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506 인문 지문 분석
6모 인문 지문과 문제들을 함께 살펴봅시다. 한 문단씩 끊어가며 갈테니, 함께 읽으면서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가)부터 출발해봅시다.
1문단에서는 전통적인 윤리학과 에이어의 입장을 비교-대조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윤리학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함이 문제로 제시되는데,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이어는 도덕 문장이 “참과 거짓이란 성질(진리적합성)을 가지지 않는다.” 즉,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에이어는 주장합니다.
2문단에서는 구체적으로 왜 진리적합성을 가지지 않는지가 제시됩니다. 진리적합성을 가지려면 분석적 문장이거나, 종합적 문장이여야 한다고 하네요. 그럼 이 두 가지 유형이 모두 될 수 없음을 증명하면 도덕 문장이 진리적합성을 가질 수 없음이 증명되는건데, 딱 이 흐름으로 2문단의 논의가 전개됩니다. 우선 분석적이지 않음이 먼저 제시가 됩니다. 요건 글에 제시된대로 읽으시면 충분합니다. 그러고 나서 “경험적 관찰”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맥락적으로 이는 종합적 문장이 아님을 증명하는 부분이 되겠네요. 이렇게 도덕 문장은 분석적이지도, 종합적이지도 않기에 “진리적합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참고로 2문단의 논의 과정은 2209의 반자유의지 논증에서 오는, ”선결정/무작위 가정의 부정“과 굉장히 궤가 비슷합니다. 그 지문에서도 선결정 가정과 무작위 가정을 각각 부정함으로써 반자유의지 논증을 반박하는 흐름으로 내용이 제시되는데, 해당 지문을 2문단과 오버랩해서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3문단부터 본격적으로 도덕문장에 대한 에이어의 생각들이 제시됩니다. 에이어에 따르면 도덕 문장은 정서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도덕 용어의 두가지 쓰임에 대한 논의를 펼칩니다. 여기서 주의하셔야할 것은 “도덕 문장”과 “도덕 용어”의 범주를 구분하셨어야 합니다. 기술적 용법은 도덕 용어의 사실적 기술이지, 도덕 문장이 아닙니다. 그래서 도덕 용어의 두 가지 사용 방식들 중 기술적 용법은 도덕 문장이 돨 수 없고, 도덕 문장은 표현적 용법으로만 사용됩니다.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이 예시에서 이어지는데, 예시는 가볍게 읽고 넘어가셔도 충분합니다.
사실 (가) 자체는 어렵다고 보긴 힘듭니다. 다만 이 내용이 (나)와 연결되면서 난이도가 급등하는데, 함깨 (나)를 읽으며 어떻게 가/나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읽었어야 했는지 생각해봅시다.
(나)의 초반부에선 전건 긍정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기출에 나온 적이 있는 내용이기에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그러면서, P 자리에 정서적 표현이 들어갔을 때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왠지 (가)에서 나온 에이어의 논의가 떠오르셨어야 합니다.
“귤은 맛있다.”라는 문장은 화자의 주관적인 감정을 나타냅니다. 한편 “귤이 맛있다면 귤은 비싸다.”라는 논의에서 등장하는 “귤은 맛있다.”라는 말은, 본인의 감정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귤이 맛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가)의 내용과 연결해보자면 전자는 표현적 용법의 서술, 후자는 기술적 용법의 서술로 볼 수 있겠네요. 이렇게 예시를 읽어내면 “P이다.”에서 나오는 P의 의미와 “P이면 Q이다.”에서 나온 P의 의미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조금 더 잘 이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예시가 앞에 있더라도, 뒤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진술이 이해가 안되었다면 앞으로 돌아와 예시와 연결해보셨어야 합니다.
어쨋든 두 P의 의미가 다르기에, 밑줄 ㄱ과 같이 문제가 발생하네요. 전건 긍정 규칙 은 p->q가 참이고, p가 참이면 q의 참이 보장되는 내용인데 에이어의 논의처럼, 도덕문장이 정서적인 의미만 갖는다면 두 p의 의미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직관과는 다르게 전건 긍정의 참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표절이 나쁘다면 표절을 돕는 것은 나쁘다.“라는 p->q 구조의 문장과, “표절은 나쁘다.”라는 p이다 구조의 문장이 참일 때, “표절을 돕는 것은 나쁘다.”는 q도 맞다는 것이 우리의 직관이지만, 두 문장에서 나오는 ”표절은 나쁘다.“라는 말의 의미가 다르기에 우리의 직관과는 다르게 해당 문장의 참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기서도 앞과 마찬가지로 개념과 예시를 연결하셨어야 깊은 이해가 가능하셨을 겁니다.
이런 일련의 논의들을 거쳐, 에이어의 도덕 문장에 대한 견해와 전건 긍정 규칙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둘 중 하나는 깨져야겠죠. 그리고 그에 대한 논의가 2문단에서 이어집니다.
”표절은 나쁘다“라는 문장이 표절이라는 대상에, 나쁨이라는 속성을 부여했다는 내용이 제시되네요. 여기에서 ”속성을 부여했다.“라는 말을 보면서.. (가)의 2문단에서 나왔던 분석적 문장이라는 말이 떠올랐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표절“이라는 대상에 술어인 ”나쁘다.“라는 말이 내포되어ㅜ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에이어와 다르게 진리적합성을 갖는다고 주장하네..?“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이에 대한 설명을 여기에선 ”판단적“이라는 표현으로 제시해주네요.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 문장이 사용되더라도, 이는 판단적이기에 전건 긍정규칙을 만족시키게 됩니다. 도덕적 문장은 ”판단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p이면 q이다라는 표현과 p이다라는 표현에서 p의 차이를 새롭게 제시합니다. “귤은 맛있다.”라는 문장은 화자가 직접 의미를 부여하는 분석적 문장이지만, “귤이 맛있다면 귤은 비싸다.”라는 문장에서의 “귤은 맛있다.“는 화자가 직접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판단적 본질(화자가 대상에 속성을 부여)는 “발현”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판단적 본질이 사라진건 아닙니다. 즉, 판단적 본질의 발현 유무는 두 문장에서 다를지라도, 판단적 본질의 존재유무는 두 문장에서 서로 동일하기에 두 문장의 의미가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건 긍정규칙은 부정되지 않고, 에이어가 주장한 ”도덕적 문장은 정서적이고, 진리적합성을 가지지 않는다.“라는 것이 부정되는 겁니다.
조금 예쁘게 정리하자면.. p이다와 p이면 q이다에서 각각의 p는 에이어에 따르면 표현적 용법으로써의 사용/기술적 용법으로써의 사용으로 서로 구분되지만, (나)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도덕 문장은 참/거짓의 판단이 가능한 판단적 문장이기에 전자에서와 후자에서 판단적 본질의 발현 여부는 다를지언정, 판단적 본질의 존재 여부는 동일합니다. 그래서 두 p의 의미는 동일합니다. 즉 (나)는 에이어의 주장들 중 ”도덕 문장은 분석적이지 않다.“라는 전제와 ”도덕 용어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라는 결론을 모두 부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비판-반박의 포인트까지, 비교-대조를 기반으로 잡았어야 이 지문을 온전하게 이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지문의 내용을 예쁘게 구조도로 정리햐보면 아래와 같이 표현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비판-반박의 구조는 2211의 헤겔, 2309의 아도르노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한 번 그 지문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비판/반박의 포인트를 찾아보며 독해하시고, 이 지문에서 본인의 문제접이 무엇이였는지 진단해보시기 바랍니다.
12번 문제부터 살펴봅시다. 해당 문제는 정답 선지만 살펴보자면, 도덕적 용어의 구분은 ”사실의 종류“에 따라 구분되지 않습니다. ”사실을 서술하냐, 감정을 서술하냐“에 따라 구분됩니다. 상하관계의 범주를 정확하게 구분했어야만 하는 문항이 되겠습니다.
13번은 A의 논의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묻는 문항입니다.
1-4의 내용은 모두, ”귤은 맛있다.“라는 문장이 p->q에서 쓰이든, p이다에서 쓰이든 관계없이 항상 판단적 본질을 가진다는 논리에 의해서 틀렸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논의를 그대로 서술하고 있는 문장은 5번 뿐이네요. 사실 주장만 정확하게 이해했어도 틀리면 안되는 문제입니다.
14번은 전반적인 흐름을 묻는 문항인데 정답 선지인 4번만 살펴보자면, 에이어는 도덕 문장이 진리 적합성을 가진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굳이 따지면 도덕 용어가 기술적 용법으로 사용됐을 때 진리적합성을 가질 수 있는데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도덕 용어의 기술적 사용은 도덕 문장돠 점주를 구분하셨어야 합니다.
15번 부터는 글을 정확하게 독해했는지 몯는 문항입니다. 비판의 포인틀르 정혹하게 잡아냈어야 편하게 플 수 있었을 것 같네요.
1. 전건 긍정식이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에이어의 견해에 따르면 타당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ㄱ에서 제시한 문제점의 원인이였습니다. 따아서 해당 선지가 맞는 선지가 돠려면 “직관적으로 타당해보이지만 에이어에 따르면 타당하지 않다.”라는 서술이 포함되었어야 합니다.
2. 전건 긍정과 정서적 서술은 양립할 수 없는게 맞습니다.
3. 전건 긍정식이 타당라려면 두 전제에서 나타난 내용은 일치해야하죠. 에이어에 따르면 두 문장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해당 문제점의 시작점이였습니다.
4. 개인적 선호를 나타내는 문장도 정서적 문장이기에,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재점이 맞습니다.
5. 이게 A의 반박이죠.
16번은 문제는 거창하지만 실상으론 두 입장이 부합하는지, 부합하지 않는지만 구분하면 되는 문항이였습니다. 보기의 입장은 도덕 문장이 태도, 즉 정서에 대한 논의라는 입장이기에 이는 에이어와 유사한 입장입니다. 그렇기에 1번에서 바로 틀렸습니다. 에이어와 보기는 서로 양립할 수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죠. 이 포인트를 잡고 손가락을 거는게 이상적입니다.
긴 글 닑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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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이 지문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라 현장에서 매우 빡셌네요..
안녕하세요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댓글 남겨요
16번에 1번 선지를 단순히 도덕 문장=정서, 태도로 생각하면 맞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나)에서 에이어의 입장을 고수하려면 조건문에 도덕문장이 포함되어선 안된다고 하는데 선지처럼 도덕문장이 표현적 용법으로 쓰인다는 주장은 도덕문장을 포함하는 조건문 자체를 만들 수 없어서 상충한다고 할 수 있지 않나요…
16번 선지에서는 에이어라는 언급이 없습니다.
도덕문장이 태도나 감정을 표현한다라는 이 주장만을 생각하시고 문제를 푸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에서의 에이어의 견해 고수를 위한 두가지 방법은 에이어 본인의 주장이 아닙니다.이에 대한 에이어의 입장은 지문에 없습니다.
생각이 일치하네요
결국 ㄱ과 에이어는 같은 입장이라고 보는게 맞는건가요?
제가 너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에이어 입장에서 표현적 용법은 진리 적합성을 지니지 않는데 'P이면 Q이다'와 'P이다' 중 후자의 P가 표현적 용법이라면 진리 적합성을 못 가지니까 참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러면 ㄱ의 내용인 "전건 긍정식임에도 두 전제의 참이 결론 'Q이다.'의 참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닌가요?? 두 전제 중 'P이다' 는 참이라고 할 수가 없는 문장이 되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