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6VT5IMAzO8LP4 [646110]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1-04 07:35:13
조회수 16,442

저 결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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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나왔어요.

현역 정시 생각도 못한 점수 받고 재수 바로 결심했습니다.

재수할 때 이악물고 했어요 정말.

아침 5시 40분에 일어나서 단어 외우고 수학 풀면서 지하철 타고 등원.

학원에서는 졸거나 자지 않기로 마음먹고 공부했고 친구도 밀어냈어요.

같은반 친구가 너 모르는 애들도 너 건강 걱정된다 한다고 10분이라도 자라고 할 정도로 했어요.

담임선생님께서는 너같은 애가 잘돼야 한다고 너만큼 열심히 하는애 없다 하셨어요.

그래도 결국 후회는 남고, 재수 결과는 국어가 폭망이라 원하는 곳 지원조차 못해요.

정시 상담하는데 담임쌤께서 끝까지 정말 잘 따라와줬는데, 아쉽다 진짜...라고 하싣라고요.

그래도 전 자기합리화를 하며 난 괜찮아, 하고 정시지원 돌리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공부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보다 어떻게 더 해야 점수가 잘 오를까?

안되면 어떡하지, 막연한 질문 스스로에게 하며 현실에 안주했어요.

그런데, 방금 카카오톡 같은 학교 친구 프로필 사진에 저희학교 친구들 나란히 앉아있는데

전부 서연고더라고요. 학교 다닐 땐 친하게 지냈는데 이젠 괴리감마저 느껴지네요.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번 국어 때문에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처럼 만들 수 없다고

느꼈어요. 평소 생각지도 않은 학교들에 지원하며 칸수를 보고 긴장하는 내 자신이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토나올거 같고, 다시는 보기 싫은 수능이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도전하기로.

반수 생각중이지만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물론 노력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전 대학의 서열을 따지는게 아닙니다.

그냥, 제 자신의 한계와 목표치에 도달했는가를 보고 싶어요.

여기서 주저앉으면 평생 한맺힐거 같아서요. 아쉬움에 점철된 여생을 보내긴 싫어요.

17 수능에서 노력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받으신 분들,

특히나 재도전을 결심한 97년생 동기 여러분,

우리 조금만 더 해봐요. 전 꿈을 위해서라면 고통스럽더라도, 1년 불태울 자신이 생겼어요.

1년 뒤 이 시간에, 기쁨에 차서 이 글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라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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