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해리케인 [763843]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3-03-11 17:03:45
조회수 12,193

[과외 칼럼] 여러분이 생각하는 공부 재능이 틀린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faitcalc.orbi.kr/00062377301


 누가 최상위권이 되는가? (1부) 


세부 내용들은 학생의 신상 정보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들어갑니다.



제 경우 경력이 6개월을 넘어갈 때쯤부터 문의하는 과외생들의 성적대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20년 여름부터 전교권 성적대의 학생들, 혹은 의대 지망생이거나 적어도 유베이스의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주로 문의를 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부턴 왜인지 모르겠으나 국어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 왔네요. 



결과를 보여준 학생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학생이 있습니다.



한 학생은 수리과학적 재능이 탁월합니다. 

고2 때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을 별로 준비 안 한 채 서성한을 합격했으면 말 다했죠.


다른 학생은 공부를 정말 잘합니다. 

전교권 학생이 갖춰야 할 특유의 성실성이 돋보였고 사고의 지구력과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두 학생 모두 좋은 의대를 합격했으나 첫 번째 학생은 서울대 높은 공대를 진학했네요.


오늘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학생은 우선 첫 번째 학생입니다. 

A라고 합시다. 





때는 21년 여름

6평이 끝나고 한창 더위에 시달리기 시작할 때입니다.

여느 때처럼 침대에 뒹굴며 쌓여있는 할 일들의 압박에 스트레스만 받고 있던 밤입니다. 



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은 1-2 진동

A는 국어만 3등급인 채 찾아왔습니다. 

다른 과목들은 어떻게 공부할지 알겠으나 국어만 잘 모르겠다고 하네요.





탐구가 물리2 지구1이고 수학이 100점이라 수리과학적 적성만 존재하던 제 학창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보통 이런 학생들이 제 독해법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 기대가 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과목만 하고 성실성을 잘 보이지 않았던 수험생이 대부

분이던 기억이 있기에 내심 우려가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학생은 대면 수업이었습니다. 학생 또한 광주 부근 도시에 살지만 거리가 가깝진 않았으나, 매번 차를 타고 저희 학교에서 수업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여름방학이었기에 빈 강의실에서 여유롭게 수업을 했어서 서로가 편했던 것 같네요. 



학생의 첫 상태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3등급치고는 나쁘지 않은 실력, 그러나 깊이 없는 독해


일관 되지 않은 지문 위 표시


평가원적 서술과 출제에 익숙하지 않은 독해 틀


글씨체부터 느껴지는 전형적인 수학과학 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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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필기 했던 수업 날들의 흔적...


 







첫 해설에서 신기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솔직히 제 수업이 처음 듣는 학생들은 진입장벽이 높고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부단히 해설 스타일을 수정했고요. 그땐 이게 좀 거칠던 시기였는데, 빠르게 알아듣는 겁니다. 알아듣는 건 사실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전까지 독해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고 이들 모두 알아 듣는 건 잘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친구는 하나를 알려주고 그 다음을 예측합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안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습니다. 




가르치다 보면, 하나를 배워서 둘을 안다는 게 얼마나 큰 재능인지 압니다. 


하나를 알려주고 1.2만 알아도 수재입니다. 둘을 알면 영재고요. 그 이상을 알면 천재죠. 이 학생은 수재에서 영재 그 사이였달까요. 참고로 성실한 학생들은 0.8, 평범한 학생들은 0.5를 가져갑니다. 공부에 재능이 없는 학생은 그 이하에서 음수까지 갑니다. 




그래도 아직 사실 딱히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저는 뛰어난 두뇌를 믿지 않습니다. 성적 향상은 뛰어난 두뇌에 기댈 것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기대를 안 하게 만든달까요. 뛰어나다라는 말이 조금 어색한 지능에, 꾸준하고 밀도 있는 성실성을 가진 학생들이야 말로 공부에 가장 큰 재능을 보입니다. 자신의 높은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지능에 갈증을 느껴 특유의 성실성이 더욱 몰아붙이기 때문이죠. 




두 번째 수업, 이 학생은 달랐습니다. 


수업 특성상 매번 이전의 수업 내용을 모두 압축하여 10분 간 백지복습을 하는데(사실 여기서 공부 재능이 다 드러납니다.) 복습에서 보이는 이해도가 남달랐습니다. 첫 수업 내용을 연계한 지문을 줘봤습니다. 저번 수업을 온전히 학습했음을 보였고 스스로가 알아서 제 해설을 유추해냅니다. 높은 정확도로요. 흥미가 돋아 바로 더 어려운 다른 지문들을 가져와봤죠. 비슷한 태도를 쓰지만 어렵고 무거운 내용들을 다룬 지문입니다. 완벽하게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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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잘 정리해 본 세부 커리큘럼





제 수업은 기본 두 달 커리큘럼입니다. 조금 차분히 공부해야 하는 학생은 세 달, 빠른 학생은 한 달 반. 사실 두 달도 빠르죠. 많은 학생들이 두 달 좀 안 될 때부턴 인지 구조의 변화를 느낍니다. 아무리 명시적인 수업을 보여주더라도 양적 공부가 쌓여야 질적으로 변화됩니다. 





뭔가 다른 이 학생은 매 수업마다 괄목상대 했습니다. 


이전 수업을 다시 짚어줄 필요 없이 성실히 복습하고 체화한 뒤 알아서 연구해 오는 다음 수업 혹은 한 참 뒤의 수업의 일부까지 예습해옵니다. 수업은 아예 송뚜리채 달라져야 했습니다. 보통 학생들에겐 알려주지 않는 깊은 추론과 독해법, 배경지식들… 수업의 체계를 버리고 모든 필살기를 다 써봤습니다. 




아주 인상 깊었던 건 깜빡하고 숙제를 전송하지 못 했을 때였습니다.

보통 숙제는 미리 준비되어 있어 혹은 수업 때 다 만들어서 주곤 하지만 이날은 무슨 일인지 숙제를 안 줬던 겁니다. 그런데 다음 수업 때 A는 10개 가량 되는 지문을 분석해옵니다. 혹시나 해서 강의를 시작할 때 준 11개년의 독서 파일에서 알아서 수업을 예복습하기 위해 발췌해 풀어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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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의문의 문학 필기...




A는 다음 수업의 주제가 무엇인지도 모를 때도 스스로 예습해옵니다. 


사실 예습이 아닌 스스로 연구를 한 거죠. 제가 준 1에서 2를 만들어 낸 겁니다. 


실질적으로 이 학생이 제 커리의 대부분을 배워가는 건 3주가 조금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풀린 사설 모의고사는 96점


보나마나 백분위 99%






이 학생을 지도하며 저 스스로도 역량이 늘어가는 걸 느꼈습니다. 

교수법을 상당부분 바꾸게 된 계기가 됐네요. 

학생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철학도 변화했고요. 



제가 꺠달은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강사는 미리 짜여진 커리큘럼과 컨텐츠가 확실해야 한다. 모든 등급대의 학생들을 다룰 수 있도록 그 깊이는 깊을수록 좋다. 최대한 많은 수의 지문들을 즉석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짜여진 커리에 매몰되다 보면 학생의 성장속도를 둔화시킨다. 어떤 학생은 유연한 수업 구성이 훨씬 큰 효율을 보여준다. 특정 학생만을 위한 수업 준비 시간과 수업 퀄리티는 항상 비례하진 않는다. 


이는 학생의 성장 속도에 가속도를 더해주는 효과 또한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후 9월 평가원을 위한 모든 실모에서 아주 높은 1등급을, 컨디션이 안 좋아야 1컷의 성적을 가져옵니다






9월 평가원은 어땠을까요?

이건 이 학생이 제 수업을 수능 끝까지 따라가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재수가 아닌 삼수까지 했던 이유와 비슷했을지도 모르고요.

다음 편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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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칼럼들

수능 과외는 어떤 사람이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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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의 과외 경험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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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의 2020년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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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01:Re] 국어 19점에서 98%까지의 여정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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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 “19점에서 높은 1등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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