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angjn [518238] · MS 2014 · 쪽지

2015-01-05 22:56:22
조회수 2,838

과외 똑같이 해도 성적은 천차만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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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 대학원 수료하고 국어 전문 과외 하는데, 진짜 좋은 선생은 없다. 좋은 학생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 절실히 느껴지네요.

case1.
작년 고3 6등급 학생 -> 기본적인 이해력, 독해력 매우 낮음.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름
한 줄 읽으면 그 전 줄 까먹음
공든탑이 무너지랴나, 일석이조같은 기본적인 관용어구, 사자성어도 모르는 상태

진짜 가르치면서 너무 괴로웠는데 다행인 건 이녀석이 엄청나게 열정이 있었다는 것.
기본적인 독서력이 너무 안 좋아서 논리로 푸는 문제는 다 버리고
짧은 글인 화작+작문이나 암기로 풀 수 있는 문법이라도 다 외우게 만듦.
비문학이나 문학은 내용 파악이 안 되어도 풀 수 있는 서술방식, 시점, 기법(은유, 직유, 활유) 문제라도 다 풀 수 있게 만듦.
매일 모의고사 제대로 리뷰했는지 관리하고, 
메일로 하루에 세 지문씩 분석한 거 받아서 첨삭해줌.
내신 시험 때는 새벽까지 카톡으로 질문 주고 받고, 내가 문제 따로 만들어서 보내주면 밤을 새서라도 다 풀어서 메일로 보내줌.

이렇게 했더니 내신이 100등이 오르고, 모의고사도 3등급까지 올라가더군요.
주변 학생들이 다 경악했다고 합니다.-_-; 
물론 가르친 제가 더 경악
(물론 수능은 불수능이라 망ㅠㅠ 다만 본인은 항상 6등급이었는데 모의고사로라도 3등급 한 번 찍어본 것으로 만족하더군요)


case2. 고1 여학생
전과목 다 최상위 클라스.
다만 국어가 평균 점수를 다 깎아먹음.
애초에 국어를 별로 안 좋아하고, 국어 공부를 따로 안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얘는 널널하게 일주일에 하나씩 모의고사 풀게 하면서 본인이 그나마 좋아하는 비문학 위주로 돌렸습니다. 문학은 너무 힘들어 해서, 일단 개념어부터 숙지시켰네요.
그런데 9월 모의고사에서 4등급 컷트라인이 뜨면서 울고 불고 난리...
그래서 진짜 다시 한 번 죽도록 열심히 해보자고 엄청 설득하고
수업시간에 자신감을 찾도록 계속 칭찬해줬네요. 인생 얘기도 좀 하고..
그렇게 매주 모의고사 풀면서 스스로 문학 스토리 말해보기, 시어 분석하기 하면서 약한 문학을 집중적으로 팜 -> 애가 조금씩 흥미를 보임 -> 글 읽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풀어온 모의고사 점수가 2등급 대까지 오름 -> 결국 11월 모의고사 96%로 1등급 찍음.
1등급 나오니까 자기도 놀라서 엄청 좋아하더군요.
그 다음부터 수업 시간에 선생님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하면서 국어에 급흥미를 보이기 시작.
기말고사 대비할 때에는 아예 자기가 기출비에서 문제 찾아서 미리 풀어 오고 카톡으로 문제 물어보고 난리도 아니었음
결과는 기말고사 전교 1등..
학교 선생님이 원래 만점 안 나오게 문제를 내는데, 이번에 만점이 나왔다고, 그게 너라고 하면서 엄청 칭찬했다네요.
이제 완전히 국어에 흥미를 붙여서 벌써 고2 모의고사 문제집은 어떤 게 좋냐고 물어봄 ㄷㄷ
거기다 나한테 매사에 상담하고 자기 적성검사 결과까지 다 보여주고 조언받음 ㄷㄷ

case3.
얘도 다른 과목은 다 잘하는데 국어만 5등급...
다른 과목은 전교권에서 노는 애고, 국어만 좀 낮았네요.
같이 과외하면서 중간고사는 다소 성적이 올라서 100등대 -> 44등 찍었습니다.
그런데 기말 준비할 때부터 갑자기 애가 시름 시름 앓더군요.
졸고 정신을 못 차리고...
수업하다 쳐다보면 졸고 있고, 수업하다 쳐다보면 또 졸고 있고..
밤샘 공부한다는데, 그런다고 학교 수업도, 과외도 안 들으면...ㅠㅠ 그 비싼 돈 주고 뭐하러 과외를 듣냐고!!!
과제도 시간 없다고 제대로 안 해오고,
시험 전날 꼭 확인해보라고 보내줬던 예상 문제도 제대로 안 보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시 100등밖으로 밀려났네요.
ㅠㅠㅠㅠ 가장 신경썼던 애인데... 하 ㅠ0ㅠ


결론

1. 선생이 똑같이 가르쳐도. 애들 성적은 천차만별이다.
결국 선생이 어떻게 가르쳤냐 보다 애가 어떻게 수업했냐가 더 중요..

2. 성적 오르는 애들은 수업 중에 벌써 기미가 보인다
- 수업시간에 눈이 반짝 반짝합니다.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스스로 이게 왜 답인지 설명하게 해 보면 재미있어서 막 설명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수업 끝나고도 계속 카톡으로 질문합니다. 본인이 먼저 문제 보내달라고 요구합니다 = 이러면 100% 성적 급 상승.
- 수업시간에 좁니다. 질문이 없습니다. 왜 이게 답인지 설명하게 해보면 한참 멍때리고 모르겠다고 합니다. 수업시간 외에도 질문 없음. 과제 내주면 귀찮아 함 = 100% 성적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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