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N수생들에게 (수정)
다음 주부터는 막내생활을 본격적으로 해야해서, 간단하게나마
날씨만큼이나 다들 마음이 더 시리고, 살얼음판 위에서 걷고 있는 느낌일텐데.
10월 말, 11월 초, 재수하면서 가장 힘든시기였다. 가끔씩 틀리는 이감 문법 문제는 하루종일 기분을 잡치게 만들고, 지문은 안읽히고. 확통에서는 뭘 그렇게 계속 빼놓고 세서 문제를 틀리는 지. 하루하루가 너무 불안했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확신을 느끼는 과목은 없었고, 오히려 잘하던 영어 탐구에서는 자신감이 더 떨어질 정도였으니. 늘 불안 위에 서 있었고, 무서웠다. 지금(시험치기 전) 내가 시험을 잘 볼 수도 있지라는 생각과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 그나마 평온하지, 16일(당시) 이후에는 그것도 못하는 거니깐. 특히 나는 작년에 실패했었고, 시험장에서의 날카로움과 매서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패한다면이라는 가정을 세우면, 그 뒤의 결과는 끝이 없었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스스로에 대한 실망, 체면…
마음도 마음이지만 몸도 몸인지라, 11시에 자도 5시 40분에 못깨고. 분명 7시간 가까이 자는데. 한 몇 일을 5시 40분에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다가,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나서 겨우 5시 40분에 깰 수 있었다. (뇌는 기상 후 세 시간 뒤에 활성화 된다는데, 8시 40분에서 세 시간 전으로 돌리면…) 그냥, 몸도 내 몸 같지 않고 마음의 통제를 벗어난 느낌이었다. 왜 그렇게 하루 수업이 다 끝난 4시가 되면 세상 모든 짐이 내 몸에 있는 것 같은 지.
미칠 것 같았다. 마음도 몸도 성하지가 않으니. 실모에서 틀리는 문제 하나하나는 그 날의 비수였고, 틀렸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돌게 만들었다. 실전에서는 이유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3수얘기, 물건 떨어트리는 거, 악몽, 감기기운, 하나도 내 마음에 거슬리지 않은 게 없었다.
근데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나를 다잡는 수 밖에. 나는 16년에 그걸 못했다. 불안에 떨고 있는 나를 나는 내 스스로 잘될거야라는 이름으로 방치해뒀더라. 올해는 그렇게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기 싫었다. 매일 틈 날 때마다 내 기대를 가라앉히는 연습을 했다. 으레, 사람은 노력한 만큼 기대하기 마련이니까. 또 그 기대가 일을 그르칠까 매일 점수에 대한 욕심과 두려움, 이 양가적인 것을 들어내려고 했다. 이 정도 점수만 맞아도, 올해는 성공한거다. 21, 30은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 (이 때는 수학이 21,30만 극상으로 어려웠기에.) 이건 내 욕심을 비워내고자 했던 거다. 그리고 시험을 망쳐도, 논술 최저를 맞출 정도로만 망치자. 거기까지가 마지노선이다. 논술 시험 봐야지. 아니면 삼수하고, 인생 뭐. 이건 내 두려움을 줄이려고 했던 거고. (뭐 말이 쉽지, 저렇게 마음 먹기 쉽지 않다. 나도 실제로 저런 마음을 먹는데에, 족히 3주 넘게 매일 노력하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 그러면서 할아버지 기일에, 소지에 겸손한 마음을 담아서 학사 뒤편 공터에서 태워 올렸다. 노력한 만큼만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학사 뒤편 공터에서 30분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그러면서 내가 해야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세심하게 고민하고 집착했다. 화작에서 고쳐쓰기 유형은 어떻게 풀고, 1번과 2번은 풀고 확인을 할 지 말지. 문법에서 171113같은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할 지.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나름의 대비책을 만들고 방법을 만들었다. 그걸 가지고 매일 아침,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나를 세뇌했다. 어떻게 화법과 작문에서 퀄리티있는 스타트를 할 수 있을 지. (물론 이건 단적인 예고.) 결국 마음이 불안할 때는, 불안함의 근원을 해결해야 나는 그게 풀리는 타입이라. 뭐 오히려, 결과적인 면에서는 이게 더 나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험장 행동강령이 나왔던거고 (https://orbi.kr/00018835128/%EC%9E%91%EB%85%84%EC%97%90%20%EC%8B%9C%ED%97%98%EC%9E%A5%EC%97%90%EC%84%9C%20%EB%B4%A4%EB%8D%98%20%EA%B1%B0%20-%20%ED%96%89%EB%8F%99%EA%B0%95%EB%A0%B9)
그냥 내가 찾은 답은, 나를 믿는 것 밖에 없더라. 내가 작년(2016년)에 실패했던 건 내 스스로도 내 자신을 못믿었던 것 같아서. 그렇게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불안만 더하고, 시험까지 그대로 말았었다. (물론 그 정도 실력도 안됐었다.) 지금 이 시기에는 그냥 나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주변의 많은 불안한 변수와, 내 머리속에 스스로 올라오는 의심과 불안한 변수속에서 믿을 건 결국 내 자신 밖에 없을테니까. 본인이 알거다, 준비를 잘 했으면 그나마 쉽게 본인 스스로를 믿을 수 있을거고, 그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고. 모든 게 불안하면 내 자신이라도 믿어야지. 화법과 작문 첫 페이지에서 어떻게 하면 오래고민하지 않을까를 생각하다가 나온 발상이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은 문제를 풀고, 나를 믿고 '넘어가는 연습'을 했다. 분명, 수능 시험장에서는 또 답이 맞나? 하면서 고민하면서 불안해할 것 같았어서.
이 시기에 n수생들은 특히 더 불안할텐데, 군인으로서 상담은 해줄 여건이 안되기도 하고. 그냥 처지에 공감하고 헤아려주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나도 하나도 정해진 게 없었고 불안했고, 간절했다는 정도의 얘기로 받아들여주기를. 잘 해왔고 잘 할거니깐. 너무 많은 것에 욕심 부리지 말고, 고요한 마음으로 14일에 시험 봅시다. 잃을 게 많으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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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사람들은 다 아는 이감 간쓸개입니다. 지금 주위애들 다 푸는 책이에요 시즌 3...
늘 오늘의 힘이되는 한마디를 주제로 글을 쓰는 저이지만 오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진심이 돋보이네요^^
앗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진짜 불안했는데 잘보고 갑니다... 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한문제 틀리면 ㅈ같고 막 하는데 그냥 숙명이니 하묜서 긍정적으로 수능날 다맞으면 뭐라고 할 지 생각중임 ㅅ^^~^
휴(가)르비 ㄷㄷ
사지방이야.....
남의 얘기가 아닌 남의 얘기...
(계속 경례하는 이모티콘)
정말 웃겨서 오르비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맙소사, 이와 같은 드립은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혹여 가보로 내려옵니까? 나의 공중제비를 멈추게 하십시오! 당신과 같은 재미있는 오르비 이용자 덕분에 수능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그러한 드립은 비밀리에 보관하지 말고, 재빨리 내용물을 꺼내주십시오. 세상에 이런 드립이 다 있겠습니까? 드립학원의 연줄이 평균 이상입니까? 완전한 드립머신이 틀림 없습니다. 두부, 흉부, 형부 모두 파열시키고 말았습니다. 나의 배꼽을 보상해 내십시오! 이것은 살인 드립입니다! 호흡이 곤란합니다! 제발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와 드릴님 작년부터 좋은글 감사해요 팔로우 해두길잘함..ㅡ
굿
고맙습니다 진심 찐으로
리포트 쓰자
형 그래도 내가 형이겼음 난 공익이거든 허허
맞아 난 패배자야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역도 너무 불안해요
맞아요... 다 엄청 불안하죠... 현역도 화이팅....
재수는 절대 안해야지. 진짜 긴장 몇배로 되겠다
시험볼 때 마음만은 재수 그까이 꺼 하고 말지라고 꼭 마음 먹으시길...
드릴님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ㅜㅜ
감사합니다 ㅎㅎ
병원에서 수액 맞으면 5시 40분에 일어닐 수 있나요?
몸이 좀 낫더라구요, 기력도 생기고
4수생이지만 긴장은 똑같이되네요 하지만 확신은 있어서 불안하진 않습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정말로....
시험 잘봐서 대학 친구들 멋지게 만나고 싶다!!!
꼭 떳떳하게 볼 수 있길 바래요, 응원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많았어요.
ㅠㅜㅡㅠㅜㅜㅠㅜㅠㅜ
ㄹㅇ 오늘 내아침이네
잘해왔고, 잘 할거에요. 잘될거니깐.. 너무 걱정하지말구요. 응원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가끔씩 틀리는 문법 문제는......"
감사합니다
급히 쓴 글인데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잘해왔고 잘했어요. 많은 생각에 휘매이지 않는 밤이길 바래요.
정말 울컥하게하는글이네요.. 저 자신을 믿고 달려가겠습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오늘의 당신이라면, 그리고 그 날의 당신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