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의 우문현답 제 4편 - 좋은 글을 쓰지 말고, 좋은 답안을 써라 -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연하다.
나뿐만 아니라, 한때 창작에 뜻을 두었던 수많은 후배들이 논술강사 따윈 글발 좀 되면 아무나 한다고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무참히 무릎을 꺾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아니,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다. 7년 동안, 매년 학생들을 받아 왔지만 그들에게 가장 가르쳐 주기 어려운 건 바로 이거다. '이것도 맞지 않아요?' '그래, 그 말도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인데, 점수와는 상관없는 말이구나'
사실 이 문제는 초암 시절, 이 나라에 논술교육이라는 것이 처음 도입된 시점에서 배태된 것이다. 당시 순수 인문학 석박사 출신의 1세대 논술 강사들은 '좋은 글' '좋은 논문'을 쓰는 방법을 그대로 논술에 도입했다. 풍부한 배경지식, 탄탄한 논리구조, 총론과 각론, 이론과 실제의 연계, 유려한 문장..
이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1세대 논술고사의 문제들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시오' 였다. 거기에는 출제의 의도도, 문답의 형식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단지 좋은 글을 써보시오. 그게 전부였다.
제시문'라'를(내용의 지시)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내용의 창안, 형식의 대응 지시) 이를 바탕으로(두번째 문제의 내용 지시) 제시문 '가'를 분석하시오(대응구조 형식의 지시).
이런 문제들이 나온다. 이미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떤 관점에서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할지 모든 것이 주어져 있다. 비교인지, 대응인지, 창의인지, 비판인지 모든 형식과 내용이 이미 출제자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또 무슨 개요를 짠단 말인가?
위의 예시는 작년 연세대 기출문제이다. 저기서 서론 본론 결론이니, 주논반재니 하면서 억지로 개요를 짜맞추려고 십분 이십분을 낭비하는 수험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기존의 제시문을 활용 +새로운 관점 창안)
정리된 관점들과 제시문 라를 대응시키는 문단 .(대응)
그를 바탕으로 라고 했으니 앞의 문단들을 정리하여 결론을 내리는 문단 하나.(논증)
그 결론 문단과 제시문 가 비교, 대응시키는 문단(해석비교/대응).
개요작성은 논술에 있어서 전혀 새로운 단계가 아니다. 단지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의 형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작업의 일환일 뿐이다. 즉,
개요 작성이란 문제 분석의 산물이다.
이 명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글은 쓸 수 있을지언정, 좋은 답안은 작성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더 인간으로서 유익한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이 거대한 사교육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고, 그 안에서 나의 기능적 지위에 부합하는 목적은 후자라는 사실만은 똑똑히 알고 있다. 지금의 내가 내 제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이것이다. 좋든 싫든, 이 땅의 수험생과 강사로 만난 우리에게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십분휴식 5
칸트 어지럽네진짜... 난해해
-
확통 22틀 96점에게 조안좀
-
ㅅㅂ 근데 병신학교라 수시를 ㅈ같이써줌 ㄹㅇ 지들맘댜로 씀
-
엔티켓 시즌 1 풀고있는데 뒤에 가니까 반도 못맞추겠습니다 그래서 좀 더 쉬운 n제...
-
온라인 같은거 없어요?
-
8점차라는 글이 있길래 궁금해서요 통계 인원수보고 역추적 가능한가?
-
영어 문법을 아예모르는쌩노베급인디 구문강의 풀커리로 조정식T,김기철T 두분중 누가 좋을까요???
-
수능베이스 어느정도 되있고 지엽적인 내신보다는 사고적인 수능형에 좀더 어울린다 가정했을때
-
신고 안받지?
-
(공통-2개 미적-3개) 1컷 때문에 공부 집중이 되질 않아요
-
재수생들은 2
학교에서 시험봤음 그 학교로 가야만 성적표 나옴? 6모는 평가원 사이트에서 못받음?
-
불가능인가 걍 내일 성적표 받는게 제일 빨라요?
-
9번 : 2406>2506 10번 : 2406=2506 11번 : 2406>2506...
-
못 풉니다..... 푸는 방법을 잘 몰것음....ㅋㅎㅋㅎㅎ 잘 푸는 건 확실히...
-
84인데 1등급 ㄱㄴ?
-
소신발언) 11
야스하고싶다.
-
확통 어쩌지 1
새로운 고민이 늘어나버린
-
경찰, 동탄 헬스장 화장실 성범죄 신고 50대 여성 무고로 입건 3
누명 피해 20대 남성에 '무혐의' 통지…경찰 "직접 만나 사과할 것"...
-
끝까지 복귀 막으려는 의도?…'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 재등장 4
병원·진료과별 복귀자수 공개…'출신병원·학번' 등 복귀자 신원 정보도 3월 '참의사...
-
하....ㅅㅂ 3
오늘 기말 첫날 한국사봤는데 객관식 물 서술형 불 이었음(3일전 벼락치기 한 애도...
-
사탐 생윤사문에 수학 4등급이고 현역이었고 필기도 나보단 잘하니까 라고 말하면 안되겠죠...
-
모래시계 정신나갔네 12
와 이러면 시험을 무슨 기준으로 내나요 라고 물어보면 22수능에 가까워지는데
-
개 노베이스 허수라 작수 국영수탐탐 43254 (백분위 72 85 - 53 69)...
-
평가원 "고3 학력 수준 파악 미흡, 9월 모평에 반영"[일문일답] 10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25학년도...
-
사교육 시장 앞으로 더 흥할 것이다 vs 쇠퇴할것이다 3
어떨거라고 보시나요? 학생수는 주는게 사교육비는 항상 최고치라는데 사교육 규모 절대 안줄어들겠죠??
-
아니 ㅆㅂ 본인 지금 전교 1-2등 왔다갔다하는데, 지방 갲반고암(작년에 샤대 1명...
-
신고부탁 2
https://orbi.kr/00068587957
-
하 매체 44번 난 니가 너무 밉다..
-
240621처럼 좆같은문항 21번에 하나쯤은낼거같음
-
브랜드 추천좀 애플은 파인우븐 좆같아서 패스함
-
오랜만에 오르비 들어왔네요 입시판 뜬 지 오래 되어서 들어올 일 없을 줄 알았는데...
-
72 맛있게 먹었습니다
-
1컷 80 붕괴 됐겠다
-
① 무거운 물체는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낙하한다. ② 지구는 여타의 물체보다 엄청...
-
투과목은 5
ㄹㅇ 최저용 됐네 2 3컷 차이가 너무 심한데 ㅋㅋㅋ 실수들도 ㅈㄴ 들러왔나 보네
-
올해 강기분 새기분에 22수능 헤겔 지문 해설강의 없나요???
-
[수열의 귀납적 정의] 이단원은 넘어가도되는 단원인가요??? 0
예전에 이단원에 대해서 누가 "아예 안보고 수험장들어가도 되는 단원"이라고 했던게...
-
올해는 왤케 2
바탕모고 푸는사람이 안보이지 바탕<--d 이새끼 어떰?
-
오늘 기쁜일 2
오늘 푼 독서 지문 다 맞음 캬 시작이 좋아
-
수능 4교시입니다. 한국사 덕분에 꿀잠자긴 했지만, 이미 국수 때문에 박살난...
-
뭐 그럴줄 알긴 했다만.. 허수는 두렵다
-
대성마이맥 2
아직 19만원임?
-
걍 2 폐지하면 해결인데 괜히 유불리 따지게 하눙.. 머 지금 폐지할 수는 없지만...
-
6평 미적 96 9
백분위100 맞음??
-
국어 > [리트 전개년 기출 언어이해] 2023 13~15 > [리트 전개년 기출...
-
뒤질래?? 2
뒤질?
-
일단 확인 5
아직 할만해
-
오히려 이러면 3
수능때 난이도 조절 실패해서 대참사날거같은데
-
생명 수능에는 2
이거보단 더 어렵게 낼 듯? 등급컷은 반수생 유입 고려하면 비슷하거나 뭐 그럴듯
-
이따구로 쉬워도 1
이따구로 쉽게 나와도 1등급컷 표점 70? 이야 독하다 독해 이래도 안해?
그렇다고 습작으로 밤을 까맣게 칠하던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비루하다거나, 전락하였다는 건 아니다. 쓰고 싶었던 것들보다, 써야 하는 것들이 지금 더 많아졌을 뿐이다. 혹은 아직까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연대 사회계열 해설강의 때 계속 강조하신 내용이네요ㅎ 답을 찾으라고 노력해라.
절대구조에서 보던 내용이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렇죠 페로즈도 정선생도 각자 자기 세계가 뚜렷한 사람들인데, 이 부분에서는 견해가 정확히 일치하죠 ㅍㅍ
진리입니다. 대학교 논술은
글 잘짓는 사람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사고력과 논리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그냥 그러한 시험에 말만 논술이라고 갖다 붙였을 뿐이죠.
새로 '짓는' 시험이 아니라 '분석하는 시험이죠. 바로 그겁니다.
항상 수업시간에 설명해주시던거 여기서 또 새겨듣네요 ㅋㅋ
근데 항상 꾸러기 st로 말씀하시고 글쓰시는 이미지만 있어서
오늘 글은 먼가 새롭네요 ㅋㅋ,,
꾸러기 스타일이라닠 ㅍㅍㅍㅍ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