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초대로 들어간 기숙사 구경, 주거침입죄가 될 수도 있다.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친구의 초대로 들어간 기숙사 구경, 주거침입죄가 될 수도 있다.
살면서 한 번쯤 욕을 해봤을 것이다. 듣기도 했을 것이다. 친구끼리 장난으로 욕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싸울 때마다 진심을 다해 욕설을 퍼붓는 이도 있다. 뭐 다들 어릴 때라(고 믿고 싶어)하지만 경우에 따라 심한 말이 오가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듣기 쉽지 않은 말이 있다. 바로 '침입'이다.
'침입한다', '침공한다' 이런 말은 현실에선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네가 뭔데 끼어들어", "네가 뭔 참견이야"는 있어도 "너 왜 침입했냐"는 글쎄, 듣기 쉽지 않다. 그런데 '침입죄'를 범하는 사람은 많으니 그게 바로 '주거침입죄'다. 남의 집에 물건 훔치러 들어가면 절도와 더불어 당연히 주거침입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뭘 '침입'으로 봐야 할까. 내가 모르는 남의 집에 물건 훔치러 가는 건 당연히 주거침입이 될 것 같은데, 그럼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백화점에 옷 훔치러 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까? 법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하였으므로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본다.
범죄를 규정하는 모든 형법조문은 그 범죄를 처벌함으로써 사수하고자 하는 법익이 있다. 이를 '보호법익'이라 한다. 살인죄는 생명을, 절도죄는 재산을, 모욕죄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경우 그 주거에 생활권을 갖고 있는 자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호법익으로 본다. 어려운 말로 '주거에 대한 공동생활자 전원의 사실상의 평온'이라고 하는데 잊자.
한 때도 잘 나가지 않았던 연예인 출신 K군은 귀여운 외모와 특유의 미성으로 여성들에 인기가 많았다. 그는 결혼한지 5년이 넘어가는 30대가 되어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강남, 이태원 클럽을 전전했다. 그런 그에게 2015년 간통죄 위헌 결정은 군인에게 내려진 포상휴가와 같았다.
K군은 마음놓고 친구인 B군의 부인인 유부녀 L양과 교제했다. 호텔에서, 차에서, 때론 L양(B군)의 집에서. 둘의 위험한 만남은 경계를 넘나들었다. B군은 L양을 믿었던 만큼 친구(K군)도 믿었기에 아무런 부담없이 소개시켜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로부터 어울렸을 뿐이었기에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럼에도 K군은 의기양양했다. 간통이 적어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님은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환장이 날아왔다. 죄명은 '주거침입'. K군은 날뛰었다. 왜 이게 죄가 되느냐. 간통이 죄가 아닌데 무슨 주거침입이냐고. 법원에서 K군은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따졌다. 하지만 판사는 단호했다. 비록 집에 B군이 부재중이라 하더라도 B군의 지배관리관계는 외관상 존재한다고 호통쳤다. '불륜'을 위해 K군이 들어간 것이므로 이는 당연히 B군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어서 주거침입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같이 사는 L양의 승낙이 있었어도 다른 거주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마찬가지라고 했다. K군은 뭐 이런 법이 다 있냐며 항소했고 이마저 기각되자 상고했지만 결국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결국 그는 '침입자'로 남은 인생을 살게 됐다.
법원의 입장은 공동생활을 하는 모두가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으므로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이들 모두의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일부가 승낙했다 하더라도 다른 일부의 의사에 반한다면 이는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 되어 죄가 된다. 그러니까 유부녀와 불륜하러 집에 들어간 것은 유부녀의 승낙이 있었더라도 남편의 의사에 반하여 결국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었고 따라서 주거침입죄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아래 사례를 보자.
(1) 호기심이 왕성한 많은 학생들은 자신의 자유를 실현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보통 '친구의 빈 집'을 이용한다. 성인영상을 본다든가 담배를 피워본다든가 불장난을 한다든가. 때로 어떤 여(남)학생은 교제하고 있는 남(여)학생을 부모님이 없을 때 집으로 끌어들여 놀 수도 있다. 이걸 두눈뜨고 환영할 부모는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주거침입일까?
(2) 집을 렌트하여 공동생활을 하는 두 회사원 A, B가 있다. B는 외부인이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데 A는 B가 출장을 갈 때마다 B몰래 자신의 애인을 종종 집에 들인다. 이 경우 A의 애인은 주거침입의 죄를 범한 것일까?
법원의 입장에 따른다면 (1)의 학생들, (2)의 A의 애인의 행위 모두 주거침입죄가 된다. 왜냐하면 친구와 A가 승낙했다 하더라도, 부모와 B의 의사에 직접-간접적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공동주거권자의 일부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을 쉽게 인정할 수 있을까? 내가 초대를 받아 누군가의 집에 간다면 나는 당연히 그의 승낙을 이 집의 출입조건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이 곳에 몇 명이 생활하는지, 또 그들의 의사가 어떠한지, 지금 하는 나의 출입이 그들의 의거의 평온을 해할 것인지 일일이 검토하기란 곤란하다. 어차피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가 나서서 형사처벌할 실익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공동 주거권자 중 일부의 의사에 반하기 때문에 아무도 못 데리고 온다고 한다면 오히려 다른 일부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 아닐까? 공동으로 생활한다는 자체가 한편으로 그에 따른 '불편함'을 어느정도 감수하겠다는 묵시적 동의가 입주 당시부터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물론 상간남을 처벌하기 위해 단호한 법대를 들이댄 법원의 결론만은 일견 수긍이 가지만 내세운 법근거는 전혀 다른 취지로 의탁되어 엉뚱한 경우까지 재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것은 아닐까?
친구의 초대로 들어간 기숙사 구경, 주거침입죄가 될 수도 있다. 다른 룸메이트의 의사에 반한다면 말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토익은 990 텝스는 543점이던데 주변 둘 다 본 지인들 보면 토익 950 약간...
-
훅훅거리면서 쳐자는 새끼 이 날씨에 에어컨 21도로 트는 새끼 친구 둘이 나란히...
-
살아가는 이유가 있는 걸까
-
인생 시.발 이거살돈도없네
-
이제 그만할 때가 온건가 올수능까지만보고…. 음…
-
학생들이 자주 질문하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변 한 번 적어봅니다. 답변은 제...
-
애널리스트 5
애널리스트 되고싶음 수능보고 상경으로 진로 틀까?
-
오늘의실모 1
서바14회 수학 80점 강K 10회 국어 89점
-
강대 출제진들은 왤케 이차방정식 근의 합곱 좋아함? 3
해설지에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꼴 보니 ㄹㅇ 성애자 수준임 그런논리 익숙하지도 않을...
-
버스 바로 탈수있는데 어쩌지
-
생윤 롤스 질문 0
천부적 재능이나 최초출발 위치에 대해 응분의 자격을 지닐수 있다. 이거 맞는거에요 아닌거에요¿
-
독서론은 1
그나마 기출 사설 괴리감이 적으려나요..?
-
의대정원과 약대 2
지역인재 수시 약대컷 많이 떨어질까요?-?
-
나죽어....
-
수시 개좆망해서 제일 높은 곳이 부산대임ㅋㅋㅋ 내년 3월에 입대해서 2년동안 준비할...
-
해리스랑 트럼프 둘 중 누가 당선돼야 그나마 세계 평화가 찾아올까요?
-
고양이상 개취향 ㅎ.ㅎ
-
마더텅보다 좋나요
-
체체체체체리시 마이 럽~
-
그랑프리 2
생명 6모 47 9모 42 10모 50인데 그랑프리와서 Track A 풀어보니까...
-
아파트아파트 어 어허 어허
-
흠.. 18
-
적중예감 제외 그리고 사문 1일 2실모는 ㅇㄸ요?
-
일본어1 세특겸 주제탐구 수행평가하는데 노벨상 수상자들 업적 조사하고 그런거는 너무...
-
집중력 디메릿은 걍 모래주머니라 치고 감당해야지
-
230303 공항 사진인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장카유설은 단단히 잘못되었어요
-
노래 안들어서 5
요즘 떠오르는 음악잔상이 없어서 좋다..고요하니
-
제곧내 영재고 9등급이 한양대?
-
국어는 재능이 맞다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
내가 강의는 이년전에 졸업해서 근데 강대k 랑 킬캠ㅍ비교해보면 강k가 횔씬어려운데...
-
마더텅하고 김승리 TIM이랑 이원준 하트브레이커 병행 하고 마지막 수능 일주일 정도...
-
현정훈 트레드밀 0
지금은 방인혁으로 개념 기출을 끝내고 올해 12월부터 대치라이브로 현정훈의...
-
앞쪽 내용은 다 어휘어근단어 이런거 설명하는 강의던대 듣다보니까 너무지겹기도하고...
-
의 이름은 어디에서 따왔나
-
문송합니다오빠가스카이못가면복학인데(저말고오빠가) 오라버니가 궁굼하다 하시내요 ㅜㅜㅜ
-
좋아하니까 멋있는거지~
-
서성한 직업 4
서성한에서도 7급준비함?? 잘안풀리면 7급인가
-
추 천 인 아이디 ohminseo0510
-
작수 국어 99 이고 올해 6모 미응시 9모 1틀임 연계 존나게 했는데 막상...
-
진지하게 풀다가 찢고 나갈까 오조오억번 고민하다가 겨우 멘탈 붙잡고 풂.
-
자지 2
금부터 숙면을 취하도록 할게요
-
투 빅또리
-
50일이라도 더 줬으면 좋겠다 하 수능을 벼락치기하는 내 인생
-
근데 26수능 대비 인강 12월부터 나오나? 올해는 파이널 인강만 듣고... 경험...
-
공포게임 시켜줘 2
근데 맥북이야 노트북 새로 살까..
-
수학 인강 처음듣는데 한석원이랑 현우진 중에 뭐부터 들어야 할까요? 그래고 고2...
-
하시압 주무시압 밥 드시압 공부하러 가시압 이 링크를 참고하시압
-
별론가여? 그래두중대가고싶다
낯선 내용인데 재미있게 읽어주어 고마워요 :)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