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지난 6월 11일 오전 10시께 황 청경은 고객을 맞이 하기 위해 객장을 분주히 돌아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출입구를 주시하던 그는 내리막 길을 질주하던 승용차가 50대 중년 남성을 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50대 중년 남성은 승용차와 추돌 하자마자 공중으로 날아 오르더니 몇바퀴 회전 후 도로 한 가운데로 철퍼덕 떨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대형사고로 주변엔 `웅성 웅성`거리는 사람들로 꽉 찼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 남자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사고 지점이 언덕 바로 아래 내리막 도로인지라 갑자기 다른 차량이 질주하면 꼼짝달싹 없이 큰 낭패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찰나 은행문을 박차고 뛰어 나온 한 청경이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민첩하게 차도로 몸을 던졌다.
청경은 쓰러진 남성에게 응급조치를 한 뒤 10여 미터 뒤에 안전판을 설치하는 등 2차 추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청경이 혈혈단신으로 움직이고 있는 그 순간에도 40~50명이 되는 사람들은 길가에 서서 "어떡하지 어떡해~!" "저러다 큰 일 나겠는데…" 등의 감탄사와 "찰칵 찰칵" 핸드폰 사진촬영만 해댔다.
언덕을 넘은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며 쏜살같이 청경과 쓰러져 있는 남성 바로 옆으로 지나쳐갔다. 황 청경은 아찔한 광경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고 한다.
20여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응급차는 오질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마침 그날 같은 시간에 관할 지역에서 다른 대형사고가 나서 모든 응급차들이 그쪽으로 출동, 다른 지역에서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사고발생 25분께다.
일산 동국대병원으로 이송된 그 남성은 의식을 잃은 상태라 중환자실로 직행, 다섯 번의 뇌수술을 한 후에야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황 청경의 민첩하고 용기있는 행동이 그 50대 중년 남성의 목숨을 구한 것.
사고발생 후 십여일이 지나갈 무렵 신한은행 금촌지점에 그 중년 남성의 아들과 며느리가 찾아와 황 청경에게 꾸벅 절을 하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거푸 되뇌며 울먹였다.
그날 은행 업무를 보던 다른 손님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고는 황 청경을 격려하는 등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다.
황 청경은 "상황이 너무 위급해 (그 분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차도속으로 뛰어 들었을 뿐"이라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역설적이지만 그의 무덤덤한 표정속에서 삭막하지만 온정이 살아 있는 우리 사회의 한 켠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사회`란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내 가족처럼 여기는 그런 마음이 아닐까.
이 같은 맥락에서 황 청경은 이 시대의 따뜻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의인`이라 할 만 하다.
황 씨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온정의 손을 내밀면 소중한 생명도 구할 수 있다"며 "조금씩 그렇게 손을 내밀다 보면 이 사회가 한가위 보름달 마냥 밝고 풍성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진 청원경찰과의 일문일답.
▶질주하는 차도 속으로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 분을 살려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아내가 그 모습을 봤다면 싫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쓰러진 사람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도로에 쓰러져 있는 중년 남성과 같이 앉아 있는데 차가 엄청 많이 지나갔다. 그때서야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 사고 현장에 40~50여명이 있었는데 동영상 등 사진촬영만 할뿐 나서는 사람이 없어 화가 치밀기도 했다.
▶현재 사고 남성의 상태는
-다섯 번의 뇌수술을 하고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으로 아직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빨리 완쾌하길 바란다.
-하사관 특전사(30기)로 5여단에서 복무했다. 청와대 경호처 파견업무가 주였는데 대통령이 행사 등에 참석할 때 한달전부터 주변 지역 폭발물 점검을 비롯해 저격수 배치, 경찰서 실탄 현황 파악 등의 업무를 맡았다.
하사관 제대 후에는 10년간 대한경호협회 소속으로 파주 금강산랜드에서 경호업무를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회사가 휘청거리며 정리해고 당했다. 또 파주시 자치신문 `GNN`에서 경찰서 담당 기자생활을 3년 정도 하기도 했다.
▶청경 일 하면서 힘든 점은
-고객이 은행업무를 모르는 것 같아 다가가 관련 업무를 안내하는데 고객이 무시하는 언행을 보이곤 한다. 따뜻하게 안내 하는 진심을 몰라 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퇴근 후에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6시쯤 퇴근하면 바로 어린이 집으로 가서 33개월된 꼬맹이를 데리고 온다. 집에가서 목욕을 시키고 빨래를 하고, 저녁을 먹고 놀아주다 보면 10시가 된다. 그러면 가게 일이 끝난 아내를 데리러 차를 끌고 마중을 나간다. 사고 당시 그날도 퇴근 후 어린이 집에 꼬맹이를 데리러 가야 했는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일산 동국대병원에 들러 환자의 상태를 확인 한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
▶신한은행 본사에서 포상은 없었나
-아직 본사에서는 모르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포상 받을 만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웃음).
▶올해 신한은행에서 `따뜻한 금융`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있다. 일선 창구 모습은
-은행원들의 말투나 행동 등이 고객에게 더 친절하게 다가서려는 것 같다. 고객 반응이 좋다.
▶청경이 생각하는 따뜻한 금융이란
-고객을 내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 그 속에 모든 게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신념이 있다면
-`사나이 외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태어나서 한번 살고 가는 인생, 무슨 일을 하든 의미 있게 살고 싶다. 직장에서는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가정에서는 좋은 남편, 자상한 아버지로 그렇게 말이다.
■ He is…
1979년 4월25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진주 LG연암공대를 졸업했다. 대한경호협회 소속으로 10년간 경호업무를 하다 경기가 나빠져 정리해고, 2009년부터 신한은행 금촌지점에서 청경 생활을 하고 있다. 33개월 된 아들과 아내가 있다. 부모님은 진주에서 올라와 파주 금촌시내에서 치킨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
황용진 신한은행 금촌지점 청경은 "진정한 선진국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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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직까지도 저런분이 남아계셔서 다행이에요 ㅠ
훈훈하다
본받고싶네요
난 방관자가 안되야지
과연 나라면 저사람처럼 뛰어 들어 노인분을 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는데 저 역시 상황에 닥치면 방관자중에 한명이 될 것 같네요.
자신에게도 위험한 상황에 나설 수 있는 용기....
이 기사 보면서 청경분에 대한 존경스러움과 말로만 도덕적이었던 저에 대한 부끄러움도 같이 드네요..
진짜 대단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