문항 자체로 어떤 수학적인 교훈이나 가르침이 적더라도
이런 훈련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계산실수는 소위 배울점이 많은 문제에서만 하는건 아니죠.
오히려 그와 정 반대인, 계산량이 다소 많은 문제에서 계산 실수가 나기 쉬울 것이고
이 문제가 더 좋은 훈련 재료가 될 것입니다.
(물론 계산량이 너무 많으면 수능과의 유사성이 떨어지겠죠. 그래서 '다소 많은 문제'로 한정하였습니다.)
또한 풀었는데 확신이 없는 상황은, 수학적인 교훈을 주는 문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문제들이 저마다 수학적인 의미와 교훈을 담고 있으면
아무래도 난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그와 별개로 수능시험지와의 유사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수능은 출제자들이 여러분들에게 수학적인 의미와 교훈을 가르쳐주는 시험이 아니라,
0점부터 100점까지 줄을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배울점이 있는 문제들도 출제되지만,
어떻게 하면 만점자 수나 등급컷을 원하는 수준에 맞춰서 줄을 잘 세울 수 있을 지가 중요한 시험입니다.
따라서 저는 실전모의고사에서
문항 하나하나마다 여러분에게 어떤 수학적인 교훈이나 가르침을 줄 필요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칼닦는 두부는
칼을 넣었을 때 뭉개지지 않도록 어느정도 단단하고,
칼이 잘 닦일 수 있도록 깨끗하면 될 것입니다.
맛있는 두부가 먹고 싶다면 두부를 요리하는 식당을 가면 되지,
레스토랑에서 칼닦는 두부를 먹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문제로부터 수학적인 교훈이나 가르침을 얻고 싶다면
N제나 인강 교재 또는 기타 시중 문제집에서 찾으면 충분히 많을텐데
이걸 실전모의고사에서까지 찾아야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제가 2020년에 모 카페에 썼던 것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원본은 2018년 오르비에 있구요.
(링크: https://orbi.kr/00018649894 )
이렇게 4~6년전의 저는 변화하는 실전모의고사 시장에 대해 의문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것이 도움이 되니까 유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실전모의고사라는 것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동안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수학 실모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어제 쓴 글에서와 같습니다.
즉,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꼭 두부로 칼을 닦을 뿐만 아니라 그걸 맛보는 것도 학습에 도움이 되지만,
(실모 한 세트를 푸는게 재미가 있고, 집중이 잘 되며, 어렵게 나오는 시험을 대비할 수 있고,
여기에 모래주머니 효과까지.)
그외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두부의 맛까지 볼 필요가 없고 두부로 칼만 잘 닦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그 두부의 존재 이유이니까요.
이러한 점을 떠올리면서 실전모의고사를 학습해보시면 어떨까하여 몇 자 더 적고 갑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악명높은 이감 제대로 데여보겠음
-
오공완 0
이제 쉴거야
-
차라리 여자대상으로 국방세라는걸 걷으면 좋겠음. 지금 저출산인 이유가 젊은이들...
-
앉아있다가 일어나기만 하면 피냄새남.. 특유의.. ㄹㅇ 빈혈이랑 저혈압 둘다 있어서...
-
젤많이 기부한사람 인스타맞팔 해주고 밥사줌
-
어려운 거 맞지? 점수 나락갔는데ㅋㅋㅋㅋㅋ
-
키센스 23일에 출발이면 25~26 일쯤 시작할것같은디 그 전까지 뭐하는게 좋을까요...
-
저랑 메가패스 같이 공유하시면서 쓸분없나여
-
ㅈㄱㄴ
-
메가패스 4
가격 제시 ㄱ
-
요즘에 비염때메 머리가 무겁고 아프고 뇌에 힘이 안들어가서 집중이 안되고 좀...
-
빡모 ㅇㄸ 0
진짜 풀면 스트레스 ㅈㄴ 받아서 빡빡이 되냐
-
그냥 근본적인 독해력 부족,실력 부족인데… 뭔가 계속 ‘시험지 운영 방식’으로만...
-
헤어지고 언팔했다가 뭐하나 궁금해서 다다음주쯤 친구폰으로 계정 검색해봤는데 남친이랑...
-
4000부 판매돌파 지구과학 핵심모음자료를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1위)...
-
이거 너무 궁금한데 추측성 답변도 괜찮으니 아무나 답해주실 분 0
https://orbi.kr/00069211900
-
레어팝니다~ 0
팝니다~
-
지금 어디 진도 나가고 있나요? 파이널 테크트리는 현장기준 언제 개강인지 아시나요?
-
탈릅하면 5
정말 계정 다시 못만들어?
-
요즘 심심할 때 자작 비문학 지문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데 피드백 받을 수 있는...
-
죄책감 오짐.. 3
ㄹㅇ 마라탕 너무 땡겨서 10시까지 할랫는디 9시에 나옴ㅜㅜㅜ (10시까지...
-
X, Y 세포도 체세포에 속하나요??
-
한양대 논술 2
한양대 정외교 논술 실질 경쟁률 그냥 대충 어림잡아 어느정도일까여 분명 허수도 있겠죠……
-
교재캐시 1
대성 교재캐시 어캐삼
-
심심한 수학 학원 강사입니다. 공부 방향성 질문 받아드립니당 5
댓글이나 쪽지 남겨주시면 답장해드리겠습니당
-
기습 ㅇㅈ 22
펑
-
드릴 5가 끝나면 그 다음으로 가기에 가장 좋은게 무엇인가요? 감사합니다 ㅎㅎ
-
개설하면 EBS 레전드 강의 된다
-
대성패스 없어서 4규 교재만 사서 풀려고 하는데 해설지가 있어서 인강 없이 해도...
-
3회치 전과목을 6만원에? 거진 뭐 오르비 모고 배포 수준
-
점점 맞말 같아짐...
-
국장 2유형은 학교 장학이라 때갈려나? 그거말고도 2학기때 학교 장학금 받아서...
-
고2 9모 25522 (생윤/사문) 나왔는데 수능 선택은 언매 확통 생윤 사문 할...
-
마더텅 돌리다가 혼자 자이만 풀려니까 진도가 안나가서 그냥 강의 들으면서 하려고...
-
알려주세요 수학황님들...!
-
본인도 갈 예정
-
선생님이나 재능 문제라기보단 국수영하느라 그냥 공부를 안 한 거 아님?
-
공부하기 싫어서 일찍 대학 가는거 엇캐 생각하시나요 5
현 고1이고 중학교 자퇴하고 고졸 검1고까지 보고 고등학교 입학한거여서 올해 수능...
-
재호 저분은 1
국어가 66인데 왜 사문 생윤을 하신거임? 쌍사, 쌍지같이 한만큼 나오는 과목이 낫지 않나?
-
다들 화이팅 0
정신 차려야해
-
누가 더 좋음?
-
담임이 수시 수험번호 내라고 하는데.. 내 결과를 굳이 알려줘야하나싶네여 수험번호랑...
-
눈금실린더를 느금실린더로 봤어요..
-
채점하고 유기하면 딱 좋음 점수 안나와서 그러는거 맞음
-
아 과하싫 0
과제하기 싫어
-
어려운게 맞는건가...
칼닦는 두부 썰 개웃긴데 ㅋㅋㅋㅋ
이명박으로 봤다
감옥갔다와서..
불미아가..
마파두부덮밥 땡긴다
이명학쌤 저번에 두부 외상으로 사가시는거 봤어요!
님아.
…;; 부끄러운 줄 아세요
아 나도 하려다 참았는데 이눔아
좋은 글에 개추 누르고 갑니다 !:)
두부두부두부 으쌰으쌰으쌰으쌰
와.. 비유가 정말 .. 잘 읽었습니다
이두부 맛있게 맵다!
결론은 기출이다인가욤
순두부도 되나요?
취두뷰면 어떻게함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