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사문] 제2화 - 아이돌 뮤직의 세대 구분 (2)
[1] 90년대 댄스그룹과 아이돌 그룹의 차이
90년대 가요 시장에서 댄스그룹과 아이돌그룹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1998년에 데뷔한 3인조 그룹 코요태는 왜 혼성 댄스그룹이라 부르면서
1998년에 데뷔한 4인조 그룹 핑클은 왜 아이돌그룹이라 부를까요?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 우후죽순 나타난 댄스그룹들은
나이트클럽이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댄서나 DJ가 기반이 되었습니다.
박남정의 백댄서였던 현진영과 현진영의 백댄서였던 양현석과 이주노
문나이트의 댄서였던 강원래와 구준엽
유명 나이트의 DJ였던 신철과 그의 소개로 만나 이하늘과 정재용은
각각 서태지와 아이들, 클론, 철이와 미애, DJ DOC를 결성했죠.
코요태의 김종민은 엄정화의 백댄서였던 프렌즈 출신이고
R.ef의 성대현은 문나이트의 DJ 출신이었으며
룰라의 이상민은 듀스의 김성재, 이현도는 모두 문나이트 댄서 출신이죠.
이들 댄스그룹들은 데뷔 전부터 서로 알던 사이인 경우가 많았으며
같은 장소에서 이름을 날리던 언더그라운드 스타였습니다.
그에 반해, 아이돌그룹은 기획사의 주도로
전국에서 소위 '춤 잘 추는 학생들'과 '노래 좀 하는 학생들'을 모아
시너지를 발휘할 조합을 찾고 데뷔시킨 그룹입니다.
때문에 멤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기획사가 그려놓은 큰 그림이 있고
기획사가 노리는 "고객"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상 첫 인기 아이돌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H.O.T"는
십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이름부터가 "Highfive Of Teenagers"의 준말인 데다가
데뷔곡인 "전사의 후예"는 학교폭력을 비판하는 강렬한 가사로
십대 청소년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안무와 패션 역시 십대들의 인기를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90년대 말 사이버틱한 의상에, 이전엔 없었던 화려한 춤이 곁들여져
아이돌그룹은 전례없는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90년대 댄스그룹이 힘을 완전히 잃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세대 아이돌이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에도
쿨, 코요태, DJ DOC, 터보, 클론 같은 많은 댄스그룹들이
아직 숱한 히트곡들을 발표하며 여전히 큰 인기를 누렸다는 겁니다.
이들 댄스그룹이 완전히 아이돌그룹에게 자리를 내준 것은
2007년 2세대 아이돌 후발주자들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가요계를 독식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1세대 아이돌의 특징 - 내적 요인
(a) 연습생 시스템의 도입
앞서, 아이돌그룹은 멤버 선정 단계에서부터 기획사가 관여함을 이야기했죠.
처음에야 동네마다 춤으로 유명했던 학생들이 꽤나 있었을테니
스타성 있는 사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을 테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이렇게 한 명 한 명 구하러 다니는 것은
시간도 비용도 노력도 너무 많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에 각 기획사들은 그들이 구상한 컨셉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닌,
잠재력 있는 사람들을 모아
이들을 회사 내에서 트레이닝시켜 컨셉에 맞게 기르는,
이른바 "연습생" 시스템을 도입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재야에서 노래 잘한다는 사람들을 보컬 트레이너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춤 잘 추는 사람들을 안무 트레이너로 섭외하고
비주얼이 좋거나 스타성이 있는 아이들을 아이돌 멤버로 기르게 됩니다.
같은 회사 내 연습생들은 자동적으로
동일한 보컬 선생님께 노래를 배우고, 동일한 안무 선생님께 춤을 배워
서로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는 곧 기획사별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일종의 공통성을 갖게 됩니다.
SM계열은 유영진 이사의 보컬을 모방하게 되고
YG계열은 힙합 요소들을 노래에 첨가하게 되고
JYP 계열은 흑인음악과 그루브를 중시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같은 회사 내 다른 그룹이어도 연습생 생활을 같이 한 이들이 늘어나
소속사별로 선배와 후배들이 소속감과 연대감을 갖게 됩니다.
이때 당시만 해도 아이돌판이 그렇게 광범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서는
연습생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도 진행하게 됩니다.
길거리 캐스팅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던 오디션 방식은
또 다시 기획사별 특징을 배가시키게 됩니다.
(b) 포지션과 코레오그라피
90년대 댄스그룹들 역시 안무는 있었습니다.
90년대 댄스그룹들은 데뷔 전부터 이름난 춤꾼들이거나 DJ들이었기에
춤 실력에 비해 노래 실력이 그다지 좋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보컬을 전담할 멤버를 찾기 위해
자기들이 활동하던 나이트클럽이나 언더그라운드 씬을 뒤져
멤버로 영입하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DJ DOC의 김창열, 스페이스A의 김현정 등입니다.
그에 반해, 아이돌그룹은 기획사가 직접 멤버들을 꾸렸습니다.
기획사가 보컬 포지션을 정하고 댄서 포지션을 정했습니다.
이때 댄서 포지션 역시 노래를 일부 가창해야 했고,
보컬 포지션 역시 댄스를 무대에서 직접 추어야 했기 때문에
음악의 프로듀싱 단계나 안무 기획 단계에서 그러한 상황이
고려되기 시작했습니다.
음치인 댄서들은 래퍼 포지션을 받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랩이었던 홍서범의 김삿갓은 1989년에 발매되었으므로
1990년대 중반은 아직 국내에 랩이 소개된 지 10년이 채 흐르지 않은
상당히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딕션, 플로우, 라임...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고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 댄스음악에 랩을 넣는 것이
세련됨의 아이콘처럼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댄스그룹은 물론 아이돌그룹의 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보컬, 랩, 댄스 포지션이 정해졌으니
고음은 보컬 포지션에게 몰아주고
도입부와 간주의 랩은 래퍼가 담당하고
댄스브레이크는 댄스 포지션이 담당하는
일종의 노래 형식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코레오그라피(Choreography)는 안무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율동 수준의 간단한 움직임이 아닌
노래의 의미나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한 표현 장치입니다.
댄스그룹에게 인기의 척도는 길보트차트와 나이트클럽이었습니다.
그러니 대중들이 따라하기 쉬운 안무가 우선이 되었고
가끔씩 어렵고 화려한 안무들은 댄서들의 개인 능력에 의지하는
생각보다 단순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돌그룹의 코레오그라피는
노래의 각 요소요소에 동작을 넣고 무대를 완성하기 위한 장치로서
단순히 흥을 돋우기 위한 보완책이 아닌
무대를 꾸미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댄스 포지션이 노래를 못해도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보컬 포지션이 춤을 못 춰도 비판의 대상이 된 겁니다.
수준이 높아진 대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돌들은 노래에 '군무'를 극화하기 시작합니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멤버들은
가장 중요한 부분, 가장 중요한 안무를 똑같이 선보이며
"히트 안무"들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젝스키스의 <사나이 가는 길: 폼생폼사>의 고공점프 안무나
핑클의 <영원한 사랑>의 새끼손가락 안무가 대표적이죠.
(c) 기획 단계부터 무대까지 컨셉의 일체화
기획사가 선별하고 기른 특정 컨셉은 데뷔 무대에서 실현되었습니다.
컨셉의 차별화를 위해 반항아적 이미지, 청순 이미지, 섹시 이미지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시도되었고
이는 아이돌 뮤직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냈습니다.
현실세계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듯한 몽환적 가사
십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맨틱한 가사
사회의 병폐를 고발하는 진취적이고 반항적인 가사
이전에는 금기시되던 직설적인 가사까지
다양한 컨셉의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무대의상 역시 회사에서 직접 제작하여
노래에 맞게, 멤버별 컨셉에 맞게 입히게 되었습니다.
노래가 유행하여 무대의상으로 쓰인 아이템들까지 함께 유행하는
당시로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구상된 컨셉은 해당 아이돌의 활동 전반을 지배하였습니다.
안무, 무대의상, 앨범 커버, 인터뷰 등등
신비주의 컨셉을 고수하던 아이돌은 기자의 질문에 답도 못하게 했고
첫사랑 컨셉을 고수하던 아이돌은 연애가 차단되었으며
전체적으로도 '십대들의 우상'이라는 프레임을 지켜나가기 위해
외출이나 핸드폰 사용 등이 완전히 통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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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1세대 아이돌의 외적 요인에 의한 특징부터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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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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