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음악도시, 마지막 편지
여러분, 우리는 음악 도시의 시민들입니다
매일 밤 열 두시에 이 도시에 모이는 우리들은 사실 외형적인 공통점은 그다지 없습니다
직업.. 뭐, 거주 지역.. 성별.. 주위 환경.. 이런게 다 달라요
그냥 우리의 공통점은 단 하나
제가 생각했을 때 아직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남들이 우리를 푼수라고 부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는거죠
# 02
저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어서
그 사춘기적인 우쭐함 (지금 생각했을 땐 그런데요)
그걸로 철학과를 건방지게 진학을 했었고, 그땐 학문에는 재주도 없었고,
가보니까 그런게 아니었고 해서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그 대답을 포기하고 그냥 잊고 사는게 훨씬 더 편하다는 걸 그런 거만 배웠습니다
# 03
그리고 음악 도시를 그만두는 이 시점에 와서야
그 질문에,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 대답은 우리가 왜 사는가하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아.. 뭐.. 자아실현, 이런 거창한 얘기 말고
그냥 단순 무식하게 얘기해서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
# 04
그리고 우리가 찾고 있는 그 행복은 남들이 "우와"하고 바라보는
그런 빛나는 장미 한 송이가 딱 있어서가 아니라
이게 수북하게 모여있는 안개꽃다발 같애서
우리 생활 주변에 여기저기 숨어있는
고 쪼그만 한송이 한송이를 소중하게 관찰하고, 줏어서, 모아서
꽃다발을 만들었을 때야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 05
우리가 음악 도시에서 나눈 얘기들은 정치, 경제 토론도 아니었구요
그냥 가족, 학교, 꿈, 인생 얘기였고 인류나 박애정신 그런게 아니라구요
부모, 형제, 친구들 뭐.. 실연이나 첫사랑 이런 얘기였잖습니까
이 하나 하나가 작은 그 안개꽃송이였던 거고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행복인거죠
우리는 은연 중에 그런 것들을 무시하도록 교육을 받았구요
더 나아가 세뇌를 받고, 자꾸만 내가 가진 거를 남들하고 비교를 하려고 그럽니다..
근데 자꾸 비교를 하면서 살면
결국, 종착역도 안식도 평화도 없는 끝 없이 피곤한 여행이 될 뿐이구요
인생살이는 지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이 여행이라고 치면 그 여행이 목적지에 도착하는게 아니라
창 밖도 좀 보고, 옆 사람하고 즐거운 얘기도 나누고, 그런 과정이라는 거
그걸 예전엔 왜 몰랐을까요...
# 06
많은 사람들의 이름하고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우리의 꿈 많은 백수, 백조들.. 제가 얼마나 백수를 사랑하는지
또 왕청승 우리 싱글들, 발랑까진 고딩들, 자식들보다 한술 더 뜨던 그 멋쟁이 푼수 부모님들
또 "여자친구의 완벽한 노예다!" 라고 자랑하던 그 귀여운 자식들
그리고 속으로는 속마음은 완전히 학생들하고 한 패인 선생님들
아이스크림가게의 아저씨, 또 청춘이 괴로운 군바리, 음악 도시가 자리를 잡고 나니까
신해철이 아니라 여러분이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거리가 됐었구요...
여러분들이 바로 나의 프라이고, 자랑이고, 그랬어요
# 07
자, 이 도시에서 우리는 혹시.. 혹시..
'남들도 나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있지 않을까' 라고
조마조마해 하던 것들을 사실로 확인했잖습니까, 이 도시에서
우리 국가와 사회를 현재 지배하는 이데올로기 있죠
인생은 경쟁이다
남을 밟고 기어 올라가라
반칙을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딴놈은 멀거니 쳐다볼 수 밖에 없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반납해라
인생은 잘나가는게 장땡이고
자기가 만족하는 정도보다는 남들이 부러워해야 성공이다
이런 논리들이요
우리는 분명 그걸 거절했었습니다
이곳은 우리들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도시구요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힘이 없어보이지만
우리랑 같은 사람들이 있다라는 걸 확인한 이상
언젠가는 경쟁, 지배 이런게 아니라
남들에 대한 배려, 우리 자신에 대한 자신감...
이걸로 가득한 도시가 분명히 현실로 나타날거라고 믿어요
잘나가서, 돈이 많아서, 권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대통령도, 재벌도, 우리랑 비교할 필요가 없을거구요
# end가 아닌 and
여러분들이 그 안개꽃다발.. 행복을 들고 있는 이상
누구도 여러분을 패배자라고 부르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언제나 승리자이고, 챔피언 일거거든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국어 기출 제대로 한번 분석해볼까 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하게 된다면 어떤식으로 보는게 좋을까요?
-
ISFJ 인식 궁금한데 23
님들 주위에서 본 적 있음...?
-
연재 재개 안 할 것 같은 예감 ㅠ
-
INTP 인식은 어떠냐 15
답변 고고혓
-
솔직히 먹어보면 2
물복하고 딱복은 전혀 다른 과일임
-
덕코 뿌릴게요!!! 11
-----------------------------------------------...
-
infp 인식 어떰 12
ㄱㄱ 남자임
-
물론 방구석에서 한거지만
-
릴파님 장례식입니다 16
-
나이 들어도 외로움 타는건 여전하네요.. 나만 시간이 멈춘 느낌....
-
김젬마 이미지 주예지 원정의T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
구리 던전 5개 돌았고 던전 하나 당 3개씩 털었는데 철퇴 재료 안 나오는 거 보면...
-
쓰는 거 나온적 있음?
-
프로그래밍 물리학 실험 빅데이터 분석 공학일반 인공지능기초 뭘 듣는 게...
-
안녕 9
그냥 나갈거면 조용히 나가면 안되냐는 놈들은 조까라 하셈 그리고 어차피 네임드도...
-
제목 그대로 인데요.. 올해 6모 85점(확통)이고 지금까지 푼 N제들 정리하자면...
-
연애기원 25일차 16
-
읍면리 학생들 1일 먼저 신청하고 나면 인기과목은 다 마감인데 대체 다들 어떻게...
-
물복/딱복 논쟁 12
-
이거 느낌이 수지가 부른 연세여 사랑한다 처음 볼 때 느낀 느낌임...
-
기출문제와 쉬운 난이도의 사설(어삼쉬사, 땅우N-1 등등) 그리고 교육청 문제들까지...
-
하루에 사탐만 2시간정도만 해도 ㄱㅊ을까요? 9모에서 둘다 11 나오려면 좀 더 해야하나요??
-
아니면 과목별로 하나씩 도장깨기?
-
이거 왜케 어려움요 11
단순해 보이지만 갈피를 못잡겠는 문제네요
-
Ladies and Gentlemen, My name is Ryan from...
-
낼부터 다시 빡세게 달려보자
-
7덮 지구 0
이번엔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지구 이넘이 기어코 사고치네. 4덮 수학 5덮 국어...
-
햇사레도 좋은데 강원도 쪽 복숭아 한번 드셔보세요 요즘에 장호원 일교차가 그리 크지...
-
수학풀다보면 10
시간이훌쩍가잇네 탑툰이랑 투믹스만 보구자야겟다
-
ㅇㅇ
-
올5~6등급 3
안녕하세요 6평 사탐 빼고 5~6등급 받고 7덮 국어도 30점대입니다… 그냥...
-
수2 4규 2
다 푸는데 얼마정도 걸리나요?
-
물론 그분이 먼저 말 놓아도 괜찮을까요 라고 물어보셨고 제가 동의는 했지만 완전...
-
수특나오기 전에 문제 만들어서 그런가
-
동생 꺼 몇개 풀어보눈데 왤케 막히냐
-
영어 수특 듣기 실전모 1회 13~17번 (이하 중학 10일완성) 강의...
-
현역 국어 0
국어 모고는 항상 1 언저리로 나오는 현역입니다 (3모: 기억안남, 5모: 100,...
-
5 1 1 1 1 10
국어 5 표점100 수학 1컷 표점 130 근데이제 탐구가 투투에 표점 100...
-
아 국어수학에 계속 우선순위가 밀려서 너무 안하는 것같아서 불안하네요 ㅠㅠ
-
징징거리는 글이 많았는데 지금은 컨텐츠는 많아졌는데 화학 하는사람이 없네 다시 돌아와주라
-
선선할 때 하면 좀 좋을까 예쪽아..
-
흑인 되고 싶다 4
영혼은 블랙
-
응? 약자같은데
-
생2는 역대 커로 지2는 천체 다맞고 앞단원 암기 까먹어서 틀림ㅋㅋ 다시...
-
다때려쳐 2
ㅇㅇ 하...
-
궁금쓰…
-
표점이 어떨지
-
올해도 고려대 문과여도 과탐 변표가 사탐보다 훨씬 높게 잡히려나요... 그래도...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