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생활부 [286859] · MS 2009 · 쪽지

2011-02-20 21:35:21
조회수 5,589

공립외고->서울대경영, 수기 쓰면 맛있는거 사주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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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목을 써놓고도 어이가 없넼ㅋㅋㅋ 봐주세요. 제가 요즘 밀고 있는 귀요미 말투거든요ㅋ



반말해도 되나요? 버릇없다고 그럼 어뜩하지 ㅠ_ㅠ

걍 할게요>_
글에서 허세가 묻어나도 봐주세요.......숙취가 심할 때 쓴 것도 있거든요..


순서는 인트로->수능후기(오르비에 예전에 올렸던 거 펌)->공부법 수기(M사 제출용이었으나 결과는 ㅋ 망 ㅋ)






1. 인트로

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나? 나의 ㅈ중딩 시절?

사실 난 중1 때부터 목표 고등학교가 안산에 있는 ㄷㅅ고등학교였다.

왜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고, 가면 뭐가 도움이 되는지,

내신은 어떻게 받는건지 아무런 지식도 없었다.


그냥 그 곳이 좋은 학교라는 걸 알았고, 가면 왠지 주변 사람들이 칭찬해줄 것 같았다.

설날에 친척집에 가면 용돈을 더 줄 것 같았고.

하ㅋㅋㅋㅋ 쓰다보니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 코딱지만한 중딩이........




별로 공부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도 없었고.

그냥 '반에서 깝치는 ㄴ들' 보다는 좋은 성적 받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했고,

생각보다 그럭저럭 하면서 나름 전교 2등 정도는 유지했었다.



중3 여름에 집에서 만화를 보고 있는데 같은 중학교 전교 1등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내용인 즉 '외고에 진학하겠다'는 것.

좀 배신감을 느꼈다 ㅋㅋㅋㅋㅋ 같이 ㄷㅅ고등학교 가자며!

알런지 모르겠는데, 현재의 92년생들이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2007년은

외고에 대한 로망과 욕심이 가히 폭발적일 때였던지라,

아무리 못하는 반의 잡 찌질한 친구들도

너나 할것 없이 외고준비하겠다고 깝치던 때였다.


솔직히 나는 그런 무리에 낄 생각은 없었고,

친구들이 외고준비한다면서 새벽에 학원에서 자습하다가 아침에 엄마가 싸온 도시락 먹으며

학교에 등교하는 꼴, 학교에서는 잠만 쳐자는 꼴을 구경하면서도 속으로 욕해대기만 했었다.

그게 뭐 대단한거라고 고등학교 입시에 저렇게 목을 매냐 ㅋㅋㅋㅋ 이러면서.



그런데 제일 친한 친구라는 지지배가 갑자기 뒷통수를 때리며 외고에 진학하겠다고 하니,

좀 어이가 없기도 했다. 것도 중3 여름에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친구가 말하길, 예전부터 준비해왔다면 모를까 이제와서 ㄷㅇ이나 ㅇㄷㅂㄱ를 준비하는 건

스스로도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댄다. 그래서 고른 것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도 공립외고였다.


일단 알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외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좀 혼란스러웠다.

ㄷㅅ고등학교는 내신+선발고사이기 때문에 그냥 내신이나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되는 줄 알았지,

외고 입시는 어떻게 이뤄지는 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찹찹찹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만화를 보는데,

그 와중에 내 머릿속에서 저울질 되던 건 말 그대로 '간판의 무게'였다.

ㄷㅅ고는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

그래도 외고는 외고라는 이름이 일단 붙어있긴 하고................



요리조리 저울질 하다 결론은 곧 '친구따라 가자>_
난 줏대없는 ㅇ사람이니까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결정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편한 게 많아졌다.

1. 선발고사를 안 쳐도 된다.

집 근처의 그 외고, 나의 모교 ㅋㅋㅋ 는 당시 내신성적우수자라고,

only 내신으로만 선발하는 전형을 갖췄다.

딴 건 필요없이, 그냥 내신만 제출하면 된다.


2. 입시가 일찍 끝난다.

경기도 외고 입시는 금방 끝났고, 선발고사 준비하며 애들이 낑낑대는 걸 여유롭게 구경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좋군 ㅋ




시간은 훌쩍 뛰어 원서접수, 경쟁률 확인, 면접, 발표........등등

보편적인 입시 순서가 이어졌지만 합격 발표를 확인하고 나서도 그리 큰 희열은 못 느꼈다;

내신으로 선발되는 '당연한' 입시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그만큼 외고 입시에 목을 매서 열심히 공부하는 등의 노력을 쏟지도 않았기 때문일 거다.




그냥 예쁜 교복을 입는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고,

그 시간을 잉여롭게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후회된다.

하다못해 영단어 하나, 수학문제 하나라도 더 붙잡고 있었으면 좋았을걸.

물론 대학 입시까지 시망이었으면 그런 후회는 더 격해졌겠지만

결과가 좋ㅋ으ㅋ니 적당한 후회만 된다.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 지루한 중딩 편이 대충 종료되었군 ㅋㅋㅋㅋㅋ 이제부터 본격 스펙터클한 고딩시기>_<



입학 후 내가 첫 느낀 경험은 '숨이 막힌다.'였다.

일단 10시까지 하는 야자에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연필이라도 떨어뜨리면 눈치보일 정도로

그 숨막히는-_- 고요함에 미칠 것 같았다. 그런 고요함 속에서, 일관된 자세로, 그렇게 오랜 시간

'공부'라는 걸 해본 건 처음이었다. 중딩이 공부래봤자 얼마나 하겠나 ㅋㅋㅋㅋ 제 아무리 시험기간이라고 해도

그렇게 오랜시간 집중력을 요하는 공부를 해본 적은 없었다.



친구들이 무서웠다.

물론 별로 노는 ㅋ 애라던지 깝치는 ㅋ 애는 없어뵈고, 대부분 공부 열심히 한 순박한 친구들이었지만,

그런 고요함 속에 흐트러짐 없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무서웠다.




이렇게 거론하면 학교가 발각되겠지만-_-

거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천당 밑에 분.............음................아무튼 이 지역에 위치한 외고라 그런지,

지역 학부모들의 입시열이 뜨거웠다. 앗 뜨거 앗 뜨거.

나는 인근 다른 도시에 살고 있던 학생이었는데, 우리 어머니가 맨 처음 학부모 모임에 참가한 자리에서

많이 기가 죽으신 듯했다.

맞벌이 하시느라 정신이 없어 중학교 땐 웬만한 모임에는 나가지도 못했는데,

딸이 '외고'에 진학했다는 이유만으로 괜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처음 나가신 모임이 그 모임이었다. 그 자리에서 분당......헐 거론했군 암튼 분당 엄마들의 치맛바람을 맛보고는

괜히 초라해짐을 느끼셨단다.




뭐 주로 얘기하는 건 그런 거 아니겠나? 우리 큰애는 무슨 외고,

작은애는 과고 준비.

우리 아들은 분당에서 외고입시 준비할 때 무슨 대회. 무슨 상. 토플 몇 점. 텝스 몇 점.

(당시 나는 공인영어성적이 단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의 이런 학부모 모임 후기(?)까지 듣고 나자 친구들이 더 무서웠다.

괜히 여기 왔나. 싶은 생각이 일찌감치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였나, 3월 모의고사는 긴장 속에서 치렀다. 잘 보고 싶었다.

선생님도 이 결과에 따라 나를 대할 것이다. 친구들도 이 결과를 알 것이고,

이 시험에 따라 다음 번 모임에서 우리 엄마가 몇 차례나 웃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생각보다 결과는 좋았다. 반에서 2등? 선생님이 1:1 상담에서 석차를 보여주셨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에 안도했다.

그리고 동시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할 만한데?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두고 근자감이라 하낰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중딩 때는 솔직히 내가 킹ㅋ왕ㅋ짱ㅋ이 아니었던가. 친구와 1등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긴 했지만,

후배들조차 나를 '공부 잘 하는 언니' 쯤으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의 자존감은 가히 하늘을 찔러댔닼ㅋㅋㅋㅋㅋ



이런 오묘한 기분좋음과 자신감 속에서 1학기 첫 중간고사를 치렀다.

사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도 알지 못하는 속에서, 중학교 때 하던 것처럼 내신 준비를 했다.



중간고사 첫날, 두 과목 모두 90점을 넘지 못했다. 조금 충격이었다. 중학교 때는 거의 100점에 수렴했으니까.

그런데 그 충격이 끝이 아니었다.

시험 첫날 시험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왔는데 한 친구가 자기 책상에 시험지를 접어놓고는 그냥 집에 가버렸다.

친구의 시험지...............하악하악....................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표현이 좀 웃기게 됐지만 솔직히 너무 유혹적이다.

주위를 둘러보고는 조심스레 펼쳐봤다.

두 과목 모두 나보다 높은 점수였다.


내가 이렇게 설명한다고 해서 과연 수기를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와닿을지는 모르겠다.

우리반에서는 내가 킹이야 ㅋ 왕이야 ㅋ 짱이야 ㅋ 였던 상태에서,

내 눈으로 나보다 높은 점수를 목격했을 때,(것도 모의고사 때 반에서 1등했던 친구가 아니었다.)

그 기분은 굉장히 오묘하다. 내가 만든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모의고사 때 반에서 2등한 건, 첫 시험이었고 이런 유형에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실력 발휘가 제대로 안 된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2등이어도 상관 없었다.


정기고사에서 내가 잘 하면 되지 ㅋㅋㅋㅋ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냥 반에서 그럭저럭 하는구나....싶었던 친구마저 나보다 점수가 높다면,

내 위에 몇 명이나 더 있는거야?

하는 생각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중간고사 둘째, 셋째, 넷째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는 잘 생각이 안 난다.



중간고사 끝나고부터 내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집에 오면 폭식을 해댔다. 집에 오는 길에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그 유명한 씨리얼과

무려 딸기-_- 우유를 몇 팩 사들고 들어가서

새벽녘까지 딸기우유에 씨리얼을 말아먹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 웃음밖에 안나오네

당연히 달다. 단 정도가 아니라 진짜 설탕을 퍼먹은 셈이다 ㅋㅋㅋㅋㅋ 근데 왜 그랬는지,

당시에는 별로 달다는 생각도 안 들고 빨리 내 배에 뭔가를 퍼 넣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10시까지 의자에 앉아서 다른 친구들이 공부하는 걸 지켜 본 보상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퍼먹었다. 피자? 치킨? 낮과 밤을 가릴 것 없이 먹었고

급식실에서 8명 남짓한 친구들이 남긴 반찬을 죄다 가져와 먹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나온 메밀국수를 6번 받아먹고 그 냉면 그릇을 산처럼 쌓아서 자랑처럼 들고나가기도 했다 ㅋㅋㅋ


뭐..........잠깐은 살이 안 찌더라.

중학교 때 워낙 운동하는 걸 좋아했어서 나름 근육량은 자부할 정도였다.

처음엔 친구들도 넌 그렇게 먹는데 왜 안 찌냐 이러면서 신기해 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런데 이게 먹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심한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내가 또 정신을 못차리고 먹어댔다는 사실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점심, 저녁 시간에 너무 많이 쳐먹었다며 엉엉 울어대는 나를 친구들이 위로하는 건 일상이 되었다-_-

이 때 많은 친구들이 내 뒤에서 욕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욕하지 않았다면 그건 성자다 진짜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런 와중에 기말고사가 지나가고, 내 1학기 평균 등급은 2.8이었다.

외고 치곤 잘한거지.

but, 어디 내밀어볼 점수는 아니었다.




엄마 손을 잡고 정신과에 다니며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심한 자기혐오가 과도한 상태였다.


뭐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팔로 막 손목 긋고 ㅋㅋㅋㅋㅋ 이런 건 안 했다.

나 겁 많음. 제 아무리 미친 상태였다지만 그런 짓은 못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런 와중에 약물로 인해서 폭식 후의 자괴감이 사라지고-_- 덩달아 중국 여행까지 한 번 다녀오니

슬슬 살이 올랐다 ㅋㅋㅋㅋㅋ 거의 한 달만에 5키로 씩 쪄댔다.

그 맘 쯤에 내가 슬라임-_-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왜, 그, 단풍이야기 게임에 나오는 그 초록색.................ㅋㅋㅋㅋㅋ






1학년 2학기는 잘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나 보다.

스트레스에서도 차츰 벗어나고 있었고, 담임선생님과의 불화-_- 덕에 성적욕은 거세졌다.



아, 그 와중에 내 첫 텝스를 쳤다.

사실 중딩 때 텝스 친다고 깝치던 놈들 보면 코웃음부터 쳤다.

그게 왜 필요한데? 외고 입시?



필요했다. 먼저 수행평가에 필요했고, 그 다음 수시에 필요했다. 대학이 원했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서점에서 책 한권 사서 2주-_- 쯤 보고 처음 텝스를 쳤다.


점수 얘기해야 하나? 부끄러운데.............................하 ㅋㅋㅋㅋ 776점이었던 듯하다.

듯하다가 아니라 사실 그렇다. 생각 안나는 척 좀 해봤다.

그랬다.


애들 입 놀리는 걸 보면 개나 소나 800점은 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인트로 끗ㅋㅋㅋㅋㅋ 죄송해여 인트로는 외고에서 느낀 무서움 입니돠



2. 수능후기




아오. 돋네요. 수능 당일날 쓰는 생생한 수기><

수능 당일 경험만 지금 써놓고 나머지 앞에는 나중에 써야지 힝힝'ㅅ'




수험표를 받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쪽지를 하나씩 나눠주셨다.

내 앞으로 온 내용은 이것

'SNU 경영 11학번 재은양! 남들보다 아픈 몸 이끌고 여기까지 와줘서 기특해~

네가 다른 능력이 너무 많아서 건강은 좀 덜 주셨나 하고 생각해.

비록 조금 유리한 위치에 있긴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진짜 농담아니라 눈물이 왈칵 나는데........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 말고도 감수성 풍부한 몇 여학생들이 울어제끼는 걸 봤다 ㅋㅋㅋㅋㅋ


전날은 정말 공부 안되더라.

수험표 받고 종례까지 했는데도 친구들이 안 가고 교실에 남아있었다.

명목은 공부였지만 될 리가 없었다.

뭐 나는 여학생인 관계로 친구들과 주로 했던 얘기는 살 성형 옷 화장품

등등등..........



사실 남들은 내가 긴장은 정말 안 하는 것 같다고, 넌 떨리지도 않냐고 장난처럼 묻는데

내가 겉으로는 B형, 속으로는 전형적인 소심 A형이라서 정말 엄청나게 떨었다.

겉으로 티 안내고 아이들이랑 웃고 떠들었지만 긴장한 탓인지 신경성인지,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점심 먹기 전에 양호실에 가서 엎드려 있었는데, 국사 책을 보다가

잠들어버렸다-_-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사실 수능 당일 배변 문제가 좀 걱정이었는데-_- (오전에 하긴 하는데 좀 불규칙해서)

그래서 변비약이라도 미리 먹을 요량으로 사놨는데 다행히 그 날 배가 아파서ㅋㅋㅋㅋ ㅋㅋㅋㅋ

폭풍 설ㅋ사ㅋ를 해댔다. 평소 같았으면 욕이라도 했겠지만 다음날을 위해서 미리 배를 비운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ㅋㅋㅋ ㅋㅋㅋ 내일 오후까지는 안 마렵겠지.





아이들이 하나둘씩 돌아가고, 나는 평소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9시까지 자습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막상 혼자 교실에 남으니 정말 외로움+막막함+허탈함+긴장감이 쓰나미로 몰려왔다.

으허허안ㅁ아허허허허헝어어엉허허허허허허어어어엉허어허엉

하고 혼자 청승맞게 통곡하고 있는데 기숙사 사는 남학우들이 저녁 먹기 전에 책을 가지러 내려왔다가

단체로 내가 곡하는 모습을 구경했다-_- ㅅㅂ 쪽팔렸지만 그 때는 정말 너무 떨려서 울기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결국 자습 포기-_- 하고 엄마 차를 타고 오는데 진짜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게 멈추지를 않았다-_-;;

그날 밤에도 원래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던 내가 11시에 누워서 1시 넘어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딱 떴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크으.............진짜 죽어도 두 번 경험하긴 싫다.

엄마는 도시락을 싸고, 난 메기 오빠의 파이널 교재를 보며 묵묵히 밥을 먹었다.

아버지와는 별로 친하지 않기에-_-; 걍 잘 갔다 올게요 하고 나와서 엄마 차를 타고 수능장으로 향했다.



아옼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 또 폭풍 눈물 크리가 한 번 터졌다.

진짜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12년 동안 달려온 게 오늘 하루를 위해서였나, 오늘 하루면 끝나나,

싶은 마음에(사실 그 다음주가 논술 면접이라 완전히 끝은 아니었지만-_-) 또 엉어엉ㅇ어어어엉엉어엉 울어쌌다.



그래도 너무 울면 눈 따가워서 졸리울까봐 자제하며 꾹꾹 참아댔다.



고사장에 도착했는데, 예상외로 담임선생님이 계셨다-_-;;

여학생들이 두 고사장으로 갈렸는데, 한 반에 3~5명씩만 내 고사장으로 배정받았기 때문에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평소에 나에게 잔소리하던 모습이 아니라 ㅋㅋㅋ 정말 포근한 웃음으로 안아주시는데 또 눈물날 뻔 했다.


550점 받아올게요!!!!!!!! 하고 억지로 쎈척하며 들어가는데 진짜 기분 이상하더라.

울면 안되는데 울컥하고.........아.......................






왠지 너무 질질 끄는 것 같아 재미없으니 바로 1교시 언어영역으로 들어간다.



어려웠다.

6, 9, 수능 중에 제일 어려웠다. (사실 2011학년도 대수능이 당해 모의고사에 비해 언수외 난이도가 조금 높았다.)

차분히 풀었다. 시간이 걸렸던 지문은 역법(태양력 나오던 ㅠㅠㅠㅠ 죽여버릴꺼얌)과 채권? 정도였다.

사실 경제에 관해선 교과외로 공부한 게 조금 있었기 때문에 채권은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았지만

역법은 정말............내가 긴장해서 그랬는지 거의 한 문제 풀고 다시 지문 보고, 풀고 보고 풀고 보고......반복이었다.

지문에 떡하니 나와있는 문장도 찾지 못해 시간을 계속 끌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첫 교시는 무조건 잘 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긴장이 더욱 심해졌다.

잠깐 펜을 놓고 숨을 고르고 다시 해나갔다.



사실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본 문제는 윤동주의 시였다.

우물이 비추는 하늘이 지향하는 바?

마지막에 존재 탐구를 끝냈다?

솔직히 평소에 문제 풀던 감으로.............존재 탐구를 끝냈다 따위는 말이 안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괜히 불안했다. 왜 이것들이 지향하는 바인지 모르겠는데? 이런 심리라고 해야하나.

결국 맞긴 맞았다.



나중에 채점해보니 그 문제에 마지막에 매달리는 바람에 뒤에서 2점짜리 문제를 하나 틀렸더라.

ㅅㅂ 어이없었지만 실수도 실력이리(당시엔 이렇게 생각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외국어 보기 전엔.)







수리는 생각보다 평이했다.

아니, 평이한 건 너무 평이하고 어려운 건 너무 어려웠다,

내 기억에 끝까지 나를 괴롭히던건, 16번인가에 ㄱㄴㄷ를 고르는 문제와

블럭쌓기에서 짝수로 놓인 블럭이 없도록 하는 수열 문제였다.



짝수로 놓인 블럭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되더라. 개인적으로 작년 수능의 그 뻥뚫린 네모에 작은 사각형 채워넣기-_-

랑 비슷한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16번은, ㄱㄴ은 정말 확실했다.

ㄷ은 어떻게 판별해야 할 지 생각이 안 났다.


솔직히 아주 빨리 풀 수 있었다. x1=y1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하나로 치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y1만을 x1로 교체해놓고 왜 안풀리지 하면서 끙끙 댔다.

별 표 쳐놓고 넘어갔다가, 마지막에 5분 정도 남았을 때 드디어!!!! x1도 y1로 바꿔주는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 ㅋㅋㅋㅋ

아오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네

아무튼 그렇게 하니 금방 풀리더라-_- 그래프 옮겨서 기울기 구하니 끝이 났다.

시간이 남아서 OMR카드에 있는 걸 가채점표에 옮겨 적었다.



그런데 종이 치고, OMR카드를 걷어가고, 시험지를 걷어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펼쳐진 시험지 위에 17번(잘 기억이 안난다. 암튼 4점이었던 듯)에 답을 4번으로 표시하고,

수험표 뒤 가채점에 2라고 적어놓은 것이 보였다.

OMR에 기초해서 적은 가채점표에 2라고 적었으면..............갑자기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아 어떡하지.............하고 재빨리 머리를 굴리니 감독관이 선하게 생겼더라.

'점심 드셔도 됩니다' 라고 나가려는 찰나에 붙잡고

홀수, 짝수형 표기를 안한 것 같다며 OMR를 확인하겠다고 징징댔다 ㅠㅠㅠㅠ

착한 그 분은 어머 그러세요 하면서 보여주셨고, 다행히 난 OMR에 마킹한 숫자를 가채점표에 잘못 적는 병ㅋ신이 맞았다.

헤헤 표시했네..........하고는 돌아서서 점심을 먹었다.

다행이었다. 정말 가슴이 철렁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점심은 일부러 조금만 먹었다. (그래본 적은 없지만) 문제를 풀다가 조는 인간이 되긴 싫었다.

사실 배고픈데-_- 절제하느라 힘들었다.




외국어는....................솔직히 조금 방심했다.

6, 9월이 어려웠어도, 6월은 듣기 빼고 만점, 9월은 만점이었다.

그러니까 듣기만 집중해서 들으면 뒤에는 문제 없겠찡^*^ 하며 자만을 했다.

치명적이었다.



5번을 듣고 120에 치고 넘어갔다.

8번 쯤 듣는데 갑자기,

'내가 아는 할부가 그 단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왔다. 다시 들려주지도 않는데, 미칠 것 같았다.


혹시 고도의 훼이크인가? 할부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다른 프로그램인가? 그냥 다른 서비스인가?

360을 다 내는 게 맞나?



고민했다.

나중에 생각하자며 별표 치고 넘어갔다.

그러나 이미 마음은 불안해졌다.



독해는 확실히 불외국어였다-_-

EBS연계 지문이 많아서 가끔 눈에 띄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 나는 Final 말고는 수능특강 10주 완성 인터넷 수능..............등등등............외국어 영역은 전부 사놓고 손도 안댔다-_-;;;;;;;

수능 한달 전부터 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이렇게 쉬운 지문이 수능에 나오겠어>< 히힛>
하며 안 봤다. 개 후회되더라. 사실 그걸 보는 건 다른 문제를 푸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되새겼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3점짜리 미친 추론문제는 다 맞았다.




독해를 틀렸다. 그것도 EBS 파이널에서 내가 틀렸던 문제를 또!!!!!!!!!!!!!!!!!!!!!!!!!!!!!!!!!!!!!!!!!!!!!

나는 멍청이였다-_-;;; 사실 처음에 '어? 이거 익숙한데...........' 이러곤 대충 풀다가 1과 4를 연결시켜놓고 별표 치고 넘어갔다.

(나는 별표를 굉장히 굉장히 많이 친다-_-;;)



나중에 다른 문제의 마킹을 끝내고 듣기와 독해에 한 문제씩 남겼을 때, 선택의 기로에 섰다.

120? 360? 평가원은 정직하다. 다른 교육청처럼 낚이세여>< 하고 던지는 Fake는 상당히 적다.

나는 그것을 무시했다-_-.........내가 맞을거야...... 다른 애들 틀리라고 낸 거야.........................360에 쳤다.


이게 내가 '고쳐서 틀린' 외국어 문제다.




독해를 보는데

impressively? 말이 이상했다 ㅋㅋㅋㅋ 이게 뭐야 ㅋㅋㅋㅋ 하고 long-winded로 시험지에 체크했다.


어? 이거 내가 듄파에서 틀린 문제 같은데.................

갑자기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내가 뭘 쳐서 틀렸지? long-winded가 익숙한데........내가 그럼 이걸 체크해서 틀렸던가?

갈등됐다.

아......어제 파이널 한 번만 더 볼걸............................미친듯이 후회했다.

EBS는 진리였다-_-;;;



한번 이렇게 헷갈리게 되자 갑자기 winded에 대한 의심도 막 생기기 시작했다-_- 내가 알던 그 단어가 아닌 거 아냐?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다.


결국 난 impressively에 마킹했다. 가채점표에 답도 옮기고, 종이 칠 때까지 그 문제를 더 보기로 하고

시험지를 펴놨다.



아닌 것 같았다. long-winded에 다른 뜻이 있을리가 없었다, 내가 잠시 미쳤었나 보다.

손을 더듬어 화이트를 찾았다.

책상 밑에 넣어놨었는데, 갑자기 손에 잡히질 않았다. 덜덜 떨면서 더듬는데 책상 위 수험표 아래에 숨어있는 게 보였다.

수험표를 들춰 화이트를 집어드는 순간 종이 쳤다.



모의고사 같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화이트를 칠하고 마킹을 했을거다.

그러나 수능이었다.

'종소리가 울린 뒤 마킹해서 부정행위로 간주되는 경우'가 제일 많다는 경고는 어제도 오늘도 들었다.

겁이 났다. 당해 년도 성적 취소..........재수하고 싶진 않았다.


머리에 손을 올렸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OMR과 시험지를 걷은 감독관이 나가고


통곡을 했다.


너무 서러웠다. 생각해보니 아무도 눈치 못채게 빠르게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체크한다고 신고하는 학생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 엉엉 울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까닭이었다. 정말 대성통곡을 했다.

처음보는-_- 뒷자리 여학생이 나에게 휴지를 건네줬다.

주변 애들의 표정은 '얼마나 못봤길래 저렇게 통곡을 하나..........' 였다.



근데 정말 서러웠다. 틀린 걸 확실히 알 때의 그 더러운 기분이란...........

죽고 싶었다. 이렇게 못봐서 서울대 갈 수 있을까?

물론 사탐을 완벽하게 하면 가능한 걸 알았지만 내 정신상태는 이미 메롱이었다.

메롱메롱메롱메롱......엎어져서 울다가 사탐 공부를 할 시간을 까먹었다.


서둘러서 국사 교과서를 펼쳤지만 눈물이 계속 났다.






쁘잉쁘잉. 사탐시간이 돌아왔다. 쉬는시간 30분 중에서 15분을 울고불고 눈물닦고 난리치다 보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을 급 깨닫고 급하게 국사책을 읽어내려갔다.

교실에서 보고 있었는데, 괜히 감독관이 미리 집어넣으라고 할까봐 불안했다. 화장실에 책을 들고가서

10분 전까지 봤다. 사실 전날 밤까지 사회 파트까지는 봤는데 점심시간+쉬는시간을 이용해서 마지막으로

문화파트를 보려고 했었다.


결국 다 보지 못했다. 문화가 제일 양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했다-_-


똥마려운 표정으로 교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험지를 받았고,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익 ㅅㅂㅇㄴㅁ;ㅣㅏㅓㅇㄹ;민아ㅓㄹㄴㅇ;ㅣㅏㅓㅁㄴㅇ;ㅣ!!!!!!

내가 그 동안 짜잘하게 외운 것들 다 어쩔거야...............오르비언 님들 녹읍을 부활시킨 경덕왕 때 까지는 시중 이름이

중시였다는거 아시나요 ㅋㅋㅋ ㅋㅋㅋ 고려의 동서대비원에는 빈민구휼이 있지만 조선에는 없습니다.

한반도를 수륙양면!으로 공격해온 건 고조선 때의 한나라였습니다.



또 뭐더라............

어제까지는 진짜-_- 일부러 짜잘한것만 골라서 다시 보고 이랬는데 진짜 시험지 푸는데 빡치더라 ㅋㅋㅋㅋ

배부른 소리라고 들릴 수도 있지만 진짜 열심히 공부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큼직큼직 쉽게 나와서 짜증이 돋았다.

결과는 50점-_- 뭐 50점이었지만 별 감흥도 없었다.


한국지리는 으잉 쉬웡 ㅋㅋㅋㅋ 이러고 풀었는데 하나가 틀렸더라.

짜증나서 무슨 문제 틀렸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있다가 오늘 친구랑 대화하다가 드디어 알았다-_-;

3점짜리였다. 뭐....솔직히 지리덕후들에 비하면 들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므로

(4월까지 근현대사로 시험을 봤었다-_-;;) 그냥 만족했다.


경제는...........말하기가 조금 짜증난다.

그냥 점수만 말하면 47점-_-;;

경제 관련해서 교과외로 공부도 많이 하고 TESAT이나 AP, 매경TEST등도 치고 수상도 했었는데

틀린 게 부끄러워서 그냥 말하지 않겠다.



사회문화는 50점이라고 기뻐했는데 오늘 교실에 가보니 너도나도 50점이라고 씐나 하더라.

그래서 그냥 소심하게 기뻐했다.




사탐까지 끝나니 교실에서 두어명이 퇴장했다 ㅋㅋㅋ

나는 그래도 3년간 중국어를 공부한 공이 있었고. 1등급 못맞으면 사살 ㅋ 이라고 중국어 선생님께서

장난스레 말씀하셨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_-;;

마지막까지 시나공 HSK 어법책을 놓지 않고 있었다.


주변의 아이들은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ㅋㅋㅋㅋㅋ



시험지를 받자마자 문화부터 봤다. 광주 아시안 게임 관련 문제였다.

헐씌. 춘절 청명절 단오절 추석 중양절 스승의날 청년의날

언젠지 뭐하는지 뭐먹는지 다 외우고 갔더니 답이 광ㅋ주ㅋ 라니.......

뭔가 허탈했지만 50점만 받으면 되겠지......하는 생각에 문제를 풀기시작했다.







내가 풀어보던 중국어 문제가 아니었다. 까다로웠던 10월도 수능에 비하면 장난이었다.

어차피 오르비 내에 중국어 선택자 몇 명이나 있을지 알 수 없으므로

결론부터 말하면 2점짜리를 두 개 틀렸다-_-

모의고사 본 이래로 중국어는 틀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타격이 좀 컸다.

제 2 외국어는 등급컷도 안 올라오는데 진짜 걱정돼서 죽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



혼자 얼굴 벌개져 가며 긴장해서 풀고 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다들 엎드려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_-; 괜히 열심히 푸는 내가 부끄러웠다ㅋㅋㅋㅋㅋ



끝나고 나니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진짜 끝났다......

내 12년의 어린 시절도 끝났고, 이제 내 대학 이름은 대충 결정이 났겠구나, 싶었다.



다 걷어가놓고도 고사실에서 대기하라더라.

엎드렸다.

눈물이 나왔다.

훌쩍훌쩍훌쩍.......킁킁 흑흑 헉헉 으허어거엉 으힉 으힉 으끽 으끽

결국 훌쩍은 조용히 꺽꺽대며 우는 소리로 바뀌었다.

아까 외국어가 끝나고 그 시끄러운 쉬는 시간과 달리-_- 다들 조용하게 대기하는 시간이었기에

감히 통곡은 못하고 흐끽흐끽 울었다.


주체가 안돼서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는데 살짝 눈 떠보니 부감독관이 안쓰럽게 보고 있었다.

'저 망한 건 아니고요-_-;; 아쉽고 그래서 그래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ㅋㅋㅋㅋㅋ


혹시 오르비에서 이 후기 보고 왠지 자기네 교실에 있던 학생이 나 같다면 덧글 하나 남겨 주세여.

저 그렇게 망한거 아니었어여ㅋㅋㅋㅋ



생각해보니까 엄마한테 문자로 미리 답을 보내놓으라고 주문했었다. 나 짝수형이니까 꼭꼭! 끝날때 바로!

라고 새겨놨으니 왔겠지 싶었다.

감독관이 미리 폰을 나눠주고 대기했었는데 핸드폰 전원이 켜지는 그 순간이 왜 그리 긴지......미치겠더라.

그런데 막상 폰이 켜지고 문자 9개가 통째로 날아오니까 오히려 엄마의 문자는 못 보겠더라.

친구랑 다른 아이들이 보낸 문자를 먼저 확인하고,

수험표 뒤 가채점한 걸 꺼내고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고 가채점을 시작했다.




언어 한 개

외국어 두 개 (이 때서야 듣기도 틀렸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ㅋㅋㅋㅋ 충격은 콤보가 됐다! 오예!)

한지 한 개 (헐 뭘 틀린거야)

경제 한 개 (틀릴 줄 알았다)



중국어는 아직 답이 오질 않았다.


.................외국어의 충격이 두 배가 됐다.

다시 으헝으헝 울려는데 18고사실 돌아가라는 방송이 나오고 애들이 빠져나갔다.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이OO~~~ 어디야~~~~?' (친구)

'나 지금 엄마가 보내준 문자로 가채점했는데......기분 너무 안 좋다. 너 먼저 가라.'

'뭐?'

'너 먼저 가라고. 아 진짜...........나 미쳤어.'

그리곤 대답도 안 듣고 끊었다.

나란 친구 못난 친구 나쁜 친구 ㅋㅋㅋㅋㅋ 한마디로 개년이었다-_-;;; 어제는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_-;



생각해보니 이러면 안될 것 같았다. 다시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너 멀리 갔어?'

'으헝ㅀㅇ어허허허엏어어어엉 ㅇ 나쁜 ㄴ앙ㄴㅂ;ㅇㅇ챠야야 으허허허허허허헝

너만 망했냐 너만 망했냐고 ㅁㄴㅇ으어어어어엉ㅇㅇㅇ ㅇ 나 재수해야 될 지도 모른다고 으엉너엉어어어엉'


길에서 통곡하는 걸 보니 역시 내 친구였다>_< 우린 중1때 울다가 친해진 사이였닼ㅋㅋㅋㅋㅋ ㅋㅋㅋ



갑자기 너무 미안해져서 부랴부랴 짐을 챙겨 뛰어나갔다.

친구가 진짜 으헝으헝 울어댔다.

버스를 타고 가까운 PC방에 가서 가채점을 마무리하고 컷을 보려고 버스에 올랐는데

이 지지배가 계속 울었다. (퇴근시간이라 콩나물시루였는데-_-;)


'으허어허허허허헝 나는 관악산 못 가 으허허허허허헣ㅇ

나 논술도 못하고 면접도 못보는데 수시도 못 붙을 거 아냐 으허허허어어허허헝'



친구는 사과대 1차에 붙은 상태였다-_-;

친구 왈, 언어를 다섯 개 찍었댄다.

가채점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씨방에 가기 전까지는 맞춰볼 수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위로했다.

괜찮아 괜찮아.....너라면 갈 수 있어. 넌 논술 잘하잖아. (실제로 잘한다. 엄살 쩐다.)

그만 뚝 뚝 우리 OO이 그만 뚝



생각해보니 버스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했을까.

관악산? 분명 서울대 얘기인 것 같은데 뭔가 좀 재수없었으려나.





PC방에 도착했다.

가채점을 시작했다. 어차피 난 몇 개를 틀렸는지는 알았으므로 점수만 봤다.

98 100 95

50 47 47 50

46(ㅅㅂㅅㅂㅅㅂㅅㅂ)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언수외 293이면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솔직히 사탐이 약한 편이라 걱정했는데 쉽게 나와줘서 오히려 다행이었다.(국사 빼고)



중국어는...............중국어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죄송하다고-_-;; 평소에는 점수 잘 나오다가 왜 수능때 이랬는지 모르겠다고.

선생님이 웬 일인지 ㅋㅋㅋㅋ 인자하게 웃으시며 인생이 원래 그런거라고 하셨다.

왠지 기분이 묘해져서

'예 내년 후배들에게 꼭 이런 경우되지 않으려면 끝까지 공부하라고 전해주세요-_-;' 라고 말씀을 드리고 끊었다.





친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어때...?'

'나 미쳤나봐.'


내 불안감은 상승했지만-_-;; 애써 위로했다.

'괜찮아;; 괜찮아;;;'

그랬는데

'찍은 게 다 맞았어..................나 미쳤나봐..................'

'뭐?'


ㅅㅂ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ㅋㅋㅋㅋㅋ 아무리 6년 친구라지만 좀 빡쳤닼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

결과는 1점짜리 하나 틀려서 99점이라는데 감히 나보다 잘봐놓고 나의 위로를 받아?ㅋㅋㅋ

내가 너무 미안해서 버스비도 냈는데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 샹샹바 ㅠㅠㅠㅠ



친구가 원래 잘하는 편이긴 했다.

결과를 들어보니 언수외탐 합쳐서 4문제를 틀렸댄다.



물론 나도 기뻤지만 언어에 배신 때린 건 용서할 수 없었다-_-

네 이년 이 후기를 보거든 오늘 아침에 탄 택시비 때문에 나한테 빌려간 200원 내놔라




엄마를 만나서 집에 돌아오는데,

왠지 아무 책도 안 보고 있으려니 불안했다.

헐......빨리 가방에서 국사책을 꺼내어 보면서 집에 가야할 것 같은 기분.........

묘했다.

집에 와서 새벽 두시까지 영화를 다운 받았다.

다운만! 받았다. 다 받아놓고 볼려고 하니 졸립더라-_-;; 다운 받으면서 어제 분량의 수기를 썼는데

쓰고 나니 피곤해서-_-;;;;;;; 네이버와 다음 웹툰을 깔짝대다가 껐다.




오늘부터는 논면 준비.

다음 주에 경영대에 특기자 2차 논술 면접 보러 가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으잉? 수능 후기로 시작해서 이상한 마무리.

아무튼 수능 후기 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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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야니 · 333853 · 11/02/20 22:33 · MS 2010

    돋네

  • 리암 · 350946 · 11/02/20 22:42 · MS 2010

    선배님이시넼ㅋㅋㅋㅋ
    아이디부터 시작해서 못알아볼수가 없는ㅋ
    슬라브라닠ㅋㅋ
    쨌든 선배님 진짜 열심히 했다고 애들이 다알아여
    설경 부럽네요. 에피도 부럽고ㅋㅋㅋㅋ
    수기 잘 읽고 갑니다

  • 날개를펴자 · 365248 · 11/02/20 23:48 · MS 2011

    여자분께서 폭풍설사라니깐 웃겨요ㅋㅋ
    말투가 귀요미라 재밌게 읽었어요^^

  • ㅅㅇㅊㅇ · 361827 · 11/03/21 02:05 · MS 2010

    ㅋㅋㅋㅋㅋ 찍은거 다 맞았을 때 '미쳤나봐' 소리 나오는거 레알 공감 ㅋㅋ

  • 경화수월 · 301892 · 11/04/06 18:50

    성남외고시군요. 와 그 외고 지옥내신을 뚫고 서울대에 특기자로 합격하신거 보면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저도 외고 비슷한 곳 나와서 내신따기 정말 어려운거 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