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08-16 10: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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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10편 - 신뢰성

게시글 주소: https://faitcalc.orbi.kr/00024160983





 우리 수험생들도 샤프라던지 노트라던지 이것저것 잔고장이 발생하는 물건이 많습니다. 컴퓨터용 싸인펜에서 갑자기 잉크가 흘러나온다면 아주아주 짜증나겠죠?




 마찬가지로 군인들이 쓰는 병기, 무기, 화기들도 고장이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능을 치르는 중에 발생하는 고장과 사고처럼, 전쟁이나 전투 중에서 발생하는 고장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갑자기 탄이 걸려서 적군과 교전 중에 총이 작동을 멈추면 그냥 죽는 겁니다.




 심지어 무기들은 아주 위험한 물건입니다. 각종 화약과 폭발성 물질을 다량으로 쓰기 때문에, 탄이 걸려서 작동을 안하는 수준의 사고와 고장에서부터 아예 자기 혼자 폭발해버리고 아군을 휩쓸어버리는 대형사고가 터질 때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훈련 중 K-9 자주포가 폭발하는 사고로 안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있었습니다.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터졌다는 주장은 말이 안됩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쓸 물건이 단순히 관리 못해서 터진거라고 하면 어느 병기가 전쟁에서 쓰일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병기의 '신뢰성'은 병기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면 절대로 군인들이 쓰지 않겠죠.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유일하게 군인들의 목숨을 맡길만한 물건인데 혼자 폭발사고로 터져나가면 누가 의지하려고 하겠습니까.




 병기의 신뢰성은 대단히 중요해서, 정말 적절하지 못한 운용과 교리로 사고가 난 사례도 다수 존재합니다. 아군이 패배하고 도망가는 와중에서 쓸데없이 비용의 문제로 비싼 무기를 들고 도망가다가는, 상대방의 공격에 자폭이 나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낸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마도 들어보셨을 일본 최대의 전함 '야마토'는 비록 전투로 거의 목숨이 끊어질 상황이긴 했으나, 최후가 더 안습이었습니다. 함체가 기울어지면서 탄약들이 쏠리고 폭발에 휘말려 자기 자신의 포탄에 목숨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저기 사진에 보이는 배들이 수백미터 짜리 초거대 군함들입니다. 유폭으로 최후를 맞이한 야마토가 얼마나 요란한 최후였는지 아시겠죠? 일본해군은 보통 상대방이 때린 것보다 더 심하게 처맞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병기를 생산하고 설계할 때도 이 신뢰성 때문에, 되도록 '간단하고 단순한 구조'를 지향합니다. 부품이 많아지고 복잡해질 수록 고장이 날 확률도 높아지며 수리비용도 커집니다. 또한 부품을 조달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되도록 적은 종류의 부품으로 쉽게 구성된 물건이 가치가 높습니다.




 심지어 우리 민간인들이 살게되는 집도 처음 입주하면 잔고장 잔수리를 많이 하고 나서야 비로소 완전한 집이 됩니다. 무기 또한 마찬가지로 잔고장이 쉽게 발생하기도 하며 항상 충격과 극한의 상황에서 쓰기 때문에 내구도와 신뢰성이 강조됩니다. 









(세계 2차대전 중 개발된 영국의 '스텐기관총'은 단가가 싸고 매우 쉽게 만들 수 있었으나 극단적인 설계로 인해 신뢰성이 매우 떨어지고 지멋대로 발사되어 악명이 높았습니다)







 현대의 화약은 이러한 점 때문에 적절하게 정해진 신관에 의한 자극에만 반응하여 터지게 설계됩니다. 총을 쏘거나 불로 지져도 지정된 조건에 맞지 않으면 폭발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안정성과 신뢰성이 높아진 것이지요. 과거 단순한 형태의 화약을 쓸때는 적군의 공격에 유폭이 나서 아군이 몰살당하기도 하는 수난을 겪다가 결국 이 부분도 극복되었습니다.




 자기 손에 쥐어진 무기가 제대로 작동도 안하고 시도때도없이 스스로 터져서 내 손모가지를 날려버리면 누가 그 무기를 쓸까요. 아마 군인 대부분은 그런 무기는 다 전투 초반에 버려버리고 도망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병기 공학자들은 더 높은 신뢰성, 안전성을 가진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메고 설계하고 있습니다. 공학자들이 더 좋은 설계를 열심히 만들어 낼수록, 생산단가는 더 효율적으로 지출되며 안전성은 더 올라갈 것입니다.








(이런 병기의 구조는 대단히 중요해서, 현대에 살아남은 총 중에선 간단한 구조와 적은 부품 덕에 가성비가 높게 평가되는 무기들도 있습니다.

http://bemil.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1/2018041101772.html )








 무기에서도 부품이 적게 들어가고 덜 복잡한 구조를 가질수록 고장날 확률은 낮아집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쓰는 풀이도 간단하면서도 반드시 중요한 핵심만 짚은 풀이는 실수가 발생할 확률이 낮습니다. 쓸데없이 길게 나열해서 풀어쓴 풀이를 달달달 외운다면 분명 어디선가 삐끗할 것입니다.




 병기에서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이 적게 요구될 수록 안전성이 높아지듯, 여러분의 풀이와 생각의 구조도 단순명료하고 효율적일 수록 잔실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제가 글을 쓸때도 말을 엄청 길게 하면 어디선가 오타가 발생할 확률이 있겠지만, 짧게 이야기 하면 그만큼 실수할 확률도 줄어들겠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여러분이 더 효율적이고 짧게 목적지로 도달하는, 부품과 과정이 덜 들어가는 좋은 풀이를 개발해야 합니다. 평소 공부할 때는 항상 쓸데없이 길고 실수가 발생하는 방법으로 풀었다면 분명 시험에서도 비슷한 짓을 하다가 실수가 나서 점수를 깍아먹을 것입니다.




 병기에서 고장이 나고 폭발 사고가 발생할 여지를 줄여야 하듯이, 여러분도 풀이의 시간을 줄이고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답을 도출할 수 있는 안전성과 신뢰성이 높은 풀이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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