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1번 (석가모니) 분석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1번 (석가모니).pdf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윤리와 사상 1번 (석가모니)
이상(理想) 도덕·윤리 연구소
소장 임재섭
당연하게도, 단순히 ‘문제 풀이’의 측면에서는 1번 ‘삶의 태도’ 문제 같은 건 바로바로, 거침없이, 곧이곧대로, 요령 생각할 것 없이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이 칼럼을 읽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당장 교과서나 연계 교재를 펴고 정석 개념부터 익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께서는 그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일 것이니, 이제는 좀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죠?
가상 편지 읽기
사실 수능을 무탈하게 풀 수 있으려면, 이 정도 지문은 눈으로 흘깃 보자마자 ‘석가모니!’ 아니면 ‘불교!’ 하고 바로 머릿속에 떠올라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떠올리고 나서도 어느 정도 숙독하면서 검증을 해야겠지만요.
식(識)이 탐욕을 떠나면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에 대한 집착과 마음에서 생긴 얽매임이 끊어지게 되어 다시는 성장하거나 뻗어나가지 못하게 된단다.
색·수·상·행·식이라는 오온(五蘊)이 벌써 제시되었습니다. ‘가상 편지를 쓴 고대 동양 사상가’가 불교 사상가로 확 좁혀지는군요. 혹시 식을 중심으로 한 접근을 근거로 해서 이 사상가를 무착, 세친 등의 유식 불교 사상가로 확정할 수 있을까요? 조금 더 살펴봅시다.
해탈하게 되면, 모든 세간에 대해서 전혀 취할 것도 집착할 것도 없게 되며, 열반을 자각하여 ‘나의 생은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게 된단다.
뒤를 더 살펴보아도 유식 사상가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위 구절은 열반에 듦, 즉 해탈을 ‘현세에서 몸을 가진 채로 연기(緣起)하는 생사로부터의 이탈’로 이해하는 불교의 근본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우리가 사상가에 대해 알아낸 것은 이 사상가가 불교 사상가라는 폭넓은 결론뿐입니다. 유식 사상가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정합적으로 말이 되고, 반대로 유식 사상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정합적으로 말이 됩니다. 유식 사상에서만 식이 논의된 것이 아니며, 유식 사상이 식에 대해 내리는 독특한 규정이 지문에서 엿보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식(識)이 탐욕을 떠나면 …… 다시는 성장하거나 뻗어나가지 못하게 된다.”라는 말은, 삼독(三毒;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떠나면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는 윤회의 고리에서 점차 벗어나게 된다는 수준의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초기 불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죠.
그래서인지 선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문제는 이 사상가가 불교 사상가라는 것만 알고 있어도 풀리게끔 만들어져 있습니다. 굳이 사상가를 특정하겠다면, 중·후기 불교보다는 초기 불교에서 주로 정립된 내용들이 들어 있다는 것으로부터 ‘문헌학적 감(?)’으로 이 사상가가 석가모니라는 것을 알아내야 합니다. 이 ‘감’이라는 것이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수능에서도 사상가 식별에 필요한 적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웬만하면 사상가가 특정되지 않으면 일단 그냥 선지로 넘어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 ‘범행(梵行)’이란 ‘음욕(淫慾)을 끊은 맑고 깨끗한 행실(行實)’을 뜻합니다. 연계 교재에도 주석으로 제시된 적 있는 내용이니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① 탐욕, 성냄, 어리석음[三毒]을 제거하여 해탈에 이르러야 한다. (○)
삼독이 탐욕[貪(탐)], 성냄[瞋(진)], 어리석음[痴(치)]을 가리킨다는 것은 어쩌다 보니 앞에서 먼저 언급되었습니다. 삼독을 제거하여, 다시 말해 집착을 끊어 내고 존재의 실상을 뚜렷이 파악하여 해탈에 이른다(윤회에서 벗어난다.). 석가모니가 제시한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입니다. 너무 쉽게 정답이 찾아지는군요.
② 나와 세계의 관계성을 부정하고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
‘세계’라는 낱말이 ‘나’를 포함하는 것(지구상의 모든 나라, 또는 인류 사회 전체; 집단적 범위를 지닌 특정 사회나 영역) 일 수도 있고 포함하지 않는 것(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일 수도 있습니다만, 후자가 전자보다 구체적이니 일단 후자로 받아들인 채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석가모니의 연기설에 따르면, 나는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나마) 존재하고, 나는 존재하는 내내 세계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모든 것은 원인[因(인)]과 조건[緣(연)]에 의해 생멸한다는 것이 연기설의 근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세계는 나의 존재를 가능하게 만든 원인 혹은 조건이며, 나는 다시 세계의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 혹은 조건이 됩니다. 나와 세계는 언제나 연기에 의해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세계’를 ‘나’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비슷한 이유로 나와 세계의 관계성은 인정됩니다. 다만 그럴 경우 ‘세계는 나의 존재 원인 혹은 존재 조건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요. 어쨌든, ②는 “나와 세계의 관계성을 부정하고” 때문에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맞습니다.
시험을 푸는 현장에서는 ‘연기설 → 모든 것은 서로 인연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 ‘나’든 ‘세계’든 뭐든 간에 양자 사이에 관계성은 성립한다.’라는 식의 사고로 푸는 것으로 충분하기는 합니다. 다만 선지에 담겨 있는 의미를 풀어내 보자면 위와 같다는 것, 알아 두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③ 여덟 가지 바른 수행[八正道]을 통해 불변의 자아를 형성해야 한다. (×)
석가모니가 팔정도를 강조한 것은 맞지만, 불변의 자아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계속 생멸하고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불변의 자아란 없으며, 만들 수도 없습니다. 석가모니에 따르면 오히려 우리는 불변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무아(無我)를 깨달아 생멸하고 변화하는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야 합니다.
④ 내세에 다시 태어나기 위해 몸과 입으로 많은 업(業)을 쌓아야 한다. (×)
핵심만 짚자면, 이 선지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때문에 틀렸습니다.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다시 죽는 윤회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지향이니까요. 굳이 여기서 “석가모니가 내세를 인정하나요?”, “몸과 입으로 업을 쌓아야 하나요?” 등의 질문을 하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겠습니다만, 필요 이상의 질문이자 정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내세(來世)’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시면, “<불교> 삼세(三世)의 하나.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 산다는 미래의 세상을 이른다.”라는 정의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게 유일한 정의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교의 천국이나 지옥과 같은 것을 생각하고 ‘내세’라는 단어를 보면 다소 꺼림칙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처럼,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세상으로서의 내세를 상상해 보면 석가모니가 굳이 그런 내세를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석가모니가 내세를 인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전술한 ‘내세’의 정의는 석가모니보다 나중에 활동한, 삼세 윤회설을 받아들이는 불자들에 의해 정립된 것으로 보입니다. 석가모니에게까지 확실히 소급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단정을 방해하는 훨씬 더 깊은 난제가 있기는 한데, 여기서 중언부언하다가는 이야기가 산으로 갈 것 같아서 더 이상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시면 ‘내세’와 ‘내생(內生)’의 차이, 그리고 무아설, 자기 동일성(self-identity)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업의 문제로 넘어가 봅시다. 흔히 ‘업으로 인해 윤회한다.’라는 이야기만 듣다 보니 모든 업이 윤회로 이어진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은 보통 집착 등으로 인한 잘못된 업 때문에 윤회가 발생하고 지속된다는 것뿐입니다. 업이란 단지 “마음, 입, 몸으로 짓는 의도적 행위”(천재교과서 54쪽)라는 중립적 의미를 가질 뿐입니다. 수행을 하는 것도 ‘의도적 행위’이므로 업에 해당하며, 특히 팔정도에는 대놓고 정업(正業, 바른 행위)이라는 조목이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표현하자면, 석가모니의 입장에서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정한 업을 쌓아야 한다.”라고까지는 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업을 쌓는 일을 ‘몸과 입으로’ 해야 하느냐고 하면, 직관적으로는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 중시하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마음, 정신입니다. 석가모니가 윤회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무명(無明)입니다. 신체의 문제라기보다 다분히 정신적인 문제이죠. 그에 대한 해결책도 당연히 정신적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몸과 입으로’가 직관을 넘어서 논리적으로까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몸과 입과 마음이 서로 배타적이냐, 배타적이라고 하더라도 해탈을 위해 몸과 입이 지어야 할 업이 따로 있을 수는 없느냐 하는 문제에 먼저 답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우리는 교과상 알지 못하죠. 이 의문에서도 ‘정답이 없군.’ 하고 넘어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⑤ 열반의 결과인 무명(無明)에 도달하기 위해 바른 생각에 힘써야 한다. (×)
앞에서도 시사되었듯이, 무명은 열반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열반으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입니다. 그 장애물을 없애는 데 필요한 노력이 바로 팔정도이고, 그중 특히 정견(正見, 바른 견해), 그리고 정견을 바탕으로 한 정사(正思, 바른 생각)는 무명을 벗어나는 일과 매우 직결됩니다. 무명이란 실상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상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 직결은 팔정도와 삼학(三學)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천재교과서 54쪽)
팔정도의 조목들은 위처럼 각각 삼학의 계율[戒(계)], 선정[定(정)], 지혜[慧(혜)] 중 하나로 배속될 수 있습니다. 정어, 정업, 정명은 구체적으로 나쁜 일을 금지하고 올바른 일을 촉진하는 것으로서 계율로, 정정진, 정념, 정정은 자신의 정신 상태를 맑게 하는 것으로서 선정으로, 정견, 정사는 실상을 파악하는 일 및 가치관과 관계되는 것으로서 지혜로 분류됩니다. 물론 무명을 극복하는 데 계율과 선정도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무명 극복과 가장 직결되는 것은 지혜이며, 그것을 팔정도로 구체화하면 정견과 정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소개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는 최근 수능에 대한 감각과 교과 지식이 충분한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윤리 전공자와 타과 전공자를 아우르고 있어 균형 잡힌 시각에서 모의고사를 제작한다. 수험생분들의 수능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오류 없는 문제, 쉽지 않은 문제, 깔끔한 문제를 지향한다.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연구원
- 임재섭 서울대학교 철학과
- 강승철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 김성민 서울대학교 인문계열
- 박세은 서울대학교 철학과
- 박정민 건국대학교 철학과
- 여지선 동국대학교 철학과
- 임재원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 조민준 서울대학교 철학과
이상 도덕·윤리 연구소 약력
2021년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Éthique Fatale 모의고사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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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게없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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