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잠이 [786346] · MS 2017 · 쪽지

2021-11-22 19:25:27
조회수 1,945

역사 답사여행 중 풍광 TOP 3

게시글 주소: https://faitcalc.orbi.kr/00040813503

학부생 4년 다니는 동안 답사도 참 많이 다녀봤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사적지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해서 


정말 이곳저곳 많이 가봤죠...ㅎ




오늘은 제가 직접 가봤던 국내 사적지 가운데


역사적 의미니, 건물의 보존 상태니, 접근성이 뭐니 다 집어치우고


오로지 "풍광"만을 고려한 TOP 3 장소를 골라보았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진 못했거나, 


풍광이 좋다고 소문은 들었는데 제가 갔을 때 날씨가 안 좋아서


개인적으로 크게 감흥이 없었던 곳은 제외합니다.




혹시나 순위 안에 못 든 사적지 중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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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전라남도 해남군 두륜산 대흥사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갔던 전남 답사는 첫날을 제외하고 3일 내내 비가 주룩주룩 왔습니다. 신발엔 물이 차고 남자 여럿이서 한 방에 콩나물 시루처럼 있을 때면 냄새도 고약했던 게 생생합니다. 하지만 비가 아무리 와도 답사 코스는 수정될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산행이 포함된 다산초당을 제외한 모든 답사지를 일정 그대로 강행했죠.


셋째 날 아침, 기적적으로 비는 그치고 바람만 아주 강한 날이었습니다. 강풍에 밀려 비구름들이 두륜산 자락 아래로 흘러 넘어가고, 흐리지만 하얀 하늘이 대흥사 가람을 비추게 되었습니다. 이때 제가 직접 본 대흥사의 풍광은 마치 영화 속 산신령이 살 것 같은 비밀스러운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산등성이는 높지 않아서 병풍처럼 절을 감싸고 있고, 금방이라도 어디서 용이 나타날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저 멀리 산꼭대기서부터 서서히 내려오다, 우리가 모여 있는 금당 앞으로 밀려 들어와 마치 동양풍의 신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위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낙산사는 풍광을 대표하는 절로 아주 유명하죠. 수험생들을 매년 괴롭히는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등장할 정도이니 이미 조선 시대 때부터 이름난 명소였던 셈입니다. 가람으로서는 흔치 않게, 멋있는 동해 바다가 양양의 산들과 만나 연출하는 아름다움이 그야말로 장관이기 때문이죠.


제가 중학생 때는 정선, 강릉, 양양에 걸치는 수학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설악산 주변을 테마로 한 여행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날씨가 정말 꾸리꾸리해서 그닥 감명 깊은 느낌은 못 받았죠. 그리고 다시 대학교 3학년 때 강원도 답사를 통해 양양 낙산사를 재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고된 답사를 끝내고 해질 무렵 도착한 둘째날의 마지막 답사지였죠. 하늘은 그날 내내 청청했고, 때론 너무 강렬한 해 때문에 야속한 순간도 있었지만, 낙산사에서의 그러한 날씨는 우리에게 반전의 선물을 주었습니다. 비록 동해안이었지만 일몰 무렵에 주황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하늘이 의상대를 밝게 비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해안이다보니 하늘에는 지는 해 대신, 일찍 떠버린 초승달이 떠 있었습니다. 붉은 하늘에 하얀 초승달, 검푸른 빛의 동해 바다와 초록빛 가득한 산, 대리석으로 만들어 희게 빛나는 해동관음상과 우리들의 모습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답사의 피로를 싹 가시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교수님들께서도 낙산사를 참 여러 번 왔었지만, 하늘이 이렇게 예쁜 적은 없었다며 저녁을 30분만 늦게 먹자고 하시곤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곤 그랬습니다.  








1위 전라남도 구례군 사성암


사실 사성암은 대흥사나 낙산사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구례에 있는 숨겨진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사성암은 대학교 답사 때 간 곳은 아니고, 고등학교 때 학교 수행평가로 테마를 정해 답사여행을 하고 이를 발표하는 활동이 있어, 아버지와 함께 휴가를 기회로 삼아 섬진강 줄기를 테마로 한 여행에서 택한 답사지였다. 구례에는 화엄사라는 훨씬 유명한 절이 있지만 나의 마음은 그 장엄한 풍광에 이끌렸으므로, 너무 당연하게도 사성암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날씨가 티 없이 화창한 날 가파르고 거친 길을 지나 사성암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섬진강 곡류가 만들어낸 벌판과 형형색색의 격자무늬 논을 파노라마처럼 마주할 수 있다. 이 날 역시 날씨의 덕을 톡톡이 보았는데, 암자가 오산 꼭대기쯤에 달려 있어, 구례군 문천면 일대가 문자 그대로 한눈에 담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성암은 절벽에 그대로 붙여 지은 암자라, 전망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바위까지 올라가는데 상당한 힘이 들지만, 바위에 올라서자마자 목도하게 되는 풍경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 수많은 후보들을 제치고 구례 사성암이 이번 랭킹의 정점으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 순위에 들지 못한 후보들


- 봄철 벚꽃이 만개할 무렵 경상북도 안동시 하회마을


- 봄철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전라남도 진도군 용장성


- 여름철 구름 가득한 경상남도 남해군 보리암


- 가을철 단풍 질 무렵 전라북도 진안군 마이산 탑사


- 가을철 단풍 가득한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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