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4 수능 "잊는 것이 어쩌구" 지문 분석
안녕하세용
오늘은 2024수능 국어에서 가장 어지러운 지문으로 꼽혔던 유한준의 잊음을 논함을 다뤄볼까 합니다.
약간 뒷북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저는 이 지문이 자기 점검을 하기에 정말 좋은 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읽어보시죠.
읽어 보셨나요?
사실 이 글은 첫 문단만 제대로 읽으면 어려울 것이 하나 없는 글입니다. 저와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너는 잊는 것이 병이라고 생각하느냐? 잊는 것은 병이 아니다.
첫 두 문장은 명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작가는 잊는 것은 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너는 잊지 않기를 바라느냐?
결국에는 첫 문장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는 것이 병이 아닌 것은 아니다.
부정어가 여러개 나오면서 어지럽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선 작가의 주장을 통해 이 문장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잊는 것은 병이 아니라고 했으므로 잊지 않는 것은 병이라고 하겠죠.
그렇다면 잊지 않는 것이 병이 되고, 잊는 것이 도리어 병이 아니라는 말을 무슨 근거로 할까?
이 문장은 '~라는 말을 무슨 근거로 할까?'만 제대로 읽어도 좋습니다. 앞선 주장의 근거에 살을 붙이려고 한다는 사실만 알면 되기 때문이죠.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
잊어도 되는데 못 잊는 것 때문에 잊지 않는 것은 병이라고 하네요. 납득이 갑니다.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병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잊어서 안되는 것을 잊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이 옳을까?
이 문장은 복잡해 보이지만 이 문장이 하는 역할과 의미만 알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를 가정하고, 틀렸음을 증명하곤 하곤 합니다. 여기서도 그와 마찬가지로...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 작가가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상황
병이라고 치자 > 그 반대 상황을 가정
그렇다면 잊어서 안되는 것을 잊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 가정을 기반으로 한 추론
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 그것으로 인한 문제점
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다시 한 번 지문을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어떤가요, 지문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바뀌었나요?
이 지문은 어렵다고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이 상당히 갈리는 지문입니다.
저는 그 차이가 지문을 의미단위로 읽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단어만으로 글을 읽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정보(작가의 주장과 같은 것)와의 관계를 통해 독해 속도를 비약적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글은 결국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적힌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문장을 읽을 때도 이 문장이 작가의 주장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이렇게 읽어야 문장의 복잡함에 현혹되지 않고 어려운 문장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었으면 가기전 개추 하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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