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승환] 오랜만에, 문학 이야기
내용이 좀 긴 편인데, 꼭 한번 꼼꼼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흔히들 문학을 빨리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비문학이 워낙 까다롭게 나오고 있고,
문학은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출제되고 있죠.
그래서 실전 현장에서 비문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문학에서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일종의 ‘원칙’이 퍼지게 되면서,
문학을 빨리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문학 문제들은 정답을 골라내는 게 좀 괜찮은 편이긴 한 것이,
흔히 말하는 “개소리 찾기”로 뜬금없는 선택지들을 정답으로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내용 일치에 근거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선택지들이 보이고,
그걸 정답으로 골라내면 채점할 때 대부분 그 문제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지요.
문학에서 “개소리 찾기”가 가능해진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수능 역사상, 가장 처음으로 복수정답이 나왔던 것이
20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현. 국어영역) 문학 문제입니다.
60만 명 가까이 보는, 공신력 있는 수능 시험에서 복수 정답이 나오다니...
당시에는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겠지요.
그래서 그 이후 출제된 문학 문제들을 보면 특유의 ‘감상’을 요구하는 내용을 정답으로 만들기보다는,
내용 일치에 근거한 사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내용을 정답으로 만드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비문학은 연습을 정말 꾸준히, 잘 해왔다고 하더라도
항상 낯선 지문들을 만날 것이기 때문에
실전 현장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시간을 줄이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2011학년도 이후부터 EBS 70% 연계가 실시되면서,
문학은 흔히 말하는 연계빨(?)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EBS 교재에 실린 문학 작품을 공부하면서
문학 부분에서 시간을 확 줄일 수 있겠다,
또는 확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자, 하지만
1) 실전 현장에서 빠르게 풀어야 한다고 해서,
공부를 적게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2) 과연, 실전 현장에서 “개소리 찾기”를
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쉬운 일일까요?
3) “확실하게 이건 개소리네.”라고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어떤 문제를 살펴보고 있어요.
1번 문제의 3번 선택지를 “이거 틀린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도,
4번 선택지를 보고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판단이 잘 안 서면
“그래 이게 정답인가봐.”라고 생각하여
4번을 정답으로 고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 채점할 때 1번 문제의 정답이 3번인 것을 보고
“아, 이거 틀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아, 이거 맞힐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쉽니다.
어떨 때는 "맞힌 거나 다름없지, 뭐."라고 가볍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작년에도 한번 언급드렸던 내용인데,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2011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작품입니다.
이 시에 딸린 문제인 16번의 ㄹ과 ㅁ을 보겠습니다.
정답은 4번입니다.
4번 선택지를 보면, 화자가 일탈적 삶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는 것은
위 시 그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근거가 없는 해석이지요.
소위 말하는 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다) 시의 분위기가 '일탈적 삶에 대한 갈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ㄹ의 바로 앞에 '헤매고 다녔던'이라는 부분이 있어서,
출제하신 분께서 나름대로 '일탈'이란 단어를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 시 전체를 쭉 읽어보면 알겠지만 4번 선택지가 옳은 선택지이려면
이 ㄹ 이전에 등장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5번 선택지를 보십시오.
이 선택지는 제가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쳐 온 기간 중,
현대시 기출 중에서 가장 많이 물어본 선택지로 기억합니다.
공부하실 때 혹시 이렇게 하시진 않나요?
<4번이 워낙 명확하니까, 5번은 맞는 말인가봐.>
그런데 만약에 발문이 이었으면 어떡하죠?
5번 선택지가 맞다는 근거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선택지를 맞다고 판단하려면 무려 네 가지의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 왜 '가난한 소지'가 '가을의 나뭇잎'인가?
2) 왜 '가난한 소지'가 '가을의 나뭇잎'을 '깨달음'과 관련하여 표현한 것인가?
3) 왜 '가난한 소지'가 '불타는 소신공양'과 대비되는가?
4) 왜 '가난한 소지'가 화자의 겸손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인가?
이 네 가지가 다 맞다고 판단해야, 5번 선택지를 맞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위 16번 문제를 실전 현장에서 만나셨을 때,
4번 선택지가 정답인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상태로 5번 선택지를 봤을 때,
자신 있게 4번 선택지를 정답으로 골라낼 수 있는 확신이 드시나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판단이 잘 안 서서 “그래 이게 정답인가봐.”라고 생각하여 5번을 정답으로 고르는 일은 확실히 없을까요?
이 문제의 정답률이 71%밖에 되지 않습니다.
국어 영역에서 정답률이 70% 이하일 때 정답률이 낮은 편이라고 이야기하는 편인데(10명 중에 3명 정도가 틀린 것이므로), 이 문제도 그런 편에 속하는 것이지요.
4번을 고른 수험생이 71%밖에 되지 않고, 약 20%의 학생이 5번을 골랐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20%에 속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이 선택지가 옳다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능에서 물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께서
이 선택지가 옳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고 하시면,
그 이유를 스스로의 힘으로 알 때까지
생각해 보시고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실전에서 좋은 성적이 나와야 하므로
실전 상황에 맞게 정답지를 정확하게 골라내는 능력, 반드시 길러야 합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헷갈리는 문학 문제에서
, 이렇게 2개를 남기고,
를 정답으로 고르는 학생이 참 많습니다.
기출을 공부하시면서,
를 본인 스스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수능장에서의 불안감을 없애려면,
완벽해지기는 어렵겠지만 완벽에 가깝도록 공부하셔야 합니다.
분명 현장에서 잘 이해가 안 가거나 모르는 선택지가 나오면,
당황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공부할 때,
라고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답을 제외한 나머지 선택지들도,
최대한 본인 스스로 깊이 있게 감상/이해해보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실전 현장에서 문학을 빠르게 해결해낼 수 있습니다.
문학을 실전 현장에서 최대한 흔들림 없이 풀어내려면,
에만 몰두하고 집중하는 것보다는
지문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읽고 나서,
어떤 어려운 선택지들이 나와도 지워내고
정답만을 흔들림 없이 골라내는 능력을 기르셔야 합니다.
공부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는 걸 늘 명심해 주셔요.
어느덧 3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데,
힘내서 공부합시다!!
- 설승환 올림
--------------------------------------------------------------------
P.S.1)
비문학(독서) 기출 분석이 뭔지 모르겠고,
제대로 된 기출 해설을 들어보고 싶다면??
[설.국.열차] 기적소리 독서 기출 분석(20강 중 18강까지 촬영 완료)
https://class.orbi.kr/course/1674
P.S.2)
3월 모의고사를 치렀는데도,
국어문법 개념 정리를 했는데도, 헷갈리는 게 많다면??
[설.국.열차] 기적소리 국어문법 개념정리(20강 완강)
https://class.orbi.kr/course/1637
P.S.3)
국어문법 개념 정리 끝나고,
기출문제로 적용하고 연습하고 싶다면??
16개년 평가원/교육청/사관학교 기출문제를 모두 다 담은 로
https://atom.ac/books/6347(다담 국어문법 800제 구입 링크)
P.S.4)
충격의 3월 모의고사, 아직 분석해 보지 않았다면??
총 10강 무료 강의로 해결하자.
[설.국.열차] 무임승차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해설강의
https://class.orbi.kr/course/1682
0 XDK (+1,000)
-
1,000
-
왜케 평가원글들이랑 이질감? 괴리감이 크게 느껴질까 문학은 괜찮았는데
-
내려오면 얼마나 내려올걸로 예상하시나요? 아무리 많이 내려와도 0.2이상은 안내려오겠죠...
-
성대인문 2
성대 인문, 사회 계열 둘다 도표랑 그래프 해석문제 출제되는건가요?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응급실 이송 과정을 두고 혼선이 빚어졌던 심정지...
-
요새 누가봐도 성대가제일심함 ㅋㅋㅋ 그다음이 서강일듯? 한양이제일 무관심
-
인터칼리지 최저 1
어차피 다른 일반과들이랑 경쟁률 차이 별로 안나는데 최저까지 있으면 실질경쟁률 더...
-
시립대 한번 터져서 그런가 괜시리 불안하네
-
평양시의 랜드마크 “ 김일성종합대학 ” 졸업생 아웃풋도 확실함
-
해설강의 듣는거보다 해설지보고 필요한부분 빠르게 얻어가는게 더 효율적일거같은데
-
이게맞나싶을정도로 많고더럽네 4p 4역학이라 17.n분들고들어갔는데 20풀다끝 ;;
-
꿀통 지2런 5
지2 공부 시작!! 가보즈아
-
쉽지않네요,,
-
MT 가자마자 나랑 비슷해 보이는 애들한테 다가가서 안경 슬쩍 올리고 "...
-
갈 수 있을만한 과 중에선 선방이긴 한데... 에라 모르겠다 외대가 해결해주겠징
-
상경보다 경쟁률 높음
-
최저 생겨서 여기도 지르는거겠지?...
-
그 답지에 막 난이도 별로 표시되는거,,,보기문제중 4개까지는 수월하게 잘 플리는데...
-
essence 06] 동사의 완전한 술어 구조 정보는 어디서 찾아요? 동사를 암기할 때, 무엇을 암기하나요? 0
완전한 술어(complete predicate)구조는 영어 문장을 작성하는 핵심...
-
15번틀 전체 인구가 증가하였다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가 다른건지 처음 앎...
-
https://orbi.kr/00069129599
-
홍익대 법학과 백분위 70프로컷 86이던데 추합까지 생각하면 몇등급정도 되어야 하나요ㅠ 9
언매확통사문생윤 6평23323 9평43223 인데 논술로 홍익법학과를 쓸지 말지...
-
독서를 좀더 많이 들을거같긴해
-
외대는 LD 생각중이에요! 성대는 아예 노베고 작년에 외대 본캠 사회계 붙어봤어요...
-
롤에서 챌린저랑 마스터 차이 정도 되나요? 수능 기준으로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
투과목 서바이벌 4
투과목 서바이벌은 재종생한테만 파나요?? 현역인데 풀어보고 싶어서요..
-
어떻게 최종 경쟁률 공개가 10시고 마지막에 18시에 완전 결정된 경쟁률 공개냐...
-
졸리지도 않아요...
-
걍 국어에 현타오는데..
-
담달에 군대 가고 26수능 볼 건데 복무 끝나면 27년도에 학교 가요, 근데 환급...
-
학폭 피해자는 7
저는 꽤 오랜기간동안 학폭에 시달렸습니다. 심하게 물리적인 폭력이나 집단구타 같은...
-
이거 뭐지 7
무섭네..
-
오오오오오오오오오~최!강 ! 삼 성!
-
경기대 소프트웨어경영 교과 vs 광운대 미디어커뮤 교과 명지 융합에너지 종합 VS...
-
문학이 시발이지않음??
-
아수라 구매완 2
강의오픈전에 오겠지..?
-
한림의 vs 지거국의 10
전라디언인데, 둘다 붙으면 전남의 버리고 갈만큼 한림의가 메리트가 크나요?
-
꿈 ㅈㄴ 꾸는중 일어나면 하루종일 컨디션 굿이고 일어난순간 꿈에대한 기억이 없으면...
-
혹시 씹덕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 있으시면 어떤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인가경 1
인가경 중에 어디 인식이 가장 좋나요? 성적, 기숙사 이런거 다 고려해서요
-
3합5 4합8
-
우왕 1차 컷 96이네 미쳤다 ㅋㅋㅋ
-
겨울 언제와 6
연말 분위기 풀풀 풍기는 겨울이 보고싶어 여름 빨리 꺼져
-
인강, 자습 0
현역, 쟈수 땐 강의를 되게ㅡ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강의 듣는 거보다 자습하는게 더...
-
기분개같다
-
제대로,,
-
최저 하나만 있어서 3합7 맞추면 되는데 국어 영어 수학 지구 중에서 뭘...
-
어디까지가 인서울인가요? 귱금
-
셀프 지능 평가 4
작업기억력:평균 상 상위 15% 언어이해: 평균 상 상위 25% 지각추론: 평균 하...
-
출제범위는 고등수학, 수1,수2, 미적분이라면서 2025 모의평가, 과년도 기출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담 어제 시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